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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a Jung Sep 01. 2016

중동 생활 7년차 싱글 여성의 넋두리 Episode 3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파키스탄

업무상 중동 지역내 출장이 잦은 편이다. 어떤 때는 한달에 5개국가에 발도장을 찍는 때도 있다. 이란, 터키, 요르단, 레바논, 이집트 등 중동 아프리카 주변국들을 많이 다녀봤지만, 그래도 단연 가장 애증의 나라를 꼽으라면 그곳은 아마도 파키스탄일거다.

파키스탄에 가봤다고 하면 한국인, 중동인, 서양인 막론하고 ‘네가 파키스탄을 가봤다고?’이런 표정을 지으면서 ‘너 정말 깡다구가 대단하구나’라는 반응을 보인다.


지난 5년간 파키스탄에 총 17번 입출국을 했고, 이번달말에도 2박 3일 정도 파키스탄을 다녀와야 하나…라고 생각중이다. 다시말해 나에게 파키스탄은 위험하고 폭탄 터지는 전쟁의 상징이 아니라, 비즈니스 목적으로 수시로 방문해 체크해야하는 그런 숙제같은 곳이다.

그래도 뭣 모르고 떠났던 파키스탄 첫 출장의 기억은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있다. 무려 2주짜리였고 입국은 파키스탄 남쪽 최대 상업 도시 카라치, 출국은 그나마 외국인들이 제법 거주하고 비교적 안전한 도시 라호르였다. 카라치는 파키스탄 사람조차 길에서 절대 휴대폰을 들고 통화를 하지 않는 도시로 치안이 좋지않은 편이다. 좋은 휴대폰(브랜드나 플래그쉽 모델 여부 막론 스마트폰이라면 좋은 휴대폰의 범주에 들어간다)을 꺼내는 순간 낚아챔을 당하기 일쑤이고, 심지어 자동차 운전 중 신호 대기 상태이면 누군가가 총을 들고 스윽 다가와 가진것을 다 빼앗아 가기도 하는 곳이다.

처음 카라치 쉐라톤 호텔에 들어갈때 호텔 1층의 창문이 주욱 깨져있길래 “여기 지금 공사중인가요?”라고 파키스탄 현지 동료에게 물었더니 “지난주에 폭탄이 살짝 터졌는데 별거 아니에요. 당신이 묵을 방은 높은 층에 있어서 전혀 영향이 없으니 걱정말아요”라는 그의 대답에 순간 뭐라 대답해야할지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일주일 후 카라치에서 라호르로 이동을 했는데, 라호르 공항에 내려서 호텔로 이동하는데 처음 든 생각은 “여기가 정말 파키스탄인가?”였다. 길가에는 키큰 가로수가 빼곡히 정돈되어 있고, 카라치에서 보던 총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던 사람도 보이지 않았으며, 거리에는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고 깨끗했다. 물론 나중에야 내가 다니던 호텔, 회사, 공항 동선은 파키스탄 정부에 의해 특별 관리되는 지역으로 유독 더 깨끗하고 안전한 지역이라고 알게 되었지만, 라호르의 일반 동네 역시 특별 관리 지역보다 덜 정리되었을뿐 특별히 위험하다는 인상을 전혀 주지 않았다. (심지어 라호르 도시의 별명은 ‘City of Gardens’으로 정말 별명에 걸맞게 푸르른 곳이다)



위험 수준의 체감 정도는 매우 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카라치가 아니라 라호르를 먼저 방문했다면, “라호르도 우리같이 문명에 길들은 사람들이 살만한 도시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파키스탄이란 곳은 누군가의 생각보다는 굉장히 위험한 곳이 될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나름 괜찮은 곳이 될수도 있다. 나에게 파키스탄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미디어를 통해 접한 이미지에 비해서는 ‘나름 지낼만한 곳’이다. 그래서 지난 17번의 방문동안 숱한 에피소드가 있었지만(그래서 ‘애증의 나라’인 곳, 에피소드는 차차 소개하겠다) 공포와 걱적은 망각하고, 그냥 또 하나의 출장지 정도로 여겨지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은 내가 기대한만큼, 생각한만큼, 마음먹은것 만큼에 따라 충격의 강도 혹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역치 값이 정해진다. 세상 어디를 여행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긴장의 끈은 반드시 조여야 한다. 나에게 파키스탄은 그런곳이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지만, 나름 그 속에서 재미와 해학을 찾을 수 있는곳.  여행할때마다 늘 기대치만큼 혹은 그 이상, 이하만큼의 해프닝이 계속 일어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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