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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B Aug 31. 2016

여자는 역시 쇼핑이지!

영국 Day-4  

오늘은 특별한 일정이 없었다.

하지만 영국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 는 없는 법이다.

영국하면 대표적인 것이 에프터눈 티 아니겠는가. 영국은 다양한 홍차로 유명하다.

홍차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특유의 화장품 냄새같은 독특한 풍미도 좋아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떫어지는 그 맛도 유쾌한 것은 아니었다.

런던에는 다양한 티 를 파는 유명한 곳이 두 곳 있다.

'포트넘 앤 메이슨' 과 '위타드' 이다.

 

그 중에 조금 더 대중적이고 많이 찾는 곳은 포트넘 메이슨 이지만 위타드의 장점은 소량으로 원하는 만큼만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느 곳이나 원하는 만큼 중량으로 구매가 가능하지만 소량 구매는 위타드가 조금 더 유명하다고 할 수 있다.  포트넘앤 메이슨이 위치한 pcadily circus역은 화려하고 활기넘치는 쇼핑거리로 유명하다. 다양한 광고판들이 어우러지면서 특유의 밝은 느낌 도 가지고 있다.

피카델리 광장을 대표하는 광고판


피카델리 광장에서 홍차가게로 향하기전 출출해진 배를 채울만한 음식점을 찾기로 했다.

영국은 피쉬앤칩스 외에는 보기에도 힘든 정어리파이라던지 하는 괴상한 음식 말고는 대표하는 음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그만큼 런던시내에는 다양한 외국 음식을 파는 곳이 있다. 오히려 한번 더 피쉬앤칩스를 맛보고 싶은 우리에게 피쉬앤칩스 전문점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거진 한시간 가량을 온 골목을 돌아다니고 나서야 점심을 먹을 곳을 결정 할 수 있었다.

아주 평범한 펍 처럼 보이는 가게였다. 밖에서 내부는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특유의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 내부도 생각처럼 그리 밝은 느낌은 아니었다. 유럽의 대부분 가게는 맥주를 취급하고 사람들은 음료수를 먹듯이 식사와 함께 맥주를 즐긴다. 때문에 밝은 대낮에도 가벼운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다못해 패스트푸드점에서도 맥주를 판매하니까 말이다.

우리가 들어간 곳도 식사와 함께 맥주를 가볍게 즐기는 펍이었다.

아직 점심시간 전이라 내부는 조금 한산했다. 탄수화물을 사랑하는 친구는 피쉬앤칩스는 이제 느끼해서 못먹겠다며 브로또를 주문했고 튀김을 사랑하는 나는 피쉬앤칩스를 주문했다.

곧이어 음식이 나왔을때 우리는 깜짝놀랐다. 우선, 접시가 어마어마하게 컸다. 접시만 큰가, 음식도 컸다.

가격은 각각 약 10파운드.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약 17,000~18,000원 정도 이다. 물론 싸다고는 할 수 없는 가격이지만 10파운드에 이정도 양과 퀄리티면 지불할만 하다고 느꼈다. 한국에서 이정도 가격으로 이만한 양과 가격의 음식은 아마 찾아보기 어려울 테니까 말이다. 한국은 비싸면 양이 적은데 여기는 비싸면 양도 많구나 하는걸 느꼈다.

음식맛도 훌륭했다. 브리또는 특유의 독특한 향이 났기 때문에 내 입맛에는 그리 맞는 편은 아니었지만 기본적으로 맛은 좋았다. 양도 푸짐해서 먹다가 지쳐서 포기할 정도였다. 피쉬앤칩스는 내가 먹어본 그 어떤 튀김보다도 맛있었다. 겉은 굉장히 바삭한 반면 그 속은 너무나 촉촉했고 비린맛은 전혀 나지 않았다. 어제 먹었던 것이 도톰하고 폭신폭신한 느낌이라면 오늘 먹은 것은 조금 더 바삭한 느낌이었다. 결론은 둘다 맛있고 튀김은 신발은 튀겨도 맛있다는 것이다. 이 커다란 것을 열심히 먹고 또 먹는 사이 펍에는 제법 사람들로 가득찼다. 한산할때는 몰랐는데 그래도 꽤 맛있는 집이 맞긴 한가보다. 솔직히 말하면 꽤 맛있는 집이 아니고 정말 맛있는 집인것 같다.

