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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o Dec 11. 2023

과도기 속 조경지대를 만났을 때 흔히 하는 실수 3가지

우리는 아직 물 속에 있다


학생 신분일 때는 정해진 학제에 따라 움직였기에 다음 학기, 진학할 학교, 올라간 이후의 삶에 대해 어느 정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었다. 과도기가 짧았고,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일도 없었다.

직장을 다니는 동안에 맞이했던 과도기 또한 비교적 단순했다. 이직이라는 이벤트와 맞물린 과도기는 봄방학만큼 짧았고, 그 너머에 대한 사색보다는 연봉 앞자리를 바꾼 것에 대한 희열에 취해 있었다. 그리고 빨리 그간의 야근으로 못다 한 여흥을 즐겨야겠다는 보상심리에 이끌려, 그야말로 방학 같은 과도기를 보냈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남을 이해시킬 필요가 없었던 그런 과도기.



시간이 흘러 안전지대를 벗어나 마주친 과도기는 가히 풍랑 같았다. 유속을 제어할 수도, 그다음 파도가 얼마나 더 크게 겹쳐 밀려올지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겹겹이 쌓인 과도기를 지나다가도 잠깐식은 평온한 순간이 찾아왔다.

조류의 방향이 서로 섞이며 흐름이 완만해지는 조경지대처럼, 잠시 많은 물고기들이 머무는 풍요의 순간이 불시에 다가오는 것이다.

아직 다음 안정기에 이르기 전, 과도기 속 조경지대를 만났을 때 우리가 흔히 실수하는 것들이 있다.

1. 현재와 같은 삶이 계속 이어질 거라 착각한다.
2. 다 온 줄 알고 미리 힘을 빼버린다.
3. 다가온 기회를 낚아채지 못한다.


아직 정착할 대륙은커녕 잠시 발을 붙일 무인도에도 닿지 못했는데, 완만해진 조류에 슬슬 익숙해진다. 잘 헤쳐가 보겠다는 의지보다는, '이만하면 됐지'라며 힘을 뺀다. 해초 사이를 살랑거리는 알록달록한 기회도 언제든 손 닿으면 낚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조경지대는 순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조류와 조류의 만남일 뿐이다. 그 구간을 만난 것은 행운이지만, 행운에 취해 아직 물속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물속에서 버틸 수 있는 우리의 힘과 시간은 유한하다. 마음에 드는 뭍을 찾아, 이제는 물 밖으로 나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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