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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림스케치 Apr 04. 2022

일회용 비닐장갑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이유

제로웨이스트 살림법

    




  일회용 비닐장갑이 없던 시절은 손으로 음식을 만들고, 나물을 무치고, 김치를 담급니다. 손에 묻은 양념은 받아놓은 쌀뜨물에 씻어 내면 손에 밴 양념 냄새까지 씻겨집니다.

  추운 겨울 항아리에 넣어둔 묵은지를 꺼낼 때 엄마의 투박하고 쩍쩍 갈라진 손이 항아리 속으로 불쑥 들어갑니다. 재빠르게 반포기를 꺼내어 도마 위에 올리고 쓱쓱 쓸어내는 데 1분도 걸리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는 받아놓은 쌀뜨물에 휘리릭 손을 씻고 썰어 놓은 김치를 부엌 쪽문을 통해 안방으로 넘겨줍니다. 쪽문에 턱을 괴고 엄마의 튼 손을 지켜보며 비위생적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엄마의 맨손으로 썰어주는 김치와 조물조물 무쳐내는 나물에 어릴 적 우리는 짧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맛있다는 표현을 하였지요. 그때 그 시절 모든 음식을 맨손으로 만들어도 배탈이 나거나 장염에 걸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답니다.


  요즘 아이들은 그때랑 다릅니다. 우리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비닐장갑과 함께 적응해 갑니다. 식당에서 아기 기저귀를 교체하는 젊은 엄마의 손에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있는 걸 보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저도 아이에게 비닐장갑을 끼고 음식을 먹였으니까요. 그렇게 자란 아이는 당연히 엄마 손보다 비닐장갑이 더 깨끗하고 위생적이라고 인식이 된 듯합니다. 맨손으로 떡을 잘라주면 “엄마 손 씻었어?”라고 매섭게 쬐려 봅니다. 닭다리를 찢어 입에 넣어주면 “비닐장갑 없어? 내가 포크로 먹을게. 그건 엄마가 먹어.”라고 말합니다. 서운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제가 그렇게 키웠으니까요. 엄마인 제가 그렇게 길들였으니까요.

 

  우리 엄마는 나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는데 나는 왜 이러고 살지? ‘환경 탓이야!’ 그렇게 저는 핑계만 대며 살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빠른 시일 내에 비닐장갑을 다 쓴 후 김치를 꺼내지 않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한심하더군요. 씻은 묵은지 먹고 싶다는 가족의 요청에도 그냥 있는 반찬 먹자며 회유하고 있고요. 비닐장갑이 소진되면, 휴지 떨어진 것처럼 불안 불안하고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비닐장갑이 없으니 김밥 만들어 먹는 것도 주저했습니다. 그때 중독이란 진단을 스스로 내렸습니다. “이건 분명 중독이야!”

 

<콩고물에 쑥떡 버무림>




  중독에서 완치되기까지 2년이 걸렸습니다.

  휴지처럼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어 버린 일회용 비닐장갑은 꼭 필요한 곳에 사용되면 참 좋은 제품입니다. 하지만 전 통제가 안 되더군요. 그래서 처음 1년은 20매 소량만 사서 꼭 필요할 때만 써야지 하고 서랍장 한켠에 소중하게 보관했습니다. 꿀 항아리를 숨겨놓고 먹고 싶을 때만 꺼내어 먹는 것과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김치 씻을 때, 날고기 만질 때만 써야지 했는데 어떻게 되었을까요? 자제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1주일 만에 20매 동이 났습니다. 김밥, 잡채를 할 때도 스스럼없이 꺼내더군요. 20매를 다 쓰고 일부러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버티고 버티니, 어느 날 금단 현상이 오더군요. 닭발 발라 먹을 때 “아~ 비닐장갑 딱 한 장만 있으면 예쁘게 발 골 할 수 있는데!”


  그리고 고기를 양념에 조물조물하고 싶어 또 20매를 구매합니다. 다 쓴 후 또 버티고 그러길 1년 동안 샀다 안 샀다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구매를 중단합니다. 없이 살아보자 마음먹고 1년을 비닐장갑 없이 버텼습니다.

어땠을까요? 신기하게도 적응되니 없어도 다 살아지더군요. 중독에서 완치되기까지 2년이 걸렸지만, 지금은 비닐장갑 없이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비닐장갑이 아닌 진짜 제 손을 찾았습니다.      


