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교육교사모임 10주년 <교사가 만들어가는 교육 이야기>
오랜만에 <교사가 만들어가는 교육 이야기>(이하 ‘교교이’)에 참석했다. 건강 문제로 2017년에 서울 교교이 오전 행사에 참석한 것이 내게는 마지막이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이하 '실천교사')은, 벌써 9년 전인 2016년 창원 교교이에서 회원가입 신청서를 작성한 이후로 지금까지, 일개 회원이면서도 내 삶에서 꽤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 왜 고작 연수 후기를 쓰려는데 눈물이 나지? 모임이 벌써 10살이다. 그간 나에게도 여러 일들이 있어서 그런가, 신규교사로 참여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무언가가 가슴을 뜨겁게 했다.
후기를 쓰면서 대구 실천교사 사진을 제외한 강연 등 행사 관련 사진은 모두 정혜란 선생님이 촬영하신 것을 가져왔습니다. 매월 실천교사 배경화면으로 선생님의 사진을 만나고, 예전에 줌 연수도 참여했던 터라 부지런히 사진을 찍으시는 모습에 반가움이 일었어요.
교교이 역사상 처음으로 대구에서 아홉 명이 함께 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여럿이 함께하니 더 즐거웠다. 서울사당초등학교에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1부 행사는 지하 1층 다목적실에서 있었다. 묵념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특수교사 박현주 선생님께서 진행해 주신 추모의 시간. 185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10년간 근무 중 스스로 생을 마감한 교사 수였다. 최근에도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교사가 아이의 배움과 교육에 집중하지 못하는 현실, 아프거나 지쳐도 쉴 수 없는 환경이 마음 아프다. 홀로 버티는 곳이 아니도록, 서로의 곁을 내어주자는 메시지.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기에, 누군가를 돕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연결된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는 말씀이 마음에 남는다.
여는 공연은 힐링 그 자체였다. 김승재 선생님과 김소린 양의 무대, 그리고 시시송송 선생님들의 <들꽃처럼 피고 싶어>가 이어졌다. 노래를 부르러 나온 선생님들을 영상에서 많이 봤던 터라 괜히 더 반가웠다.
실천교사, 미래를 그리다. 교교이 2025 첫 강연은 실천교사의 아버지(?) 정성식 선생님의 <실천교사,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었다. 제목 그대로 실천교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해 정리해 주셨다. 실천교사는 2015년 10월 31일에 공식 출범 후 2016년 창원에서 출범식을 했다. 그 자리에 있었기에 교실 속 작은 목소리들이 마침내 하나의 물결을 이루었다는 표현이 와닿았다. 그리고 교단의 현실에서 이 질문들을 던지신다고 한다. 이런 질문을 던지는 선생님들이 계신 곳이라서, 실천을 찾게 되는 것 같다.
1. ‘왜 교사가 되었나?’
2. ‘교사가 되어 무엇을 하려고 했나?'
실천교사의 어제: 교교이로 교사의 능동적 주체성에 대한 화두, 복수교원단체 인정을 위한 투쟁, 교직 문화 개혁의 성과. 오늘: 현재의 핵심 활동(법률 지원, 실천 공유, 환경 조성), 교사의 전문성 지원 활동, 극복해야 할 조직적 과제(교원단체법령 관련, 지역별 편차 해소, 회원 대책, 운영 안정성 확보). 내일: 교사의 전문가적 지위 확립, 학교다운 학교(교원 사기 진작, 제도적 장벽 개선 등). 끝으로 ‘실천만이 미래를 만든다.’는 문장에 공감이 되었다. 모두의 전문가적 성장이 존중받는 교육의 미래를 꿈꾸며 위 질문에 ‘실천교사’를 넣어 다시 질문을 던지시며 강연을 마무리하셨다. 이 질문들은 세 번째 강연에도 등장한다. 후기를 쓰며 곱씹어 본다.
광주 지역회장 이해중 선생님의 강연이 이어졌다. <실천교사에 필요한 새로운 계산법>. 첫 번째, 더하기에서 곱하기로. 10월 ‘독도를 달리다’ 행사 사진을 바둑판처럼 모아서 보여주셨다. 그렇게 많은 선생님들이 2만 km를 달렸다니 놀라웠다. 매년 ‘연초정산’에서 자신이 좋았던 일 하나와 올해 해보고 싶은 일 하나를 나누는데, 달리기를 하고 싶다는 선생님이 세 분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해 이제는 달리기 행사만 따로 분리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 것이다. 모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면 되는구나.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광주 지역모임 노하우가 유익했다.
두 번째는 마이너스. 회비를 돌려주는(?) 기획으로 지역 모임 밴드를 활성화하고 서로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실천교사는 다른 단체보다 접근성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 회원이 이야기하면 움직이는 모임인 것이다. 회원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손해를 보자는 메시지를 전하셨다. 세 번째, f(실천교사). 비단 ‘회원’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회원이 될 사람’까지. 그러다 보면 함께하게 되기도 한다. 실천교사라는 함수가 있다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니 정말 매력적이다.
