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아이데이션은 어떻게 하시나요?
아이디어 회의를 준비하던 후배가 나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바로 시원하게 대답을 해주고 싶었지만,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나에게도 어렵다. 다만, 지금도 아이디어 회의 앞 막막함에 떨고 있는 광고 초년생들을 위해 나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광고는 예술이 아니다. 그렇기에 마냥 이쁘고, 재밌는 것이 통하지는 않는다.
인지도 상승, 매출 상승 등 다양한 이유로 광고주들은 광고를 한다. 따라서, 목적에 맞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보다 정직한 아이디어가 각광을 받을 때도 많다.
따라서, 아이디어를 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매 순간 브리프를 꼼꼼히 체크하며 맥락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브리프 없이 정신없이 아이디어를 내다보면, 재밌지만 왜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스러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신입들이 종종 저지르는 실수다. 물론 신입 시절의 나도 자주 이 실수를 범했다.) 이런 이유에서 재미없지만 정직한 아이디어가 광고주에게 더 잘 팔린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안 나온다고 불안해하며 아이데이션을 포기해버리지 말고, 맥락에 맞는 정직한 아이디어를 먼저 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이 실행단에 캠페인에 맞는 멋진 네이밍을 붙여보자! 실행단은 투표하기, 제품명 짓기, 후기 작성하기 같이 재미없는 이벤트 일지라도 캠페인 네이밍이 브랜드와 찰떡같이 맞으면 그 또한 달라 보인다.
어처구니없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재밌는 아이디어는 재밌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평소에 좀 더 재밌는 사람이 되어보자. 즉, 인싸가 되어보자. 인싸들은 최근 트렌드에 능하고 그에 맞는 농담들을 잘한다.
[트렌드]라는 말이 거창하지 친구들과의 대화 한 번이면 최근의 트렌드를 모두 알 수 있다.
요즘에 [ _ _ _ ] 봤어?
이 화두로 시작해 이야기 꽃이 피워진다면, 그것은 트렌드임에 분명하다. 그 화두에 조금 관심을 가져보자.
그 화두가 드라마였다면, 그 드라마를 조금이라도 챙겨보려 해보고
그 화두가 책이었다면, 그 책을 조금이라도 훑어보고
그 화두가 사건이었다면, 그 기사를 조금이라도 서치해보자.
이런 나날의 노력이 당신을 재밌는 사람으로 만들고, 그런 당신이 재밌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어제도 수십 개의 좋은 콘텐츠를 보았을 것이다. 근데 당장 오늘 아이디어는 하나도 못 내고 있다. 그리고 또 컴퓨터 앞에 앉아 또 다른 수많은 콘텐츠들을 즐기다가 아이디어 회의에 들어가겠지..
근데 내가 본 똑같은 콘텐츠로 선배나 후배가 멋진 아이디어를 들고 왔다.
분명 나도 봤던 콘텐츠였다고 외쳐보지만, 사람들은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당신은 흘려보냈고, 그들은 주워 담았다.
나는 콘텐츠를 볼 때, 흘려보내지 않고 좋았던 포인트들을 주워 담는다. 그리고 폴더별로 해당 내용을 정리해놓는다. 29cm 이유미 카피라이터가 문장을 수집하듯 말이다.
영상을 보다가 스토리 반전이 임팩트 있었던 경우, [반전] 폴더로
연출의 요소가 임팩트 있었던 경우, [연출] 폴더로
배너를 보다가 언어유희가 재밌었던 경우, [언어유희] 폴더로
감성을 자극했던 경우, [감성 카피] 폴더로
이런 식으로 카피는 카피대로, 영상은 영상대로 수집해놓는다. 그리고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순간, 해당 폴더를 들어가 보며 이번 아이디어에 하나하나 대입해본다. 그렇게 남의 멋진 아이디어를 내 아이디어로 훔치는 과정을 거듭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베끼는 것이 아니라 내 것으로 훔쳐야 한다는 것이다.
추가로 아이디어를 나만의 훔치는 팁을 알려주자면, 담당하는 브랜드의 카테고리와는 동떨어진 엉뚱한 카테고리의 카피나 캠페인을 참고해보라! 관련성이 제로이므로 베끼는 것을 사전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훔치기 위해서 그 카피나 캠페인이 좋게 느낀 포인트들을 더 깊게 생각하게 될 수 있다.
작은 팁이지만, 그동안 광고대행사 AE로 근무하며 가장 효과적이라 느꼈던 발상법에 대해 정리해보았습니다. 아이디어가 필요하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또,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아이디어 발상법도 궁금합니다. 더 좋은 당신만의 아이디어 발상법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