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정하면서 이제는 정말 이 나이가 맞나 싶어서 네이버에 나이 계산까지 검색했다. 체감 상 몇년 째 마흔살인 거 같은데, 나이 계산법이 또 바뀌면서 아직도 마흔이 아니란다. 그러나 사회 통념 상 마흔은 훌쩍 넘었으니, 앞으로는 마흔이라고 해야겠다. 아주 딱 떨어지는 게 마음에 든다.
진로 고민은 십대 후반에나 하는건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평생 할 모양이다. 사실 올해까지 써내야할 웹소설 계약이 3개나 있지만 다른 일도 조금씩 해보기로 마음을 정한지 한달 째다. (괜찮은 거 맞겠지..?) 웹소설 작가들 대부분 겸업을 하니 아마.. 괜찮은 거 맞을거다. 다른 일을 하기로 정한 이유는 집에서 칩거하며 글만 적는 생활이 의외로 나에게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로 이사온지 1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정말 사람도 전혀 안만나고 글만 써댔다. 차는 반년째 타지않아 먼지가 앉았고, 시력이 마이너스로 떨어져 안경을 맞췄고, 슬슬 살이 찌고 몸이 축나기 시작했다. 당연히 내가 잘 관리를 못한 탓이지만, 글을 쓴다는 일이 그렇더라. 대단한 글을 쓰는 것도 아니지만, 그 세계에 갇혀서 옴싹달싹 못하고 지내게 된다.
어떤 일을 할지 정하는데 있어 가장 먼저 알아야할 건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일할 때 나는 어떠할까? 십 몇년을 이리저리 일하면서 깨달은 나의 가장 큰 장점과 단점은 이러하다.
장점
-뭐든 빨리 배우는 편이다.
-추진력이 좋다.
단점
-일에 금방 싫증낸다.
-인간관계에 스트레스를 받아한다.
이것 말고도 수많은 단점이 있겠지만, 사회적 체면을 고려해 ㅋㅋ 두개만 적어보기로 한다. 그리고 저 단점이 일을 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치명적이기도 하니까.
"얜 뭘 하든 곧잘 잘하는데, 끈기가 없어요."
20대 초반에 친구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해주는데, 친구가 대뜸 한 말이다. 왜 굳이 안좋은 이야길 하나 기분이 안좋아져 뒷끝 많은 내가 아직도 기억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의 장단점을 그대로 꿰뚫은 말이기도. 20년 넘은 친구는 역시나 나를 잘 알고 있다.
혼자 일하는 게 편해서 20대 중후반부터는 계속 혼자 일했다. 지금이야 코로나와 기술발달로 프리랜서나 재택근무가 흔한 편이지만, 예전에는 그렇지않았다.
프리랜서 마케터로 일하는 동안에도 회사에서 출퇴근을 요구하거나, 회사 소속이 되기를 요구한 적도 많았다. 무늬만 프리랜서지, 결국에는 편히 써먹고 버리는 계약직인 셈이다. 그래서 스마트스토어를 하기로 맘을 바꾼 것도 있었다. 이래저래 재택근무가 당연하게 여겨진 요즘은 운이 좋다고 느껴진다.
치명적인 단점. 그리고
실증을 잘 내는 나지만, 회사 생활까지 합치면 거의 10년을 마케터로 살아왔다.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보면, 마케터는 내 장단점을 가장 잘 아우르는 직업이었다. 마케터는 그 누구보다 트랜드에 민감하고 여러가지를 다루는 사람이다.
10년간 얼마나 많은 마케팅 채널이 인기를 얻고 사그러들었는지 생각해보면 금방 알 것이다. 10년전 대행사에서 일할 때, 티스토리 블로그나 페이스북 채널을 다뤘다. 요즘 페이스북을 마케팅 채널로 사용하는 기업은 젊은 층 타깃이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일도 프로젝트별로 따내는 경우가 많아, 업체도 채널도 매번 바뀌기에 하는 일도 가지각색이다. 대기업의 페이스북을 관리하다가도 어학원의 랜딩페이지를 만들고, 공기업의 언론 홍보를 했다. 갖가지 일을 하다보면 결국 여러가지 마케팅 채널과 툴에 익숙해질 수 밖에 없고, 그럴 때는 뭐든 빨리 배우는 내 장점이 드디어 빛을 발하게 된다. 그래서 앞으로 세상이 또 얼마나 빠르게 변한다 하더라도 딱히 무섭진 않다. 툴만 다를 뿐이지, 본질은 똑같기에 툴만 배우면 될 뿐이다.
지금이야 정보가 흔하지만, 아무 정보도 없었던 6년전, 구매대행이나 스마트스토어 운영, 제품 소싱 모두 독학으로 배웠다. 사실상 잘 소싱한 물건 하나 덕분에 외국에서 3년간 놀고먹으며 지낸 셈이다. 게다가 그 시절 영상 4개를 올린 유튜브가 구독자 천명 가까이 나오기도 했다.
웹소설도 말할 것도 없다. 몇 편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무작정 쓰기 시작해서 한달 뒤에 계약을 따냈다. 정신 놓고 일단 시작하고보는 내 추진력이 크게 한 몫한 사례들이기도 하고, 툴만 다르지 본질은 같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편의상 나는 나를 마케터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콘텐츠 기획자와 메이커에 가깝다고 여긴다.
마케팅 대행도 대부분 sns컨텐츠나 블로그를 기획하고 작성하는 일이고, 스마트스토어도 제품을 기획하고 상세페이지를 만드는 일이 주였다. 웹소설 또한 스토리 기획과 작성이 역시 주가 된다. 결국엔 툴만 다를 뿐이지 내가 10여년 간 했던 일은 기획, 그리고 기획한 것을 만드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셈이다. 나는 이러한 일로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때마다 도파민이 팡팡 터져나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진로고민은
끝났냐고?
ㅇㅇ. 하던 거 계속 해야지. 그런데 대행은 말고, 앞으로는 내 브랜드를 해보기로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는 계속 올릴 예정이니 자주 찾아와주시라. 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