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 후.
<서문>
어느 자리에나 2인 이상의 성인이 모였다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주제가 있다.
누구라도 한 명은 무조건 말하게 된다.
"시간이 도대체 왜 이렇게 빠르지?"
모두가 벌써 이만큼 흘러버린 올해가 황당하다.
그리고는 자신의 나이를 되짚어본다. 아 벌써...
이미 한번 읽은 책을 다시 읽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시간에 쫓겨서 그렇다.
항간에 떠도는 소위 독서가라면 읽어야 한다는 책은 쌓여가고,
소위 독서가라 '인정' 받고픈 마음에 더 많이, 더 빨리, 읽어나가야 할 것 같아 조급하다.
어릴 땐 시간이 너무 더뎠다.
아무리 흥청망청 써재껴도 남아돌았다.
시간은 그저 보내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던 시절.
읽었던 책을 읽고, 읽고, 또 읽는 일로 시간을 보내도 시간은 당최 지나질 않았으니.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채우지 못해 안달이다.
'적어도 한 번은 읽었잖아.' 위안 삼으며 기어코 새로운 책의 표지를 연다.
실제로 머리에 남은 건 책을 읽었다는 사실과 제목뿐이면서.
모든 책을 되돌아볼 필요는 없다.
그 시절, 그 정도의 위안을 받은 것만으로 충분한 책들도 많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려는 욕심을 붙들어 매는 책들도 있다.
마음이 켕긴다.
앞으로 읽어야 할 책들은 눈 앞을 가로막는데
이렇게 한 번만 훑고 지나치면 안 될 것 같은 책들마저도 너무 쌓여버려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가 없다.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
다행히도 쉬이 지나치면 안 될 것 같았던 책에는 짤막한 감상을 남겨뒀다.
다시 읽겠다 결심하고 나니 두 번, 세 번쯤 읽은 뒤엔 어떤 감상이 남을지 무척 궁금하다.
또 어떤 결심을 하게 될까.
그런 것들을 이 새로운 매거진에 기록해 볼 셈이다.
Bookfter. [북프터].
꽤나 고민해서 선정한 여러 후보들 중 가장 후순위에 있던 이름이다.
썩 괜찮은 것들은 이미 어디선가 쓰이고 있었다.
소개팅을 다니는 현재의 내가 떠올린 북과 애프터의 합성어. ^^
막상 정하고 나니 퍽 마음에 든다.
책도, 사람도, 첫인상이 좋아야 돌아볼 마음이 생기는 건 매한가지다.
첫인상이 좋은 사람과는 적어도 세 번의 애프터가 이루어진다.
첫 느낌에 여운이 짙은 책이라면 애프터를 해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가까워도 타인이 누군가의 인격을 바꾸는 건 참 어려운데, 일면식도 없는 작가가 쓴 글과 책은 종종 그런 기적을 일으킨다.
즉 10번에 1번 성공할까 말까 한 소개팅 보다 후자인 독서에 시간을 쏟는 것이 더 알차고 효율적이다.
한 달에 한번,
먼지 쌓인 책들의 표지를 다시 열어 한번 밖에 읽히지 못한 글들과 그 시절의 일기와 감상문을 함께 들춰보려 한다.
나만 읽어도 좋을 글이지만
누군가 내가 쓴 글을 보고 책을 읽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것이야 말로 기적이란 단어에 걸맞는 일이다.
커피 한잔을 끝내며 길었던 서문을 줄인다.
추천곡 DJ Okawari의 a cup of coff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