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명한 새벽빛 Mar 27. 2018

손에 손 잡고

작은 걸음을 함께 내딛기

나에게 있어 학교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많이 일어나는 장소였다. 학생일 때 차곡차곡 쌓았던 그 마음들은 교사가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기준이 그렇게나 높은지, 완벽할 수 없는 곳에서 완벽을 추구하려 하니 잘하고 있어도 불안하고 두려웠다. 무엇을 잘하든 못하든 나의 가치가 달라지지는 않는데도,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지나치게 신경쓰기도 했다. 그것에서부터 자유로워진 것만으로도 자신감도 생기고 한 걸음씩 나아갈 힘이 난다. 학교는 삶과 삶이 만나는 곳이다. 그리고 삶에는 정답이 없다.


머리로만 생각하던 것들이 가슴으로 느껴지고 행동으로 실천되는 지금이 참 행복하다. 아이들이 너무 예쁘다. 시종일관 웃음이 떠나지 않는 나에게 아이들은 의아해서 왜 혼낼 때도 웃고 있냐고 질문을 했다. 어쩐지 아이들이 나한테 혼이 나면서도 웃는다 했더니 내 얼굴에 웃음이 있었던 모양이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말하는 편인데, 내가 화를 내더라도 그것이 사랑의 표현이라는 것을 아이들도 안다. 아이들이 노력하는 모습도 어찌나 예쁜지.


선생님이 웃는 이유는 너희가 좋아서라고 했더니 아이들은 왜 좋냐고 반문했다. 물론 아이들이 착하기도 하지만 그래서가 아니라 그냥 우리 반으로 만났기 때문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제대로 전해졌는지는 모르겠다. 한 명 한 명이 그냥 사랑스럽다. 너희가 좋아서 학교 오는 일이 즐겁다고 해주었다. 무엇을 하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면 더 즐거운 법이다. 마음속에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마음을 가진 사람이 손해라고도 했다.


정신 없는 3월도 벌써 마지막주로 접어들었다. 아프기도 했지만 꾸준히 치료도 받으면서 호전되고 있다. 출근을 해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따름이다. 서로가 서로를 처음 만나서 서먹서먹하던 시간을 지나 놀이를 하면서 가까워지고 서로를 알아가는 모습이 대견하다. 하루에 이름 한 번씩은 꼭 불러주고 싶다. 칭찬도 많이 해주고 싶은데 내가 칭찬에 좀 인색한 사람이라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하루하루 노력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 좋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의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있어야 아이들도 계속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보다 아이들에게 더 자유를 주고 믿어줄 수 있게 된 것을 보면 확실히 내 마음에 벽이 많이 허물어진 듯하다. '잘하려는 마음' 때문에 아이들을 더 바라보지 못하고 나만 생각했던 지난 날을 떠올리면 부끄거움이 인다. 그때는 멀리 앞서서 아이들이 따라오기를 바랐다면 이제는 아이들과 손 잡고 한 걸음씩 작은 걸음을 함께 내딛는 중이랄까. 희망이 있으니까 그 걸음이 마냥 즐겁다.



*코리아나 - 손에 손 잡고 : https://youtu.be/ZHyQc1aEeXk


매거진의 이전글 쓸모없음의 쓸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