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떠생, 책을 읽고 떠오른 직장인김씨 생각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읽어야 할 손자병법을 읽고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30대에 병상에서 수천권의 책을 읽고 유일하게 고른 책, 손자병법이다. 나에게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삼국지'를 읽으며 오버랩이 된 것이 손자병법 관련 학창시절 경험이고, 입사 초기 1년 100권 읽기를 도전하면서 손자병법을 접했을 때는 일과 관련되어서 많은 고민을 하게 해주었던 책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막 40살이 된 지금 손자병법은 나에게 또 다른 화두를 던진다. 나의 삶과 미래에 대한 준비. 삶은 고통과 도전의 연속이다. 행복 또한 고통과 도전의 끝에 얻어지는 과실이라고 믿는다. 아마 나의 20,30대는 고통과 도전이 많았기 때문이라 추측한다. 어려운 형편이었으나 하고 싶은 것은 많아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해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덜 자고 더 움직이며 살아왔다. 그런 나에게 40대 시작은 상대적으로 더 여유롭다. 그래서인지 30대와 40대에서 만난 손자병법 또한 다르게 다가온다. 30대에 손자병법은 나에게 일을 어떻게하면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줬다면, 40대에 읽은 손자병법은 나에게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이며, 어떤 삶을 사는 것이 의미있는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다. 아마도 철학서는 그대로이나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과 같은 이유일테다. 관찰자의 존재로 인해 철학서가 결정된다는 것은 양자역학이나 우주의 비밀과 같이 흥미롭다.
지피지기(知彼知己)와 지천지지(知天知地) 두 단어가 가장 와닿았다.
지피지기(知彼知己)에서 지피는 상대방이 아니라 내 삶의 목표, 방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삶의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하지만 흘러가는대로 살것인지 목표한대로 살것인지 그것의 차이가 크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으나 쉽지 않은 것이다. 지기는 바로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나의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인지, 그런 삶을 사는데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은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은 그대로 두고 살아갈 것인지, 내가 가진 무기는 어떤게 있는지 등등 한정된 시간 안에서 선택을 해야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지피인 내 목표와 지기인 내가 가진 것들이 일치하는지를 살펴보고 내 길을 선택해 나가야 한다. 즉, 목표로하는 삶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잘 파악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정하는 과정, 손자병법에서 찾은 나의 삶을 찾는 방법이다.
지천지지(知天知地)는 하늘과 땅을 안다는 것으로 상황과 흐름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내 삶의 방향을 정하는데 있어 환경적 요인들이 어떻게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주변에 주식으로 부자가 된 사람이 많은지, 부동산으로 부자가 된 사람이 많은지 또는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이 많은지 대기업이나 회사원으로 재테크를 한 사람이 많은지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다. 주식 부자가 많다면 그들은 주식을 추천할 것이고, 부동산 부자가 많다면 그들은 부동산을 추천할 것이다. 만약 반대로 판단한다면 내가 그 만큼 시간을 투자해 전문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대기업에 있다면 안정적으로 삶을 살아낼 가능성이 높고, 중소기업에 있다면 좀 더 역동적인 삶을 살아낼 가능성이 높다. 이 모든 것 또한 지금 주변을 돌아보고 어떤 사람과 환경에 내가 놓여있는지 파악해 어떤 사람을 더 만날 것인지 아니면 어떤 회사나 모임에 참여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지피지기를 통해 얻어낸 나의 삶의 방향과 일치해야 할 것이다.
삶의 목표를 정하고 나에게 맞는 길을 찾아서 하는 것, 그리고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은 행동하면 되는 너무 어렵지는 않은 일이다. 하지만 쉽게 되진 않는다. 이유는 귀찮기 때문이기도 하고, 혼자해야 하니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며, 한다고 내일 당장 바뀌지 않고,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고, 하지 않는다고 누군가 닥달하지 않고, 당장의 수입과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하지 못할 이유는 더 많다. 올림픽도 봐야 하고, 잠도 자야하고, 친구도 만나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하고, 드라마도 봐야 하고 할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는지 지피지기를 통해 잘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내가 드라마 작가를 할 재능이 있고 그것이 즐겁다면 드라마를 보는게 가치가 있지만, 올림픽보는 건 맞는지 판단해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살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고 뭔가 삶이 빡빡한 느낌이 든다면 그렇게 안하면 된다. 다만 행복이 쉽게 온다면 그게 행복인가 쉽기도 하다. 도덕책처럼 뭐가 맞는지는 아는데 잘 안된다. 그래서 나도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내가 과연 잘하고 있다 되물어보지만 ‘아직 안됨’이라는 답만 떠오른다.
혹시나 나처럼 고민은 많지만 아직 행동이 잘 안된다면 서로 응원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닫으려고 한다. 나도 잘해서 글을 쓰는게 아니니까. 과정이니까. 하지만 잘하고 싶은데 잘 안되는 서로 응원이 필요한 사람이라서 두서없이 쓰고 열어두고 마무리한다.
잘하고 있어. 지금까지 잘해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