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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소영 Jul 31. 2019

스페인의 쌀 요리

빠에야를 넘어!

지역색이 다양한 스페인 요리는 이렇다라고 묶어 정의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 두드러지는 특징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하여 쌀 요리가 발달했다는 점이다.

유럽 대륙에 쌀을 전해준 아랍의 영향권 아래 700년 이상 있었고, 

습윤하고 따뜻한 기후로 쌀 농사를 지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빠에야(Paella)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요리로 널리 알려졌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쌀 조리법이 있다.

스페인 유학 시절, 쌀 요리에 대하여 정리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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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쌀 요리법은 수분의 함량과 조리 방식에 따라 네 가지로 나뉜다.


흔히 빠에야로 알려진, 국물이 거의 없어 바닥이 누룽지가 되기도 하는 아로스 세코(Arroz Seco),

국물이라기 보다는 녹진한 소스에 잠긴듯, 이탈리아의 리조토와 비슷한 아로스 멜로소(Arroz Meloso), 

아로스 세코와 멜로소와 비교하여 농도가 옅은 국물에 쌀이 푹 잠긴 아로스 깔도소(Arroz Caldoso),

위의 세 방식은 주로 팬 아래의 열기로 조리하지만, 오븐에서 조리하는 아로스 알 오르노(Arroz al Horno).


이 외에도 고명과 육수에 따라, 쌀의 종류에 따라 수도 없이 많은 쌀 요리 방식이 있다.


***


이번 학기에 국물이 자작한 뱃사람의 쌀요리, 아로스 깔도소 마리네로(Arroz Caldoso Marinero)를 배웠다.

빠에야가 여름날 테라스에서 시원한 음료와 함께 먹으면 제격이라면,

아로스 깔도소는 몸과 맘을 녹여주는 따뜻함이 있다.

구수한 바다맛 육수에 잠긴 촉촉한 쌀알과 부드럽게 익은 해물이 한 숟가락 가득 담긴다.


***

마하 아로스 깔도소 마리네로와 알리올

<재료(2인분)>

: 새우 200g, 오징어 100g, 쌀 125g, 양파 1개, 토마토 1개, 파슬리 조금, 기름 3T, 마늘 1개, 백포도주 50ml, 물, 소금, 껍질콩 몇 줄기(선택)


* 알리올리

: 마늘 1개, 계란 노른자 1개, 해바라기씨유 100ml, 소금, 레몬즙 약간


* 육수

: 멸치, 북어포, 다시마


<과정>

(실습을 마친 후의 여유가 느껴지는 오랜만의 과정 샷.)


1. 멸치와 북어포를 달군 팬에 볶다가 물과 다시마를 넣고 육수를 낸다. (원래 레시피에서는 생선뼈와 머리를 30분 끓인 육수 사용)

2. 마늘은 반을 갈라 싹을 제거한다. 스페인에서는 쓴 맛이 난다며 꼭 제거하더라.


3. 팬에 올리브유 두르고 다진 양파와 마늘 넣고 볶는다. 타지 않도록 주의하며 누르스름한 빛이 돌 때까지 10분 정도 중불에 얌전히. 많은 스페인 요리의 기본이 되는 양파를 위주로 한 이 볶은 야채 베이스를 소프리토(Sofrito)라고 한다.

알리올리에 활용하기 위해 반 가른 마늘 1알을 더 넣었다. 

3. 파슬리는 잎 부분만 찹찹 다져준다.


종이행주를 적셔서 깔아주면 오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4. 아까 반 갈라 넣은 마늘이 물렁해지면 건져서 알리올리를 만들기 위해 소금과 함께 빻는다.


5. 절구가 없어서 대충 포크로 으깼는데, 마늘과 소금이 한 몸이 되도록 잘 빻아줘야 한다. 계란 노른자 넣고 거품기로 섞어준다. (알리올리에는 원래 계란 노른자는 넣지 않는게 전통 방식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름과 유화를 돕는 노른자를 넣지 않으면 만들기가 제법 힘들다.)


6. 기름을 조금씩 흘려 넣어가면서 거품기로 저어준다. 처음에는 정말 조금씩만 넣다가, 유화가 되는게 보이면 점점 더 양을 늘린다. 도깨비 방망이가 있다면 기름을 한꺼번에 넣고 저속에서 고속으로 속도를 높여간다. 손으로 만드는 것도 팔 힘은 들지만, 기름 양을 조절하기가 편해서 괜찮은 것 같다. 마지막에 레몬즙을 기호대로 첨가해서 산뜻한 맛을 더하고 농도를 조절한다. 


7. 이 즈음 잘 카라멜화된 양파와 마늘 볶음에 강판에 간 토마토를 넣는다. 토마토 역시 카라멜화될 때까지 잘 볶아준다.


8. 육수에 토마토 갈고 남은 껍질, 잎 떼고 남은 파슬리 줄기를 활용했다.


9. 이제 잘게 썬 오징어를 넣고 소금간 하고 10분 정도 약불에 볶는다.


10. 새우는 머리와 껍데기를 분리해서 다른 팬에 기름 살짝 두르고 볶는다. 노릇노릇 색이 날때까지 볶다가 화이트 와인을 넣어서 졸인다.


11. 여기에 위의 육수를 붓는다. 다시 졸인다.


12. 다시 야채 볶던 팬으로 돌아와서. 껍질콩을 넣어서 잠시 볶고, 쌀 알을 넣고 쌀 알이 투명해질 때까지 볶는다.


13. 쌀 양의 4~5배 분량의 육수를 넣고 17분 간 끓인다. 14분 째에 다른 팬에 살짝 볶은 새우살을 넣는다.

파슬리는 비타민 C의 파괴를 막기 위해 맨 마지막에 뿌려주는게 좋다고 한다.


혼자 한 팬 다 먹을려고 했는데 룸메들이 들이닥쳐 부엌에서 좋은 냄새가 난다느니 팬 위에 코 들이대고 냄새가 좋다느니 하길래 나눠먹었다.


알리올리에 비벼서 먹음 더 느끼하고 맛있어진다.

***



이번 실습지였던 수베로아(Zuberoa) 셰프가 이 나간 접시에 싸인해 줬다.

살아있는 바닷가재의 집게를 떼어내서 끓는 물에 집어넣는 일이 제일 힘든 기억,

전설의 치즈 케익이 서비스 후에 운좋게 남아있으면 정말 기뻐하며 먹던 순간이 제일 좋은 기억.

(수베로아 치즈 케익은 나중에 꼭 재현해 볼 예정)

평화로운 전원 속에 훌륭한 셰프의 인품이 느껴지는 정말 맛있는 음식을 만들던 곳 수베로아,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출처] 국물이 자작한 뱃사람의 쌀요리, 아로스 깔도소 마리네로(Arroz Caldoso Marinero).|작성자 마하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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