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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a Jung Aug 31. 2016

중동생활 7년차 싱글 여성의 넋두리 Episode 1

Being Fancy로부터의 도피를 꿈꾸며

“두바이에 삽니다”


“와.. 그럼 돈 많이 벌겠네요”


두바이에 살고 있다고 하면 두바이에 살지 않는 대부분 사람들은 내가 대단히나 ‘럭셔리’ 환경에서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며 호화로운 삶을 누릴거라는 지례짐작성 반응 보인다.

 

물론 고급 호텔 식당을 드나드는 빈도가 한국보다 높고 물가수준을 배제한다면 절대적인 월급의 액수 역시 한국보다 높은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가 생일 파티를 한다고 하면, 10만원을 호가하는 브런치가 일반화 되어 있고 요트를 빌려 타고 바다로 나가서 먹고 마시는 파티도 있기도 하다.


처음에는 이런 경험들이 그저 새롭고, 말하기 부끄럽지만 가끔씩은 우쭐한 기분마저 들기도했다. “이거봐라, 나 이런것도 하고산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국을 떠나 두바이에 와서 이런 경험을 하는 자체가 마치 난 이미 대단히 성공한것 같은 엄청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행복 착시 현상’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여기가 미쉘린 스타 셰프가 요리하는 맛집이래”라고 해찾아간 식당의 음식은 지불하는 가격비 효율성을 더 따지게 되었고, “블루밍데일즈에서 50% 세일을 한데”라고 해서 명품 구두를 둘러보면 50% 세일해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쓴웃음이 나오거나 어쩌다 한켤레 ‘득템’해서 신더라도 참… 내 신발 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두바이에 정착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드는 의문 한가지.


“나만 이렇게 Fancy Life Style에 반항심이 드는것일까?”


한국에서 친구들과 떡볶이에 순대를 먹고, 회사 앞 1천원(당시만해도 길거리 커피 가격은 그랬다)짜리 커피를 사마시면서 행복했던 추억을 더듬으며 두바이에 있는 절친한 친구와 커피 한잔 하자하니 그녀가 데려간 곳은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아는 5성급 호텔 커피숍에 날 데려가서 10년째 살지만 “두바이는 정말 좋은거같아”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호사스러움을 그저 즐겁게 받아들이고 친구의 의견에 공감하지 못하는 나는 “작은 문화 혹은 작은 행복의 결핍”을 겪는걸까? 그게 아니라면 난 그저 가진자들의 Life Style을 인정하지 못하는 “자격지심”을 느끼는 걸까?


그러던 중 두바이에 정착한지 3년이 지난 2012년부터 이 도시에 부는 작은 변화를 감지했다. 아침 7시에 문을 열고 저녁 5시에 문을 닫는 카페가 생겨나고, 일부 카페는 수돗물을 무료로 마실수 있도록 제공해주기도 했다.(두바이는 어느 식당을 가든 여느 유럽처럼 물은 당연히 돈을 내고 사먹는 문화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변화를 달가워 하는 사람이 비단 나와 비슷한 처지의 외국인(우리끼리는 Expat이라 지칭한다)만 아니더라는 점이다. 까맣고 하얀 전통의상을 입은 두바이 로컬 사람들도 이런 작은 카페를 반겨하는 눈치였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Faucho*이나 Arman* Café같은 유명세를 제법 타거나 프랑스에서 들어온 식당 브랜드에 열광하고 있지만 이 작은 움직임은 두바이에서 소소함을 추구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엄청난 지지임에 틀림없다.


스타벅스같은 체인점 카페가 아닌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는 작은 카페에 들어가 “Extra 커피 샷 추가한 두유들어가고 폼이 많이 올라간 드라이 카푸치노”를 주문하고 두세시간 혼자 책 읽어도 아무 부담이나 눈치를 안봐도 되는 그런 공간이 하나 둘씩 늘어날때마다 감사한 생각마저 든다.

 

혹자는 두바이야말로 모든것이 인공적이고, 참으로 겉치례를 중시하는, 그리고 한없이 가볍다 칭하지만, 그리고 일부 그들이 말하는 바도 매우 사실이라고 몸소 느끼고 있지만 알고보면 이 환락의 도시야 말로 ‘친구와 소소한 커피 한잔’, ‘10만원짜리 브런치 말고 1만원짜리 오믈렛에 커피 브런치’, ‘비싼 드레스에 칵테일들고 Socializing 하기보다는 가벼운 옷차림에 혼자만의 독서’를 갈구하는 사람들이 누구보다 많은 곳이다.


Fancy Life로부터의 탈출.


배부른 소리 같으면서도 결코 배부르지 않은 소리.


누구보다도 작은 문화, 작은 여유, 작은 행복에 굶주린 사람의 하소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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