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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wne Dec 03. 2021

윤석열의 노동관

그러니까, 모든 것을 미뤄두자. 그의 장모가 범죄를 저지르고, 그의 아내는 쓰레기 그 자체인 논문을 쓰고, 공식석상에서는 본 적도 없다는 말들도 다 미뤄두자. 그의 다양한 말실수도 정치초년이라 그렇다고 다 봐주자. 하지만 말이다, 딱 하나 그냥 봐줄 수 없는 말이 있었다. 그는 최저임금제를 두고,


"(최저임금제도가) 최저임금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고도 일할 의사가 있는 사람의 취업기회를 박탈한다"


고 말하였다. 유감스럽지만, 그리고 놀랍지만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당장 굶어죽게 생겼는데 무슨 최저임금이냐, 몇 푼이라도 받고 일하겠다는 사람은 분명히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없애면 어떤 일이 생길까?


좀 과장해서 말하면 사업주들은 임금 입찰을 붙일 것이다. "더 적게 받고 일할 사람 구함" 그럼 서로 적게라도 받을테니 일이라도 시켜달라고 사람들은 아우성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자발적 실업에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악덕기업주는 이렇게 외칠 것이다, "너 아니래도 그 돈 받고 일할 사람 많아~" 그렇게 최저임금제 철폐는 대부분의 기업주를 악덕기업주로 몰아갈 것이다. 게다가 주52시간 마져 철폐된다면 그야말로 이 나라는 꿈과 희망의 나라가 된다.


그렇다면, 과연 최저임금제나 주52시간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지금도 유연근무, 탄력근무제를 시행하고 있고 그럼에도 부족한 점은 지속적으로 경영계와 노동계의 의견을 반영하여 고쳐나가야 한다. 하지만 최저임금제 자체 때문에, 주52 시간제 자체 때문에 기업을 유지하기 힘들다면 유감이지만 그 기업은 문을 닫는게 옳은거 아닌가. 결국 직원을 쥐어짜고 인건비 착취해서 기업을 운영한다는 말이 아니면 무엇인가. 그런 기업이 많은게 좋은 일인가. 아니면 그런 기업이라도 있어서 착취를 당하고라도 임금을 받는게 옳은 일인가. 그런 마인드는 결국 노동의 질을 떨어뜨리고 기업의 혁신과 경쟁력을 갉아 먹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최저임금제의 철폐는 '임금을 올려줘야하니 기업은 끊임없이 혁신을 이뤄 성과를 내야한다'는 아주 초보적인 마인드 조차 필요없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작금의 일본기업들의 모습이다. 저임금으로 유지되는, 혁신의 불이 꺼진 일본의 기업들.


그 발언이 있은 후 그들이 주워담은 말들은 손톱만치도 들을 필요가 없다. 들어봤자 뻔한 말들이다. 와전됐다, 악의적 편집이다, 등등... 주4일 근무제 이야기고 나오고 있는 요즘에 19세기적 노동관, 기업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저런 말을 들은 이상, 적어도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그리고 그런 자녀를 둔 사람들은  저 사람을 찍지 말아야 하는거 아닐까, 최소한의 존엄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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