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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시간 Jan 31. 2024

36살에 노화는 조금 슬프지만

친구들과의 이야기 주제는 각자의 인생이 어느 시점을 맞이하고 있느냐에에 따라 바뀌곤 한다. 아직 연애를 하지 못하는 친구는 어떻게하면 연애를 할 수 있는지, 결혼과 출산을 준비하는 친구는 준비과정이 얼마나 험난한지, 그 무엇도 하지 않는 친구는 다른 어떤 것에 자신의 열정을 쏟고있는지 이야기 한다. 가끔 나의 이혼 처럼 특별하게 힘든일이 일어났을 때는 서로 다독이는 위로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지만 '노화'가 대화의 주제 였던 적은 올해가 처음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어딘가 하나씩 아팠거나 아프는 중이었다. 30대 중반의 우리는 흰머리가 한두가락 나기 시작했고 머리카락이 얇아지고 목주름을 신경쓰기 시작했으며 예뻐지고 싶다기보다는 젊어보이기 위한 피부과 시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몸에 있는 근육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 놓기 위한 운동의 종류를 나열하며 우리의 상황이 허락하는 운동은 뭐가 있을까 찾아보았다. 한참을 이런저런 몸과 마음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일에 대한 열정이나 가족에 대한 헌신보다는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과 함께 반대로 열정과 헌신을 하고 싶어도 건강의 허락하에 가능하다는 걸로 마무리를 지었다. 


나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걸리지 않던 독감에 거의 해마다 걸리게 되었고 작년부터는 조금만 무리해도 두통이 몰려오고 생리를 3개월간이나 하지 않았다. 술을 아무리 먹어도 없던 숙취는 이제는 숙취해소제 없이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이 되었다. 생리를 하지 않을 때에는 30대에 조기폐경이 온다고도 하는데 설마 하며 걱정을 하기도 하고 난소에 문제가 있어 치료를 받는 친구의 경험을 떠올리며 검진을 받기도 했다. 예전엔 어떤일을 시작할 때 체력이나 건강은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건강과 체력은 당연히 나의 바탕이 되어주었고 의지만 있다면 못해 낼일은 없었는데 요즘엔 내가 가능한 범위를 미리 생각해놓고 그 범위 안에서만 할 수 있도록 몸을 사리게 된다.


나이듦이 꼭 슬픔과 연결지어져야 하는건 아니지만 신경쓸게 점점 많아지는데 몸은 따라주지 않으니 서글픔과 조금 가까워지는건 사실이다. 예전엔 이해 못했던 어른들의 말과 행동들이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하게 되는게 좋은건지 모르겠다. 삶의 경험치가 늘어가고 이해의 폭이 넓어지니 좋다고 봐야할까. 갱년기를 경험하고 흰머리를 염색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나의 노화가 얼마나 더 다양할지. 다가올 몸과 마음의 변화를 호들갑스럽지 않게 맞이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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