<봄 떡! 쑥떡>




Tip: 1. 잡채 무침

  소량의 잡채는 갖은양념을 넣고 나무젓가락으로 버무립니다. 스테인리스 젓가락은 미끄러워 버무리고 나면 손이 아플 수 있어요. 젓가락질이 힘들면 큰 통에 모든 재료를 다 넣은 후 살살 흔들어 섞어도 됩니다. 양이 많으면 손이 투입됩니다. 뜨거운 재료를 한 김 식힌 후 두 손을 넣고 골고루 나물을 섞으며 버무립니다. 간을 볼 때 당면과 갖은 나물을 손바닥에 얹어 한입에 쏙 넣으면 참 맛있어요. 손의 온기에 의해 양념이 골고루 스며들어 손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2. 나물 무침

  생채와 나물은 많은 양을 무치는 게 아니어서 대부분 나무젓가락을 사용합니다. 양이 많으면 나누어 무쳐내면 평소의 맛에서 어긋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된장을 넣어 양념할 경우 손으로 조물조물 버무려야 나물에 간이 스며듭니다. 그럴 때는 다섯 손가락을 이용해 조물조물 손의 온기를 더합니다. 꼭 참기름은 마지막에 뿌려줍니다. 그러면 손에 참기름이 묻지 않아 좋습니다.

간을 내는 소금, 간장, 된장 등을 참기름과 함께 넣어서 버무리면 맛이 중화되어 짠맛이 덜합니다. 그러면 싱겁게 느껴져 또 간을 하게 되니 꼭 참기름은 마지막에 넣습니다.      


3. 김밥 말기

  김말이 없이, 김밥은 말아도 비닐장갑 없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적응되면 정말 편합니다. 맨손으로 말면 자를 때 장갑을 벗었다 꼈다 할 필요 없습니다.

 비닐류는 뜨거운 열에 닿으면 환경호르몬이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뜨거운 밥을 만질 때 비닐장갑보다 손이 더 위생적이지 않을까요? 물론, 김 위에 뜨거운 밥을 얹을 때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숟가락에 참기름을 묻혀 밥을 뜨고 김 위에 얹으면, 찰진 밥알이 숟가락에 붙어있지 않아요. 밥을 넓게 펼칠 때도 숟가락을 이용합니다. 펼쳐놓은 뜨거운 밥이 어느 정도 식을 때 열 손가락을 이용해 김 여백에 밥을 채우고 김밥 재료를 얹고 손으로 돌돌 말아줍니다.      


4. 김치 담그기

  소금에 절여둔 깍두기는 체에 밭쳐 물기를 빼 줍니다. 미리 만들어 숙성해둔 양념장을 넣고 숟가락 두 개로 버무려 줍니다. 이때 숟가락 두 개는 두 개의 손이 됩니다. 손에 상처가 있거나 까진 부분이 있으면 손이 아릴 수 있어요. 이럴 때 숟가락을 사용하면 좋습니다. 물론 손이 건강하면 맨손으로 버무리면 손의 온기로 무에 양념이 골고루 스며들어 더 맛있습니다. 배추 겉절이도

같은 방법으로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양이 많아지면 손이 투입되기도 합니다.

3인 가족이라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담기에 손과 숟가락 활용으로 충분합니다. 물론 김장철 김치는 김장용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김장합니다.      


5. 고기 양념 재우기

  고기를 양념에 재울 때 먹을 만큼만 합니다. 많은 양을 재우면 일회용 비닐장갑이 생각나기도 하고 냉동실에 들어갔다 나오면 맛이 떨어집니다.

갈비처럼 두꺼운 고기는 넓은 주걱으로 버무리고, 불고기처럼 얇은 고기는 소스를 붓고 냉장 보관하면 밤새 양념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바로 먹을 두루치기 종류는 양념에 재우지 않고 즉석에서 볶으면서 양념을 넣어주면 되니 숟가락만으로 충분합니다. 뼈가 붙은 고기 종류는 오히려 비닐장갑이 불편하기도 합니다. 장갑을 끼고 버무릴 때 비닐이 뼈에 찢기는 난처한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조각 비닐을 찾는데 애쓴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고기 양념 재우기는 비닐장갑 대신 주방 조리 도구를 활용합니다.     


<맛있는 쑥떡>




  엄마들의 예쁜 손을 보호하기 위해서일까요? 음식의 위생을 위해서일까요? 일회용 비닐장갑이 등장했을 때 정말 대단한 발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찌나 편리하고 좋던지 겨울에 손 틀 일도 없습니다. 쌀을 씻을 때도 손에 물 묻는 게 싫어 비닐장갑을 툭 뽑아서 사용하니까요. 어느 해 치킨집에 가니 포크 대신 비닐장갑을 건네던 때가 있었어요. 아이디어 좋다며 칭찬했었지요. 그리고, 잠깐 이용하는 주유소에 가도 일회용 비닐장갑이 구비되어있습니다. 물론 정전기 방지용이긴 하지만 비닐장갑 대신 물 넣은 분무기를 대체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당연하듯이 사용하고 버리고를 반복해서 그런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수많은 쓰레기 더미가 산이 되어 자연과 사람을 위협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심각한 상황이 올 줄 그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쌓여가는 쓰레기를 볼 때마다 집에서 배출하는 쓰레기를 하나씩 줄이고 싶었습니다. 비록 한 가정에서 배출하는 쓰레기가 얼마나 되겠냐 만은 이것이 모이고 모이면 쓰레기 산이 되기에 묵묵히 하나씩 실천해 나가기로 자신과 굳은 약속을 해 봅니다. 나의 작은 시도는 언젠가는 큰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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