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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병찬 Oct 21. 2019

나카무라 슈지 "끝까지 해내는 힘"

바야흐로 자기계발서의 시대다. 취업, 승진, 결혼, 재테크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노하우를 알려주겠다는 책들이 서점에 즐비하다. 실제로 우리나라 출판시장에서 자기계발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고 한다. 마음은 급하고 시간이 부족한 독자들은 대단한 내용이 있을까 싶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책을 집어든다. 하지만 자극적인 제목과 선정적인 구호만 난무할 뿐, 알맹이가 없다는 사실을 파악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자기계발서를 읽을 시간에 차라리 자기계발을 하라."는 냉소적인 우스갯소리까지 있겠는가.


내용 없는 자기계발서가 난무하다보니 나름의 선정기준이 생겼다. 우선은 자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취를 이룬 사람의 책일 것, 그리고 저자가 직접 검증해 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일 것(스티브 잡스나 마윈의 성공 스토리를 자기 얘기처럼 팔아먹는 장사꾼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자). 나카무라 슈지의 "끝까지 해내는 힘"은 이런 기준에 정확히 부합하는 책이다. 저자인 나카무라 슈지는 청색 LED를 개발하고 2014년 노벨물리학상까지 받은 인물이니 그의 성취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슈지가 청색 LED 개발에 성공할 때까지 자신이 적용했던 방법론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지금은 LED가 너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서 의아하게 들리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과학자들이 청색 LED를 20세기에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망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방에서 태어나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지방의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던 슈지는 혼자서 청색 LED 개발에 성공한다. 지식, 인맥, 자금의 부족이라는 핸디캡을 모두 극복한 놀라운 성과였다.


전세계 대기업들이 많은 인력과 자본을 투자했지만 실패를 거듭하던 청색 LED를 그는 어떻게 혼자서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럼 이제부터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하나씩 살펴보자.


그가 책에서 특별히 강조한 건 아니지만 나는 무엇보다 그의 목표 설정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목표로 삼은 청색 LED 개발은 엘리트나 기득권의 주관적 평가가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것이었다. 지방 중소기업에서 혼자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결과만 뛰어나다면 차별받을 일이 없는 목표였던 것이다. 만약 슈지가 주관적인 가치판단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목표를 추구했다면 오늘의 자리에 오르기가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나는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그는 실험 장치들을 직접 제작하고 개조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연구소에 근무하던 초기 그는 인화갈륨 개발을 시도하는데, 개발에 필요한 석영관을 몇번이나 용접해서 재활용했다고 한다. 예산 부족으로 고가의 석영관을 마음껏 구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예산이 풍족한 대기업 연구원이라면 전혀 겪을 필요가 없는 수고였다. 하지만 그는 필요한 장치를 직접 만들고 개조하면서 이를 자유자재로 다루게 되었고, 거기서 쌓인 경험과 노하우가 결국은 청색 LED 개발의 토대가 된다.


그는 실험과 데이터라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도전했다. 대기업 연구원들이 논문과 이론에 대한 연구에 집중할 때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장비들을 개조하면서 실험을 거듭했다. 심지어 그는 물리학 전공자도 아니었으며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남들이 이론 연구에 치중할 때 그는 장비를 개조해가며 끈질기게 실험을 계속하여 마침내 청색 LED 개발에 성공하게 된다.


그는 하나의 일이라도 중도에 포기하지 고 끝까지 밀어부쳤다. 그는 청색 LED를 개발하기 전까지 연구소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며 3개의 제품을 개발했다. 아쉽게도 그가 개발한 제품들은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부쳤다는 사실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100개의 미완성보다는 1개라도 끝까지 해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그는 반복해서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책에서는 아주 가볍게 언급되지만 적절한 휴식도 그의 성공에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가 한 가지 일에 매진했다고 해서 가정을 팽개치고 밤새 연구에만 몰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8시가 되면 언제나 집에 돌아가 가족들과 저녁을 먹었다고 한다. 오랜 기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실험과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나도 여러가지 상황을 핑계삼아 현실에 안주하는 경우가 많다.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환경이 좋지 않아서, 공부가 부족해서. 하지만 그는 이야기한다. 남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말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끝까지 도전하다보면 결국 성공할 수 있다고. 언뜻 보면 대단할 것 없는 얘기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걸 알면서도 성공에 이르지 못하는 건 이런 단순한 원칙이 실천하기는 너무나도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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