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는 나를 괴롭히는 팀장이 있다. 그는 누가 봐도 꼰대다.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나 때는 안 그랬다. 나 때는 이랬다."며 요즘 애들은 왜 이모양인지 모르겠다는 전형적인 라떼형 꼰대다,
그런 그의 위에는 그보다 한두 살 많은 상사가 있다. 둘 다 꼰대는 맞지만 성향이 전혀 다르다. 쉽게 표현하기 위해 팀장을 꼰대 1. 그 위의 상사를 꼰대 2로 칭하겠다.
꼰대 1의 경우 앞서 말했던 전형적인 라떼형 스타일에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사람이다. 밑에 애들은 쥐 잡듯이 잡고 윗사람에게는 절대 "NO"를 하지 않는 아부형 케이스다.
반면 꼰대 2의 경우 아랫사람에게는 잘하지만 생각 없이 기분대로 일하는 스타일이라 일을 저질러 놓고 뒷수습은 안 한다. 그렇다고 윗사람에게 충성하지도 않는 불도저형 케이스다. 사람은 좋지만 일을 자꾸 벌려 밑에 사람이 고생하는 스타일이다.
문제는 이 둘이 입사동기인데 꼰대 2가 타회사에 갔다가 수년이 흘러 더 높은 직급으로 우리 회사에 다시 온 것이다. 그렇게 이 둘이 한 부서에서 다시 만났다. 그것도 상사와 부하로 말이다.
일하는 방식이 전혀 다른 둘은 매일이 전쟁이다. 꼰대 2가 일을 벌여 놓고 수습이 안돼 모르쇠로 일관하면 꼰대 1은 앞에서는 아무 말 못 하고 뒤에서 밑에 직원들을 불러놓고 짜증을 낸다. 그게 주로 나다. 고로 나는 매일 꼰대 2가 벌려놓은 일을 처리하며 꼰대 1의 짜증을 들어야 한다.
이를 보며 나는 깨달았다. 꼰대들 사이에서는 계급이 깡패다. 그래서 저렇게 기를 쓰고 승진하려 하는 거구나. 일이 좋아서 혹은 사명감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계급에 대한 권력욕 때문이구나. 그런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