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nyol Park 박찬열 Nov 22. 2022

이태리 메모 25.

이태리메모의 마지막이 이태리가 아니라 중국에 대한 얘기가 될지는 몰랐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싼 맛에 #중국국제항공 의 항공권을 샀다(역대급으로 저렴했다... 로마 왕복에 70만원도 안되었으니) 이전에도 다른 중국 항공사를 이용한 적도 몇 번 있었다. 확실히 가격은 싸다. 하지만 이전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가격이 싸다는 것은 당연히 서비스의 질도 낮다는 뜻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큰 기대도 없었다. 그저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해주면 된다는 정도... 하지만 비행 중에 만나는 터뷸런스처럼 늘 문제는 생기기 마련이지만, 이번엔 비행기 안의 소음이나 기내식의 맛 같은 1차적 문제가 아닌 나름 심각한 비판을 제기할만한 문제였다. 서비스의 질을 평가할 때,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도 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고객의 불만을 얼마나 매끄럽게 해결해내는 것이 서비스의 중요한 척도일 텐데, 이제 한번 얘기를 풀어보겠다. 로마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은 항저우를 경유해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오전 6:15분에 항저우 도착, 9:05분 인천행을 타야 한다. 로마에서 보딩패스를 받을 때 중국국제항공을 대행하는 이태리 직원이 이상한 얘기를 한다. ‘항저우에 도착하면 짐을 찾고, 트랜스퍼를 해라’라고 적힌 메모를 보여준다. 경유, 트랜스퍼를 하면서 짐을 찾아라? 일단 이상하지만 짐을 찾고, 공항 내에서 트랜스퍼로 이동하라는 얘긴 줄 알았다. 항저우 도착... 비행기에서 내리니 갑자기 세관직원이 나를 포함한 트랜스퍼 승객에게 세관을 통과해서 나갔다가 다시 보딩패스를 받으란다. 그러려면 144시간 무비자 체류 신청을 하란다(중국은 비자가 필요한 나라다. 최근엔 경유 승객을 위해 144시간 한정 체류를 무비자로 허가한다) 근데, 우리는 중국 체류하지 않는데, 바로 연결 비행기를 타고 한국 가야 하는데, 모두 세관을 나갔다 들어오라고 한다.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인 승객도 모두 황당. 이태리 사람들도 황당하다는 표정. ‘뭐 이런 트랜스퍼가 다 있나?’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여기는 중국이니깐-.- 신청서류를 쓰고, 한국행 항공권 일일이 확인을 하고 다시 체류 허가 서류를 받는데 1시간, 짐을 찾고 입국 세관을 통과하고, 다시 짐을 부치는데 1시간, 다시 출국 세관을 통과하고 짐 검사를 받는데 또 한 시간... 사람은 얼마나 많은지~ 정말 개빡침!!!! 정말 비행기 못 타는 거 아닌가 걱정을 할 정도. 비행기 출발 10분 전에 간신히 탔다. 이게 무슨 ‘경유, 트랜스퍼’ 인가? 공항 내에서 트랜스퍼 시스템이 없으면 경유 승객을 받지를 말든지 ㅠㅠ ... 결정타가 하나 더 있다. 이번 이태리 여행에서 즐겨 마셨던 스프리츠를 만들어 먹기 위해 공항 면세점에서 스프리츠 베이스(사진에 보이는 술 아페롤)술을 두병 샀다. 트랜스퍼니깐 당연히 가지고 탔다. 세관을 통과할지 몰랐으니 가지고 내렸다. 짐을 다시 부칠 때도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액체니깐 붙여야 한다는 것을 잊었다. 트랜스퍼니깐 들고 탄다고 생각했나 보다... 결국 파국을 맞았다. 중국 출국 도장을 받고, 핸드 캐리 짐 검사를 하는데, 검사하는 직원이 이 술 액체라서 안된다고 한다. 헉-.- 이제 시간이 없어서 다시 돌아가서 부칠 수도 없다. “나는 본래 트랜스퍼라서 들고 왔다. 이렇게 세관을 나갔다 들어오는 줄 몰랐다”라고 얘기했지만, 들어줄 턱이 있나... 압수다 ㅠㅠ... 아 더 깊은 빡침!!! 세상에 이런 빡치는 경유도 처음인데, 거기다 술까지 버리고 와야 하니 정말 개빡침이 밀려왔다. 그 순간 앞으로 다시는 중국계 항공사 비행기를 안 타기로 결심했다. 돈 몇 푼 아껴보려다가 비행 내내 소음과 질 낮은 서비스에 시달리고. 여행의 끝, 안 그래도 피곤한데... 새벽부터 3시간 넘게 세관 통과를 하고 나니, 진절머리가 났다. 역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으려면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내 선택의 실수. 여행의 끝을 망쳤다. 혹여나 중국 항공사를 이용할 계획이 있으시다면 참고하세요. 특히나 트랜스퍼는 아니올시다!

끝으로 여행을 정리하며 이런 생각도 해본다. ‘우리의 서비스, 우리의 시스템, 우리의 시민의식, 우리의 친절함이 세계 수준이구나’. 오버 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는 이태리에서는 당연히 느꼈다. 여행객이 너무 많이 들이닥치니 여행객이 만고 귀찮은 게 이태리 사람들이다ㅎㅎ (이건 그래도 이해가 간다) 여행 초반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폰을 잃어버렸을 때도 느꼈다. 어려움에 처한 타인에 대한 공감 부족, 고객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 부족, 진심이든 아니든 그들의 얼굴에서 도움의 감정을 읽기는 어려웠다. 북경의 서우두(首度)공항, 상하이의 푸둥(浦东) 공항이 아시아의 허브 공항의 목표로 뛰고 있단다. 중국의 빠른 성장에 때론 걱정도 하고, 선의의 경쟁이 어떤 경우엔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겠지 생각도 해본다. 그런데  이번 일들을 겪으며 여러 생각이 든다. 세계의 공장 중국을 보며 우리나라 미래를 걱정하다가 다행히 우리의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이 떠올랐다. 시민 개인의 생각이 모여서 만들어낸 시민의식이 그 국가의 수준 이듯이, 개인의 서비스 마인드가 모여서 기업과 국가의 서비스 품질로 나타난다. 서비스는 본질은 배려다. 돈을 받고 해주는 배려가 서비스다. 한 달 해외살이를 해보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배려심, 매너, 예의가 쌓인 한국인의 서비스가 참으로 높은 수준임을 실감했다. (이렇게 서비스 마인드가 좋으니 서비스를 신분으로 착각하는 갑질 진상도 출연하는구나~ 사족이고) 하여튼 긴 해외 유람의 끝에 국뽕까지는 아니지만, 내 나라 좋은 점을 발견하고 돌아가니 그나마  마음이 훈훈하다. #여행끝 #중국항공빠이빠이 #우리나라항공사경쟁력있어 #그러니오너들갑질하지마 #이태리여행 #나의스프리츠도안녕ㅠㅠ #코로나이전의여행기

매거진의 이전글 이태리 메모 2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