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심한남자 Mar 03. 2016

소심한 남자




술을 몇 잔 마시고 살짝 풀어진 상태에서, 평소 같았으면 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다소 소심한 고민거리들을 들어줄 경우가 있다. 이런저런 나의 상황과 상대방의 상황을 덕지덕지 붙여서 이야기 하지만, 실은 보상심리에 관한 것일 때가 많다. 내가 상대방에게 이만큼 해 줬는데, 그쪽에서 돌아오는 건 요만큼이더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나는 상대에게 이만 원짜리 선물을 해 줬는데 그쪽은 만 원짜리, 오천 원짜리 선물이 오더라. 뭐 이런 류의 섭섭했던 이야기. 대놓고 상대방에게 이야기하기엔 쪼잔해 보이고(물론 직접적으로 대놓고 상대방에게 따지는 스타일의 사람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쿨하게 잊어버릴 수도 없는 이야기.


나는 이런 류의 고민을 들을 때마다 '그럴 수도 있지'하며 쿨한 척하거나 '섭섭할 수도 있겠다'하고 살짝 편들어주는 말들을 해 주지만, 실은 그때마다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낀다. 나만 소심한 게 아니구나. 아니, 이런 마음을 가지는 것 자체가 소심한 게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내가 평균치보다 소심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통계 자료 하나를 얻은 기분이라고 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