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소영 Jul 27. 2020

노래기와 하루하루

혐오 주의

 아침에 눈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 베란다와 옥상에 나가 밤새 창궐한 노래기를 쓸어담기.

 논아가씨라고도 불리는 이 존재들은 길고 까맣고 다리가 많다. 건드리면 죽은척 하는건지, 둥글게 몸을 말아 작은 흙 알갱이처럼 보인다. 해충은 아니지만 생선 썩은 냄새가 난다고 하고(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다. 일부러 맡아보진 않았다) 자꾸 자꾸 늘어나서 방에까지 들어오니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다. 며칠전 텔레비전을 보니 5월의 이상 기후-고온다습함 때문에 농촌마다 들끓어 난리를 겪는다고 한다. 

 처음엔 흙이 살아있는 곳에서만 나온다고 해서 징그러워도 참자했다. 자연이랑 살려면 이 정도는 참아야 해, 유난 떨지 말자 다짐했다.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많아진다. 현관 구석엔 틈도 없이 까맣게 뭉쳐있다. 짝짓기를 하는 건지 막 두 마리씩 겹쳐 있어 더 징그럽다. 

 으악, 으악 소리를 내지르며 노래기들을 사정없이 죽이는 제일 무서운 존재, 사람인 나다.


작가의 이전글 남양주 라이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