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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wave Sep 01. 2020

너 양아치니?

야근 중 받은 아내의 카톡

월요일 야근 중이었다.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일이 있어 ZOOM으로 밤늦은 화상회의를 마치고 핸드폰을 보니 아내로부터 카톡이 와 있었다.

 

"어디야?"


"응 회사."


"너 양아치니?"


순간 당황했다. 물론 장난스레 던진 말이겠지만 회사에서 피곤에 쩌들어 있는 내 마음에 던진 돌멩이 같은 말이었다.


이유인즉슨 맞벌이인 우리 부부는 퇴근 후 웬만하면 칼퇴를 하고 집에 가서 아이들을 봐야 한다. 아이가 두 명이기에 둘 중에 한 명이라도 늦어지면 다른 한 명이 받는 육아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아내로서는 화가 나는 일일 수밖에 없다.


더불어 지난주부터, 그리고 앞으로도 쭉 야근이 예정되어 있는 나로서는, 그것도 회사에서 시킨 것이 아니라 승진을 목적으로 자발적인 야근을 결심한 나로서는 참으로 미안한 일이었다.


거기에 첫째 아이가 감기에 걸려 열이 나고 있는 상황이다. 요즘 같은 시국에 열이 난다는 것은 참 곤욕스러운 일이다. 어딜 가나 의심을 받아야 하고 눈치도 살펴야 한다. 아니라는 변명을 하는 것도 구차하게 된다. 이러한 부담감이 아내에게도 가중되었으리라.


먹고살기 위한 내 발악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나는 너무 많은 일들을 벌여놓았다. 그 일들이 가족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기에도 미안한 아빠와 남편이 되어있었다.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주중에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장인 장모님에게도 미안한 나는 어느새 양아치가 되어있었다.


양아치여도 좋다. 지 부족하지 않은 형편으로 살 수 만 있다면. 우리 아이들이 남들 하는 거 다하고 살 수 있는 경제력만 갖출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런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잠들어있는 가족들을 뒤로 한채 새벽 출근길을 묵묵히 나서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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