서울 지역회장 홍유진 선생님의 <인생은 실전이고, 교육은 실천이야!>는 질문을 던지며 이어졌다. ‘실천교사에 왜 오셨나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예비교사 시절에 실천교사에 가입하셨다고 한다.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신규교사라서 할 수 있는 일도 있었고, 20대 기획단으로 교교이를 기획하기도 하셨다. 20대 기획단을 모집하고 “뭐든지 하고 싶은 것 다 하세요. 저희가 도와드릴게요.”라고 하셨던 실천교사 선생님들. 비록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지만 그때 나도 지원했던 터라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그게 벌써 7년 전이라니. ‘나도 뭔가 할 수 있다.’ ‘나도 한번 해볼까?’ 선생님만의 답을 찾고 많은 시도를 하며 성장해 오신 모습이 놀라웠다.
네트워크화된 개인주의는 능동적 개인이 중심이 되는 느슨한 관계망을 의미하기에 실천교사의 특징을 잘 설명해 준다. 연결은 더 많지만, 느슨한 연결이라 개인의 자율성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실천교사 회장 천경호 선생님이 한 사람 한 사람 자기답게 살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며 1부를 마무리하셨다. 2부 선택강의 시작까지 여유가 있어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선생님들과 산책도 했다.
첫 번째 선택강의는 류성창 선생님의 <책 쓰기로 시작하는 나만의 부캐 만들기>를 신청했다. 시작하며 세신사들이 어떤 손님을 가장 힘들어하는지 퀴즈를 내셨는데, ‘힘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책 쓰기도 마찬가지! 힘을 빼야 된다. 손자병법의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란 무조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위태롭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결국, 나를 잘 알아야 한다. 출간과정에 대한 안내를 들으며 꼭 책 쓰기에 도전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두 번째 선택강의는 대구 지역회장 김기윤 선생님의 <사회정서교육과 공립형 대안학교 이야기>를 신청했다. 전에 다른 주제로 나눠주신 강의를 흥미롭게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근무하시는 대구해올고등학교 이야기도 전해주셔서 또 새로웠다. 그리고 조금 생각이 많아졌다. 여전히 내가 느끼는 대안교육은 그저 교육이 제 역할을 할 때의 모습이다. 언젠가는, 대안이 필요 없는 교육이 공교육 현실이 되면 좋겠다.
다시 다목적실로 모였다. 천경호 회장님이 이어가셨다. 왜 교원단체여야 하는지. 법이 우리를 지켜주는 것이 먼 이야기라, 우리가 우리를, 교사와 교육을 지켜야 한다는 말씀이 아프게 와닿았다. 전문성을 갖추고 발휘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목적을 향해 함께 애쓰는, 미래를 함께 꿈꾸는 길에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하길. 그런 마음으로 이번에도 후기를 가장한 홍보글을 쓴다.
어쩌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주고, 내가 하는 고민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실천교사에 가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모든 이야기가 ‘주도성’으로 귀결된다. 변화는 연대에서 오지만, 나를 알아야 연대할 수 있다. 나를 알고, 내가 하고 싶은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나에게도 질문을 던져 본다.
왜 실천교사가 되었나?
처음 교교이에 갔을 때, 벅찬 두근거림이 있었다. 매우 민감한 성향 탓에 어릴 적부터 타인의 감정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나의 행복을 위해 세상 모든 이들의 행복하기를 꿈꾸었고, 내가 만나는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돕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 꿈이 나를 움직여 왔던 만큼, 같은 꿈을 꾸는 이들과 함께하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 없다. 그리고 모든 변화는 한 걸음씩 내딛는 실천이 모일 때 일어난다. 실천교사는 이미 그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의 생생한 실천 나눔의 장이었다. 사람을 많이 만나면 피곤한 편인데도, 실천교육교사모임에 다녀오면 어찌나 팔팔한지. 뒤풀이에서 선생님들이 우스갯소리로 ‘실천뽕’이 있다고 하셨다. 그때 다른 분들도 비슷한 증상을 겪는다는 것을 알았다.
실천교사가 되어 무엇을 하려고 했나?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다. 모임에 가면 즐겁고, 실천한 것을 나누는 선생님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나도 실천을 쌓아가며 나만의 실천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 제주에 머물렀던 2019년에 제주실천교사모임에 갔다가 선생님들 요청 덕에 1박 2일 명상 연수를 기획할 기회가 있었다. 초보 기획자라 어려움은 있었어도, 정말 행복했다. 기획이 체질인가 싶었지만, 저질 체력 탓에 연수 일정을 견디지 못하고 이튿날 진행을 다른 분께 부탁했다. 꿈은 꿈일 뿐인지, 여전히 건강한 날보다 아픈 날이 더 많다. 무력감이 쉽게 떠나지 않는다. 내가 바로 서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위하기도 어렵다. 예비교사 시절도 내내 골골거렸고, 초임 때부터 잦은 병가,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며 버텨 왔다. 이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꾸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그러나 답은 언제나 ‘나’로 돌아온다. 거창하고 먼 꿈보다, 내가 행복을 만끽하며 일상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리고 실천교사에 가면 즐겁다. 홀로 울지 않고 힘들다고 털어놓고 나눌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그저 나인 채로, 이 길을 함께 걷고 싶은 것 같다.
*이전 교교이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