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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익명 Jan 03. 2019

14F를 마무리하며

나는 지금 공항이다.

작년 중순부터 진행하던 일사에프 프로젝트를 2018년과 함께 마무리하고 나왔다. 브랜드를 론칭하는 과정에서 아프기도 많이 아팠고, 아픈 만큼 공도 많이 들여서, 마지막엔 정말, 레알, 진짜, 시원섭섭하고 아쉬웠다.


작년 3월 즈음, 일사에프 팀 합류 제안이 왔을 때, 함께 할 팀원들을 믿고 기꺼이 수락했다. 혼자서 외주를 받아 진행한 단기 프로젝트는 꽤 있었지만, 제대로 협업할 줄 아는 사람들과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프로젝트는 또 다른 경험일 것 같았다. (솔직히 '팀원 간 협업'이라는 면에서만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면 이것은 대성공한 프로젝트다. 팀워크 외적인 측면으로 본다면... 이 프로젝트는 실패했다고 냉정하게 말하고 싶다.)


매일 콘텐츠를 만들 때마다 '뉴스를 서비스한다'는 생각으로 스크립트를 쓰고, 촬영을 하고, 자료화면을 찾고, 편집을 했다. 그래서 많고 많은 소셜미디어 뉴스들 중 왜 하필 일사에프를 골라서 봐야 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는 뉴스를 거의 팔다시피 하니까요! 이제 뉴스가 그냥 정보 전달만 하는 시대는 아니잖아요?"


저희는 뉴스를 가공해서 팝니다!


아이템 셀렉부터 영상 구성까지, 혹여나 지루할 틈이 1초라도 있을까 매 순간 고민하면서 어떻게든 아이템이 잘 '팔리는' 데 집중했다. 그게 그저 자극적이고 조회수를 위해 낚시하는 콘텐츠에서 머무는 게 아닌, 재미도 있으면서 내용까지 알차도록, 그래서 보는 사람이 남는 게 있도록 하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했다. 이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지금도 어렵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이 중요한 문제를 더 흥미롭게 보고, 전파시킬 수 있을까? 그 고민의 결과는 이런 스크립트로 나왔다.


CJ 대한통운 택배기사 파업 소식을 전할 땐  '우리가 받는 택배'랑 연관 지었고, '을지로'얘기를 할 때는 '힙함'을, 유튜브의 노 필터링 광고제도에 대해 얘기할 땐 매일 우리를 괴롭히는 '저질 게임 광고'로 연관 지었다. 글 기사로 읽었으면 중간에 이탈했을 법한 내용들을 어떻게든 붙잡아두고 강제로(?) 읽게 하려 노력해봤는데, 보는 사람들은 어땠을지 모르겠다.


짧은 시간 안에 핵심만 전달하는 스크립트는 쓰기가 상당히 어렵다. 다년간의 내공이 필요한 일이다. 글로는 몇 문장 쭉 쓰면 되는 걸 화면 구성과 함께 부드러운 언어로 구성하는 일이다. 이게 참 생각보다 많은 노동량을 필요로 한다.


항간에선 이런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한다. 그 3분짜리 콘텐츠 만드는데 인력이 왜 이렇게 많이 필요하냐고. 그분들은 이런 얘기를 하면 놀랄지도 모른다. "당신들이 많다고 했던 그 인원은 최소한의 인력입니다." 과감한 투자 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한다? 그것만큼 멍청한 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인력에 이 정도 퀄리티가 나오는 거에 대해 14F팀의 역량이 부족하다 등의 말을 할 순 있다. 하지만 '3분짜리 영상'에 '이만큼의 인력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건 헬조선식 사고방식이다.


무튼 일사에프 만들면서 이런저런 구설수도 많이 듣고, 이걸 누가 봐?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결과는 결국 인게이지먼트가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정식 론칭한 지 5개월 만에 페이스북 팔로워가 3.5만 명이 넘었고, 좋아요도 적게는 2~300개, 많게는 1천대가 넘는 것들도 종종 볼 수 있다. 게다가 시청 유지 시간을 계속해서 늘려나가는 형태가 무엇인지 매일 그 답을 찾으며 스크립트를 쓰고 있다. 일사에프를 대체할 '영상'보다 더 빠르게 볼 수 있는 '글 기사' 형태의 '뉴스를 파는' 밀레니얼 저격 매체가 생기지 않는 한(ㅎㅎ), 일사에프는 계속해서 선방할 거라고 감히 생각해본다.


이렇게 론칭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브랜드가 순항 궤도에 오르게 한 데에는 경험이 다양한 팀원들의 공이 컸다. 각 분야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활약하던 친구들이 각자의 노하우를 담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서, '론칭' 자체가 가능할 수 있었다 생각한다. 일사에프 팀원 님들... ㅅ..사..사는 동안 많이 버세요~!


마지막으로 일사에프를 정말 사랑해준 분들에게 너무너무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사에프 너무 좋다고 태그 해주신 분들, 항상 우리와 댓글로 소통했던 분들, 순수한 애정 으로 쓴소리도 굳이 시간 내서 해 주신 분들, 정말 한 분 한 분이 다 소중하다.


공항에서의 황급한 글쓰기를 마치고 이제 나는 비행기를 타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러 떠나야겠다. 일사에프 안녕, 한국도 잠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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