생선자체도 컸지만 함께나오는 감자튀김도 두툼하고 많은 양이 이었음에도 불고하고 콩알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싹싹 비워냈다.


만족스러운 식사 후 다시 포트넘앤메이슨을 찾기위해 길을 나섰다. 런던이 유명한 것 중 또 하나는 바로 뮤지컬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뮤지컬을 보기위해 런던을 찾는 다는 말도 거짓이 아니다. 숙소에 함께 묶는 사람들 중에 뮤지컬 한편정도 안본 사람들은 아마 우리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쉽지만 우리는 런던에서 뮤지컬을 보지 못했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경비 였다. 뮤지컬 관람료는 비싸다. 우리나라에서도 뮤지컬은 비싸지만 런던은 물가와 함께 더 비싸다. 학생할인을 받거나 예매할인 등을 받아도 10만원 이상부터 이다. 나는 지레 겁을 먹고 포기했지만 친구는 원래 뮤지컬이나 공연을 나보다도 더 좋아했기 때문에 미련이 남았는지 이곳저곳 티켓박스를 기웃거렸지만 마음에 드는 작품과 가격대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사실 런던의 뮤지컬중 라이온킹은 그중에서도 단연 유명했기 때문에 그 작품은 꽤나 보고싶었지만 가격뿐 아니라 우리가 움직이려던 범위밖을 벗어난 먼 곳에 위치 했기 때문에 더 빨리 포기해 버렸다. 지금이라면 가격이 어떻고 거리가 얼마든간에 당장 구매했을 테지만 그 때 우리는 여행길이 초보였고 무엇이 남는지 어떤것을 해야하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그래서 영국이 더 기억이 남지만 말이다. 원래 계획은 친구는 어떤것이든 뮤지컬을 보고 나는 그 동안 혼자 거리를 둘러보거나 카페에서 휴식을 하면서 따로 시간을 보낸 후 다시 만나 숙소로 돌아가는 것 이었다.

하지만 티켓오픈을 기다리며 잠시 들린 곳에서 우리의 계획은 무너지고 말았다.


영국 브랜드 하면 소녀스러운 감성의 캐스키드슨이 대표적이다.

포트넘엔메이슨 매장 근처에 자리잡은 캐스키드슨 매장은 지하부터 지상1층 까지 꽤 넓은 평수를 가지고 있었고 취급하는 물품도 주로 가방이나 파우치 정도인 우리나라에 비해서 크게는 쇼파까지 광범위한 물품을 취급하고 있었다. 원래 딱히 좋아하는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수수하고도 화려한 꽃무늬 앞에 무장해제 했다.

우리도 여자라고 꽃무늬 가득한 공간을 보자 말그래도 '어머 이건사야되!'라고 외쳐야 했으니 말이다.


가게문을 나서고 나니 발에는 신발이 양손에는 지갑과 파우치가 들려있었다. 그것도 똑같은 커플신발 커플 파우치다. 생각지도 못한 쇼핑에 갑자기 신이난 우리는 그만 뮤지컬티켓따위는 던져버리고 말았다.

그깟 뮤지컬 어차피 영어라서 대사도 못알아 듣는데 그게 대수냐는 심정으로 말이다.


그리고 드디어 포트넘앤 메이슨 가게를 찾았다. 주변에서 공사를 하고 있던 탓에 가려져 한참을 찾아헤맸지만 들어서는 순간 감탄 할 수 밖에 없었다.

