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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B Jun 14. 2016

우리가 런던을 즐기는 방법

영국 Day-3

아침을 든든히 챙겨먹고 숙소를 나섰다.

여전히 날씨는 꽤나 쌀쌀 했지만 든든히 챙겨입은 덕분에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늘의 첫 일정은 대영박물관이었다. 원래 박물관에는 관심이 많았고 영국의 대부분의 박물관이나 갤러리는 입장료가 무료인 경우가 많았다. 한국관이 개설되어 관심을 모았던 대영박물관에는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이집트관의 미이라들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박물관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시설이 깨끗했다.

첫 입구부터 나를 설레게 하는 고대 유물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한국관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방문객이 거의 없어서 찬찬히 둘러보기 안성 맞춤 이었지만 이집트관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줄지어 이동하듯이 구경해야 했다.

아직은 더 많은 것들이 남아 있었지만 문제는 고질병인 허리통증 이었다.


일을 하면서 약해진 허리가 어제 무리한 일정으로 고장나 버린 것이다.

한시간을 채 걷지 못하고 벤치를 찾아야 했는데 점점 심해져 나중에는 10분도 채 걷지 못하는 정도 였다.

때문에 눈 앞에 구경거리를 잔뜩 남겨두고 박물관 한켠에 앉아 눈물을 삼켜야 했다.

혼자서라도 둘어보라며 친구를 보낸 후 혼자 앉아있으려니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기서 더 걸었다가는 오후에는 꼼짝없이 누워있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허리통증도 힘들었지만 여행을 떠나기 직전에 허벅지에 났던 작은 뾰루지가 피로로 인해 가라 앉지 않는 것도 나를 힘들게 하는 요인 이었다. 원래 크고작은 뾰루지가 잘 나는 체질이기에 혹시 몰라 소염제등을 준비 하긴 했지만 하필이면 떠나기 이틀전에 작은 뾰루지가 허벅지 뒤쪽에 생겼다. 병원에 방문 하니 며칠뒤에 하얗게 고름이 올라오면 짜고 약을 바르면 된다는 처방을 받고 마음이 가벼웠는데 긴장과 피로가 쌓이다 보니 하얗게 올라와야할 고름이 안으로 파고들어 버렸다. 최근에는 덜 하지만 그래도 지난 10년동안 고름이 안으로 파고들어 버리는 고질병 때문에 병원에서 눈물짜던게 태평양을 이루는데 어느병원에 가야하는지도 말도 통하지 않는 먼 곳에서 재발하니 마음이 심란하고 무거웠다.


아침일찍 나섰던 길 이었는데 어느덧 점심때 였다.

우리는 영국의 대표적인 음식인 피쉬앤칩스를 먹기로 했다. 준비성 철저한 친구가 박물관 근처에 아주 유명한 가게를 알아두었다.


영국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하는 가게는 내부가 아주 작고 아담했다. 다행히 점심시간보다 약간 이른시간에 도착했기에 한켠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nod라고 적혀있는 대구 피쉬앤칩스를 주문 하고 염증때문에 술을 할 수 없는 나는 음료를, 친구는 맥주 한캔을 주문 했다.

이국적인 느낌의 가게


잠시 후 우리가 주문한 요리가 커다란 접시에 가득 나왔다. 혹시 몰라 두명이서 하나만 시킨게 다행이었다.

먹는 방법을 몰라 주변을 살펴보니 우리나라의 간장처럼 생긴 검은 소스를 양껏 발라먹길래 따라해 보았지만 음식에 있어서는 한 철학 하는 영국답게 영 아니었다. 단순하게 소금을 뿌려 먹는 것이 가장 맛있었다.

겉은 바삭했고 속은 놀랍도록 부드러웠다. 생선을 입에대지 못하는 사람도 먹을 수 있을 만큼 비린내는 전혀 나지 않았다. 다른 테이블은 이 큰 생선을 한사람당 한접시씩 먹는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두명이 먹어도 충분한 커다란 피쉬앤 칩스


만족스러운 식사 후 우리는 런던브릿지에 가기로 결정했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 하자 또다른 느낌 이었다. 많은 사람들과 관광객이 뒤섞여 활기찬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관광 지도가 잘 발달 되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한참을 런던 브릿지를 찾아 헤매던 중 우리는 버로우마켓 이라는 전통시장을 발견 했다.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외국의 식료품시장은 처음 이었기 때문에 휴식도 취할겸 둘러보기로 했다.

식사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시장의 꽃은 주전부리 아니겠는가. 게다가 기름으로 잔뜩 칠해진 위가 다른 음식을 달라고 아우성 이었다. 우리는 그나마 우리 입맛에 친숙한 팟타이를 takeout해서 시장 입구의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느끼해진 속을 달래준  버로우마켓 표 팟타이


나는 허리가 아팠고 친구는 평발인 덕분에 원체 걷기에는 재주가 없었다.

유리허리와 평발이라는 환상적인 조합으로 한참을 앉아 휴식을 취하고 나니 그제서야 우리가 런던브릿지를 향해 걷던 중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배도 채웠겠다 소화도 시킬겸 다시 런던브릿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는데 왜 런던브릿지는 우리에게만 허락하지 않는 것인지 도무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한국 이었다면 택시라도 타겠건만 이곳은 머나먼 영국이다. 게다가 우리는 가난한 여행자다. 그런 사치는 부릴 수 없었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조건 걷는 것 이었다.

걷다가 힘들면 보이는 곳에 주저 앉았고 그곳을 둘러보고 장난스런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조금씩 걷다보니 저 멀리 런던 브릿지가 보였다.

이대로 이 강을 따라 죽 걷기만 하면 되는 것 이었지만 우리는 여기까지 였다.

도저히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허리와 발에 통증이 전해져 우리는 런던브릿지가 제일 잘보이는 각도에서 사진을 한번 찍는 것으로 만족 했다. 정말로 진심으로 말이다.

멀리서 볼때 더 아름다운 런던브릿지


지하철역에서 꽤 걸어왔기 때문에 돌아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 광장 한켠에 있는 담장 위에 늘어져 버렸다.

이제는 앉아 있기도 벅찰만큼 지쳐서 우리는 그대로 뒤로 누웠다.

파란 하늘과 살랑거리는 바람을 그대로 느끼며 한참을 그곳에 누워 있었다.

오늘 숙소를 떠나온지 몇시간 만에 가장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어제보다도 더 빨리 숙소로 돌아왔지만 더 빨리 잠이 들었다.

푹신한 침대가 까마득히 나를 덥쳐 왔다.


지도를 보면 이 길이 맞는 것 같은데 걷다보면 지도를 벗어나는 이상한 길찾기실력 덕분에 바로 코 앞에 두고 한시간을 빙 돌아 걷는 것을 하루종일 했더니 이제 런던시내가 내 집 마냥 친숙 했다.

숙소를 앞에두고 아파트 단지를 빙빙돌아 도착한 것을 보면 우리도 문제지만 길도 이상한것 같다.


내일은 오늘보다 빨리 길을 찾길 바라며 오늘도 숙소에서 가장 빨리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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