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주의
아침에 눈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 베란다와 옥상에 나가 밤새 창궐한 노래기를 쓸어담기.
논아가씨라고도 불리는 이 존재들은 길고 까맣고 다리가 많다. 건드리면 죽은척 하는건지, 둥글게 몸을 말아 작은 흙 알갱이처럼 보인다. 해충은 아니지만 생선 썩은 냄새가 난다고 하고(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다. 일부러 맡아보진 않았다) 자꾸 자꾸 늘어나서 방에까지 들어오니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다. 며칠전 텔레비전을 보니 5월의 이상 기후-고온다습함 때문에 농촌마다 들끓어 난리를 겪는다고 한다.
처음엔 흙이 살아있는 곳에서만 나온다고 해서 징그러워도 참자했다. 자연이랑 살려면 이 정도는 참아야 해, 유난 떨지 말자 다짐했다.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많아진다. 현관 구석엔 틈도 없이 까맣게 뭉쳐있다. 짝짓기를 하는 건지 막 두 마리씩 겹쳐 있어 더 징그럽다.
으악, 으악 소리를 내지르며 노래기들을 사정없이 죽이는 제일 무서운 존재, 사람인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