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na Jung Sep 01. 2016

중동 생활 7년차 싱글 여성의 넋두리 Episode 2

국제 연애에 대한 진지한 고찰

두바이야말로 인종의 Melting Pot이다. 나름 대학생때 해외여행 좀 여기 저기 해본다고 아둥바둥한 덕에 한국 토종 출신 치고는 외국인 친구도 제법 있었고, 외국인도 제법 만나봤다고 생각했는데 두바이에 왔더니 웬걸? 완전 ‘세계는 넓고 국가는 많다’를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지난주에 친구 주관으로 모임에 나간적이 있다. 그날 그 테이블에는 12명이 모였고 국적은 인도, 파키스탄, 이집트, 캐나다, 페루, 몰도바, 사이프러스, 팔레스타인, 요르단, 영국, 덴마크 그리고 한국 이렇게 12개였다. 국제 스포츠 경기나 비즈니스 목적이 아니어도 12명의 제각각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두바이에서는 새삼 놀랄 일도 아니다. 어느 사교 모임에 나가건 ‘한국인만 모입니다’라고 특별히 강제화 하지 않는 이상 최소 5개국 이상의 사람을 보는게 두바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다문화가 아무리 흔하디 흔하다 하더라도 난 늘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만나고 접할수 있는 현실에 탄복한다. 그리고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다름보다는 공통점을 더 많이 찾게 된다. 그렇게 두바이에 사는 우리는 결국은 인종과 국적에 상관없이 인간대 인간으로 정을 쌓게 된다. 실제 두바이에서 내 과거 그들 중 한국인은 단 1명이라는 사실도 이 점을 상당히 입증한다.

 하지만 다양함과 다름에 대해 무뎌지면서 가끔씩 마주치는 ‘문화적 차이’ 또는 ‘가치관의 차이’에 가끔은 이 ‘차이’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당황스럽기도 하다. 외국 생활이 길어지면서 남들보다 좀더 개방적인 사고를 가졌다고 생각하지만 외국인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의 다름을 난 어디까지 받아들일수 있을까?


 연애가 세상에서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아직도 연애를 상당히 어려워 하는 나는 두가지 모험을 해봤다.

 1번. 지극히 한국적임을 상대방이 받아들이도록 할것

외국인 남자친구에게 불고기, 비빔밥 같은 난이도 낮은 한국 음식 대신 청국장, 미역국, 떡볶이 등의 좀 더 외국인에게는 하드코어인 음식을 같이 먹자해봤다. 같이 미드보자는 사람에게 난 한국 드라마 봐야 한다고 우겨봤다. 결과는? 언젠가 두바이몰 극장에서 퇴장할때 그와 우연히 마주쳐 뒤돌아 상영이 끝난 극장으로 도망친바 있음.(이 모든 것이 Ending을 설명해준다)



 2번. 그의 식성에 맞추고 싱글일때 그의 삶의 패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

같이 한국 음식을 먹은 적도 없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 이야기를 화제로 이야기한 기억도 없다. 기껏해야 K-pop의 세계화, 제주도는 아름다운 한국 최남단의 섬이라는 거, 서울은 겨울에 눈이 많이 온다는 정도만 이야기한 것 같다. 만나는 동안 싸움을 한적도 없다. 난 이걸 문제라고 느끼지 않았지만 상대는 우리가 싸움을 하지 않음에 문제 제기하면서 떠나갔다.

이 두가지 경우에서 내가 느낀바는 국제연애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라는 단어처럼 어려운게 없다는 것이다. 서로 많이 이해하려 지나치게 노력하다가 결국은 내가 진정 원하는 바에 대해 흐려지기도 하더라는 거다. 그리고 그 이후 몇명을 더 만나봐도 Balance를 찾는 건 역시나 미궁으로 빠지더라는 거다. 아무리 국적이 달라도 남녀 관계란 역시 모두 똑같다는 혹자들의 말이 맞는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국적에 상관없이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 믿음도 여전하지만 그래도… 다른건 다른거다.


 다름을 어떻게 흡수하느냐에 대한 고민.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할수록 다름에 대한 고민의 깊이가 깊어진다.

그리고 여전히 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비슷해서 빠지는 매력과 다름에서 오는 관계의 견고함에 대해 무한 복습 중이다.


*다행인가 나의 과거분들이 한글을 모르고.. 이 글을 못 읽는다는 거. 허허허허



작가의 이전글 중동생활 7년차 싱글 여성의 넋두리 Episode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