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을 앞둔 예루살렘 거리 추석 연휴에 홍세화 작가가 쓴 <결: 거침에 대하여>를 읽는데 작가가 파리의 카페에서 크로와상과 에스프레소를 즐겼다는 구절이 나왔다.
정작 파리에서 크로와상을 먹어본 적도 없으면서 어쩐지 그 풍경이 눈에 그려지면서 아련하고 애틋한 기분이 들었다. 외국의 풍경을 기록한다는 게, 여행지의 특징을 전달하는 것만이 아니라 읽는 이마저 그 자리에 있는 듯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중동 여행기를 기록할 때도 그런 감정을 전하고 싶었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인기 있는 여행지는 아니지만, 또 생경한 문화와 불안정한 정세 때문에 선뜻 주변에 추천하기도 어렵지만 중동이 가진 독특한 멋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여행기록을 읽는 이들이 '이런 곳이 있으니 나중에 가 봐야겠군' 보단 '지금 어쩐지 중동을 여행하는 기분이 드네' 라는 마음이 들기를 바랐던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와 부족한 문장 탓에 그것이 욕심으로 끝나버렸지만 말이다.
모두가 중동에 가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누군가 그곳에서 운 좋게 겪었던 이야기들로 중동을 멀리서나마 경험해 볼 수 있었으면 했다.
부디 코로나19 이후 다시 여행하는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길, 그래서 실제로 그곳을 여행하는 날도 오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