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종차별을 고발하기 위해 직접 흑인이 된 한 기자의 이야기
미국의 인종차별은 지금도 여전하지만, 흑인 인권 운동이 한창이던 50년대에는 더 끔찍하고 잔인했다.
"블랙 라이크 미"의 저자인 존 하워드 그리핀은 텍사스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며 인종차별적 시선을 배운 저널리스트다.
어린 나이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그리핀은 학교 식당에서 백인과 흑인이 함께 밥을 먹는 것을 보고는 큰 충격에 빠진다.
프랑스에서 자신의 무지와 편견을 깨우친 그리핀은 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프랑스 레지스탕스 운동에 참여해 유대인들을 영국으로 탈출시키는 임무를 담당한다.
그 후 미국으로 돌아온 그리핀은 공군으로 태평양 전쟁에 참여한다.
임무 수행 중 바로 옆에서 폭탄이 터지며 뇌를 크게 다치게 되고, 그 충격으로 시력을 상실한다.
시력을 잃은 그리핀은 시골에서 돼지를 키우며 가정을 꾸리고,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싸우기 시작한다.
뭐 이 정도만 해도, 파란만장한 삶이 아닌가?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각을 잃고 10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 그리핀은 기적적으로 시력을 회복하게 된다.
그리고 30대 후반에 엄청난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미국 인종차별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 자신의 피부를 검게 바꾸고 흑인의 삶을 살아보는 것이었다.
1959년 그리핀은 6주 동안 자신을 흑인으로 바꾸고 차별이 유난히 심하다고 알려진 남부 지방(일명 "딥 사우스")을 돌아다닌다.
"블랙 라이크 미"는 그리핀이 흑인이 되어 경험한 일들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백인 인종주의자들은 “우리는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어린 시절의 그리핀처럼 평범한 백인들도 자신은 정말로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믿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리핀은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화장실도 마음대로 갈 수 없었고, 카페도 들어갈 수 없었으며, 여행자 수표도 교환하지 못하는 일상과 마주친다.
백인들은 흑인이 성적으로 방탕하고, 머리가 나쁘다는 편견을 끊임없이 드러낸다.
책을 읽으며 가장 중요하게 깨달은 건, 차별을 하는 집단에서는 차별을 받는 집단의 입장을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차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면 매우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리핀이 이런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데에는 장애인으로 살았던 과거의 경험도 큰 영향을 미쳤겠지만, 흑인도 우리와 동등한 인간이라는 프랑스에서의 교육도 중요한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아이들에게 장애인, 외국인,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부당성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