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lie Mayfeng Sep 09. 2021

여름, 여행의 기억

네덜란드 노르드바익 해안가의 아름다운 호텔에서





때로는 여행의 기억만큼  좋은 것도 습니다



제게는 선물과도 같았던 여행,

지난여름 매거진 촬영차 다녀온 그곳의 이야기를 조금 나눠보려 합니다.





Benedict Noordwijk, Netherlands, 2021.  © Julie Mayfeng




Benedict Noordwijk, Netherlands, 2021.  © Julie Mayfeng




지난 7월이었죠. 


저는 네덜란드에 도착했고,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MONOCLE 모노클>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촬영이 있을 예정인데, 장소는 암스테르담에서 40km 떨어진 노르드바익이라고 합니다. 이번엔 <MONOCLE 모노클>이 아닌, <KONFEKT 콘펙트> 매거진 촬영으로, 제게 주어진 미션은 노르드바익 해안가에 묵으며 호텔을 촬영하는 일입니다.




Noordwijk Ann Zee, Netherlands, 2021.  © Julie Mayfeng




그렇게 7월의 어느 날, 

이름도 낯선 노르드바익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Noordwijk Ann Zee, Netherlands, 2021.  © Julie Mayfeng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K를 만났습니다. K는 이번에 함께 작업하게 된 라이터입니다. 그녀는 브리즈번 출신으로, 캘리포니아에 살다가 6개월 전 남편과 함께 이사를 왔다고 합니다. 우리는 한 시쯤 출발하는 라이든 행 기차에 올랐습니다. 암스테르담에서 40분이면 라이든 센트럴(Leiden Centraal) 역에 닿는데, 거기서 다시 노르드바익까지는 30분 정도 시내버스를 타야 합니다. 저는 이런 여행을 정말 좋아합니다. 차가 있다면 더 편하게 여행할 수 있지만 기차나 버스 등과 같은 대중교통도 낯선 장소에서는 낭만적이 교통수단이 됩니다.





Noordwijk Ann Zee, Netherlands, 2021.  © Julie Mayfeng




라이든의 예쁜 집들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럭셔리 여름 빌라와 리조트로 가득한 노르드바익 앤 지(Noordwijk aan Zee) 마을 안입니다. 도시 이름 뒤에 '앤 지(ann Zee)'가 붙으면 바닷가 마을(By the Sea / At the Sea)이라는 뜻입니다.


노르드바익 앤 지는 사우스 홀랜드(Zuid(South)-Holland) 주에 있는 해안 마을로, 19세기 초까지 어업이 번창했으나 지금은 관광 산업이 활발합니다. 네덜란드에서 12번째로 부유한 마을에 랭킹 되어 있습니다. 하이네켄의 로고를 디자인한 프레디 하이네켄(Alfred Henry Freddy Heineken, 1923~2002)의 별장도 노르드바익에 있습니다. 커다란 글씨의 호텔 간판들이 붙은 해변은 프랑스 남부의 칸느(Cannes) 거리 같기도 하고, 해변가의 등대는 왠지 모로코 카사블랑카(Casablanca)를 연상케도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제 여행의 기억과 이미지들은 톱니바퀴처럼 자주 맞물립니다.




Benedict Noordwijk, Netherlands, 2021.  © Julie Mayfeng




촬영하게 된 비치 하우스는 마을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있습니다. 바다가 곁에 있지만, 푸른 숲에 둘러싸여 마치 프로방스 숲에 들어온 기분입니다. 산이라고는 전혀 없는 네덜란드에서 약간의 언덕을 오르는 것은 의외의 즐거움을 선사해주기도 합니다.





Benedict Noordwijk, Netherlands, 2021.  © Julie Mayfeng




모처럼 마스크를 벗고, 숨을 크게 내쉬어봅니다. 오너 말로는 이 지역이 네덜란드 안에서도 특히 공기가 좋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습니다. 짐을 내려놓고, 모든 공간을 둘러보며, 틈틈이 인터뷰와 촬영을 이어갑니다.





Benedict Noordwijk, Netherlands, 2021.  © Julie Mayfeng




이제 갓 문을 연 이 비치 하우스의 이름은 ‘Benedict Noordwijk 베네딕트 노르드바익’입니다.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이곳에는 Tacchini, Henge, Stellar Works, Ligne Roset 등의 아름다운 가구들 뿐 아니라 오너의 아름다운 예술 작품 컬렉션들까지 감상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모든 방에는 작고 아름다운 키친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일반 호텔들과는 달리 리셉션이 따로 없으며, 비밀번호로 체크인이 가능해 기다릴 필요 없이 쉼의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 오너와 왓츠앱(Whatsapp)으로 연락할 수 있습니다. 





