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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소영 Mar 20. 2020

살(Sal)살해, 소금

스페인 사람들이 소금을 쓰는 법 

"운 뽀꼬 마스 데 알레그리아!(Un poco mas de alegria), 즐거움을 조금만 더!"

그네들 입맛에는 내 요리가 늘 싱거웠는지 소금을 좀 더 치라며 호세초 선생님이 하던 말이다.

사람마다 다른, 딱 그만큼의 간을 맞추는 일은 참 미묘하다.

요리사로 사는 지금도 음식에 들어가는 소금의 양을 맞추는 작업이 너무 어렵다.

경험을 통해 조금 알게된 소금쓰는 지혜라면, 간은 꼭 마지막에 한 번 하는 것 보다는 조리 중간 중간에 나누어 해야 재료에 스며들어 간이 겉돌지 않는다는 것, 소금 결정의 형태에 따라 쓰임을 달리하면 좋다는 것.


***

몸과 맘의 기운이 낮아져, 봄부턴 주방일을 조금 줄이고 내 요리의 근본을 찾고 정리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정확하게 보기 위해 정보를 모으고, 분류하고, 덜어내고, 구조화한다. 언제나 답은 어디 멀리가 아니라 내 안에 깊숙히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작으로 음식의 맛을 강화하고, 발효와 보존 등 상태를 결정짓는 요리의 근본, 소금의 기원을 찾아본다.  

스페인 시절, 로마시대부터 소금을 만들었다는 소금계곡에 다녀온 기억을 더듬으면서.


***

지난 7월에 근처 알라바(Alava) 주에 위치한 소금계곡 아냐나에 다녀왔다.

소금이 나는 곳은 해안의 염전이나 광산에서 캐내는 암염만 있는 줄로 알았는데,

여기선 암염층에서 녹아난 지하수를 자연 건조시켜 소금을 채취한다.

높은 지대의 계곡에서 소금물이 자연적으로 솟아나는 셈이다.

이를 다이어피어(Diapiro)라고 하는 비교적 비중이 작은 암층이 위쪽의 암층으로 솟아올라 생긴 돔 모양의 구조라고 부른단다.

요 작은 암층이 바로 소금물을 만들어내는 암염층이다.

지구상 모든 대륙들이 하나로 모여있던 시절에 바다 깊은 곳의 지층이었던 이 곳이 이후 판의 이동에 따라 지층들이 부딪치면서 융기한 것이다.

5 세기부터 계곡 주위에 소금을 채취하기 위한 수로와 건조, 보관 시설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모여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


바스크 인들은 아냐나 소금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워낙 미식을 즐기는 사람들이니 요리의 맛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 요소인 소금 또한 중요시 할텐데,

자신들의 땅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더욱 소중하게 여겨질 것이다.

전통방식으로 햇볕과 바람에 건조하여 만들기 때문에 미네랄도 풍부하고 맛과 향도 뛰어나다는 자평은 일단 물러두더라도 말이다. 

실제로 옛날에는 더욱 귀했던 이 소금을 쟁취하기 위해 로마시대부터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목조로 지어진 소금 계곡 전경.

이렇게 지하수를 시멘트나 붉은 점토 바닥으로 마감한 나즈막한 수조에 가둔다.



매년 5월부터 9월까지 지하수를 증발시켜 소금 결정을 얻는다.



수로를 통해 여러 수조로 지하수가 옮겨진다. 중간 중간 물이 덜 증발한 곳에서 더 증발한 곳으로 물을 옮겨준다.


소금 결정은 이렇게 삽으로 채취.



수확한 소금은 잘 말려서 창고에 보관한다.


스페인 전역의 유명 레스토랑들과 제휴를 맺어 이렇게 각자의 염전을 만들어 주었다. 

마르텐 베라사테기, 아켈라레, 클럽 아야드, 무가리츠 등등. 

가끔 셰프들이 직접 소금을 채취하는 사진들이 소셜 네트워크 상에 오르기도 한다. 


이 외에도 계곡 투어, 소금 맛 시음회, 공연이 부지런히 기획되고 있다. 

항상 놀라는 바지만 바스크 지역을 비롯한 스페인은 식음 관련 홍보, 기획력이 탁월한 듯 하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소금 맛보기.  

당연히 짠데, 결정 형태라 혀에 닿으며 조금씩 녹기 때문에 짠 맛만 확 느껴지지는 않는다. 조금씩 짠 맛과 감칠 맛이 둥글게 올라온다.


일반 소금 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련 상품들을 제작하고 판매하고 있다.  

말돈 소금처럼 얇은 평면의 바삭한 식감을 자랑하는 Flor de Sal, 

소금물이 이동하는 수로에 종유석처럼 자라나는 소금 결정들(Chuzo) 만을 따로 채취해서 팔기도 하고. 

(완성된 음식 위에 치즈처럼 갈아내면 입에서 재빨리 사르르 녹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출처: http://blog.daviddejorge.com/ 

올리브유, 토마토, 와인, 허브, 마늘, 고추 등 다양한 맛을 첨가한 소금도 있고,  

소량만 뿌려도 고루 퍼져서 나트륨을 적게 섭취할 수 있다는 액체 소금도 있다.



출처: http://fivestargourmet.se/ 

계곡 구경을 다 마친 후에는 소금에 손과 발을 담그고 간단한 스파를 즐길 수 있는 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정말 가능한 모든 것들을 다 챙겨놓는 이 부지런함. 


집으로 돌아와 바베큐한 새우와 고기 위에 이 소금으로 마무리하니, 

참 그 혀에 닿는 짠 맛과 바스러지는 느낌이 좋더라는. 

(경고: 지나친 나트륨 섭취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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