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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시간 Feb 13. 2024

모든 단톡방을 나오다.

열등감인지 자격지심 때문인지 주변 사람들과 거리를 조금 두어야겠다고 생각한 지 시간이 조금 흘렀다. 사람들을 만나 답도 길도 없는 이야기를 하며 하소연을 하는 내 모습도 싫었다. 대화를 통해 결론을 내린다 해도 내가 진짜 그 결론을 받아들이고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계획하고 실행하고 성과를 내고 피드백을 하는 삶의 방식이 나에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마음이 힘들다는 이유로 나에게 면죄부를 주며 사는 대로 살았다. 그냥 사는 대로 살아진 지금이 꽤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책을 읽고 아이와 이야기하며 잠드는 날보다 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며 다음날 기억도 못할 내용들을 엄지로 쓱쓱 넘겨가며 도저히 잠을 자지 않으면 안 될 시각까지 버티는 날들이 많아졌고, 새벽을 통해 치유했던 사색의 시간은 없어지고 5분 더, 10분 더를 외치며 겨우 지각을 면할 시각에 일어나고, 건강하게 요리하고 운동하는 것보다는 라면을 소비하는 시간이 늘어갔다. 


망가진 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쉽다. 그냥 이대로 두면 이렇게 유지가 된다. 하지만 변화는 어떤 계기와 결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에 용기와 다짐이 필요했다. 우선 남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하는 일을 그만두고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말아야 했으며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야 했다. 그 시작으로 단톡방을 모두 나왔다. 메시지가 와있을까 궁금해서 아이와 이야기하다 말고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어떤 일을 할 때 집중하지 못하고 내가 놓친 연락이 없나 살펴보는 것을 멈추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간 사이사이에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의외로 단톡방 없이도 살아갈만했고 연락을 이어갈 사람들은 개인메시지로 필요할 내용만 연락을 한다.


그리고 다시 새벽에 일어나 이렇게 다짐의 글을 쓴다. 쉼과 휴식을 나태와 동일시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게 뭔지를 찾기 위해. 삶의 진정성이나 원대한 꿈같은 거창한 용어는 조금 오글거리고 나와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냥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과거의 하루를 어떻게 반성하고 내일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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