여심을 자극하는 포트넘앤메이슨

넓은 매장안은 꽃과 화려하면서도 수수한 색으로 가득차 있었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갖자기 차 향이 코끝을 자극하고 턱시도를 갖춰입은 직원들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마치 중세유럽의 어느 귀족부인의 티 타임에 초대된 기분이었다. 1층에는 다양한 티를 팔고 2층에는 직접 에프터눈 티를 마시며 맛을 음미할 수 있었지만 에프터눈티는 생략하기로 했다. 홍차는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이 많은 티 중에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 이었다. 너무 많은 종류와 아름다운 케이스들이 서로 자신을 초이스하라며 아우성 치는 것 같았다.

특히 회전목마가 그려진 둥근 케이스에 담겨진 차가 나의 시선을 끌었는데 큰 틴케이스는 그 자체가 오르골 이라서 케이스 지붕쪽을 잡고 몇바퀴 돌린 후 놓으면 아름다운 소리가 났다. 정말 가지고 싶었지만 비싼 가격 뿐 아니라 차지하는 부피도 무시할 수 없어 내려놓아야 했다. 대신 홍차 특유의 냄새를 줄이고 과일향을 첨가한 과일향홍차티백셋트를 바구니에 담았다. 티백으로 만들어진 것 말고 말린잎 으로된 티나 다른 것들도 구매하고 싶었지만 괜히 사뒀다가 먹지않는것 보다 가벼운 맛부터 시작하는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홍차 말고도 말린 과일 차 나 쟈스민차 등 다른 종류의 차도 종류가 많았다. 원래 캐모마일을 좋아해서 한 케이스를 살까 말까 고민하다 말린 과일차에 호기심이 갔다. 향을 맡아보고 싶었는데 둥근 케이스안에 봉인되어 있어서 코를 가져다 대니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다시 선반위에 올려두는데 직원차림을 한 나이 지긋한 신사한분이 다가와 뚜껑을 열어주셨다. 사실 완전 봉인 되어 있어서 마지 통조림통을 열려면 통조림따개가 필요한것 처럼 봉인되어 있는줄 알았는데 손으로 잡아 뚜껑을 뽑아내는 바람에 깜짝놀라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직원분은 점 잖게 웃으며 한번 열어보라며 건네주셨고 어색하게 건네받으며 열어보니 '굿잡'을 외치며 박수까지 쳐주셨다. 괜한 뿌듯함이 들어 초이스 했다. 사실, 잠깐 맡았던 향이 너무 좋아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달콤하면서도 말린 자두와 같은 상큼한 향이 코끝을 찌르듯이 풍겨왔다. 후에 집에 돌아와 두 제품 모두 맛을 보았을때 왜 내가 이것들만 사온건지 땅을 치고 후회했다. 홍차의 맛은 부드럽고 과일향이 진하지 않아 나같은 홍차 초보자들도 무리없이 즐길 수 있었고 과일차는 시원하면서도 새콤해서 더운 여름에는 그만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과일차에서 나던 새콤함은 히비스커스라는 꽃 잎을 말린 차 인데 색은 오미자색를 우린것 처럼 아주 선명한 붉은 빛이고 맛은 아주 새콤하다. 아직우리나라에서는 대중적인 차가 아니라 나도 우연히 알게된 차 지만 이 글을 보는 누군가에게 꼭 추천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차다.


신나게 이것저것 사고나서 가까운 공원을 찾아 지친몸을 좀 쉬었다.

600만원으로 40일이 넘는 일정을 계획했고 식사한끼 뮤지컬 한편 살 돈 아끼느냐 맘껏 즐기지 못했지만 우리도 여자인가 보다. 쇼핑하나만으로 꺄르르 웃으며 아주 신이났다.

뮤지컬 안봐도된다. 그거 본다고 손에 남는건 종이에 불과한 티켓한장. 대신 이만큼이나 샀다며 싱글벙글이다.


그래놓고 차비를 아끼겠다고 숙소까지 걸어가는데 오지랍 넓은 런던아저씨가 물어보지도 않은 길을 찾아주겠다고 약도로 설명해 주셨지만 도저히 못알아듣고 포기한 우리도 참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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