Noordwijk Ann Zee, Netherlands, 2021.  © Julie Mayfeng




이곳에서 가장 좋은 방이라 할 수 있는 펜트하우스에서는 앞뒤로 전혀 다른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앞쪽 테라스에선 바다와 함께 노르드바익의 아름다운 집들을, 뒤쪽 테라스에선 유서 깊은 성당과 넓게 펼쳐진 튤립밭을 볼 수 있습니다. 4월이 되면 튤립이 가득 핀다는데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이 되질 않습니다.





Noordwijk Ann Zee, Netherlands, 2021.  © Julie Mayfeng





저는 이곳에서 두 밤을 지내며 사진을 담았습니다. 





Benedict Noordwijk, Netherlands, 2021.  © Julie Mayfeng




원래는 하루만 묵고 가는 일정이었으나, 오너의 배려로 이틀이나 묵게 되었습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다는 건 사진가에겐 정말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진은 같은 공간을 담더라도 빛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여지고, 또 찍고 또 찍더라도 전혀 같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빛이 아름다워지는 시간만나고 싶었습니다. 





Benedict Noordwijk, Netherlands, 2021. © Julie Mayfeng




제대로 된 공간은 그 자체로 마음을 치유하는 능력을 가진다고 믿습니다. 주변의 환경들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때면 그 시너지 또한 굉장하죠.





Benedict Noordwijk, Netherlands, 2021.  © Julie Mayfeng


Benedict Noordwijk, Netherlands, 2021.  © Julie Mayfeng


Benedict Noordwijk, Netherlands, 2021. © Julie Mayfeng




여행하며 많은 공간을 둘러봤지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크지도 작지도 않게 아름다운 공간이 이곳이었습니다. 샌디한 그레이쉬 그린 톤의 가구들과 구릿빛 조명, 수전 등은 차분하고 세련된 빈티지 느낌으로 노르드바익 마을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뮤트한 컬러톤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Benedict Noordwijk, Netherlands, 2021. © Julie Mayfeng


Benedict Noordwijk, Netherlands, 2021.  © Julie Mayfeng


Benedict Noordwijk, Netherlands, 2021. © Julie Mayfeng




아이도 어른도 행복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함께 있어 더 아름답습니다.





Branding Beach Club, Noordwijk Ann Zee, Netherlands, 2021.  © Julie Mayfeng


Branding Beach Club, Noordwijk Ann Zee, Netherlands, 2021.  © Julie Mayfeng




노르드바익에는 긴 모래사장을 따라 멋진 해변 레스토랑들도 많습니다. 몇 군데 소개받은 곳 중에 두 군데를 방문했는데, 첫날에는 K와 함께 브랜딩 비치 클럽(Branding Beach Club)을, 다음 날은 혼자서 위트샌드(Witsand)에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두 레스토랑 모두 같은 곳에서 운영해 메뉴도 분위기도 비슷한 편입니다. 음식들은 대부분 맛있었고, 동양적인 메뉴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해변과 잘 어울리던 프로방스 로제 와인과 미디엄 레어로 구워진 두툼한 튜나 스테이크가 기억에 남습니다.





Benedict Noordwijk, Netherlands, 2021. © Julie Mayfeng




밤에는 남은 촬영을 마치고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피로를 풀고 잠이 들었습니다. 





Benedict Noordwijk, Netherlands, 2021.  © Julie Mayfeng




다음 날 아침, 누군가 문을 두드려 나가 보니 오너의 아이들이 아침을 갖고 와 내밉니다. 몇 종류의 빵과 과일, 요거트, 버터와 잼 등이 동그란 플레이트에 담겨 있습니다. 예쁘고 사랑스럽고 감동스럽습니다. 마침 햇살이 환하게 들어옵니다. 방에 놓인 프렌치 프레스로 커피를 내리고, 아침을 먹습니다. 모든 방에는 암스테르담의 에스프레소 파브리크(espressofabriek)에서 로스팅한 커피 두 팩이 컴플리먼트리로 놓여 있는데 향도 맛도 훌륭합니다. 햇살에, 커피에, 맑은 공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요?





Benedict Noordwijk, Netherlands, 2021.  © Julie Mayfeng





일을 마친 K는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가고 저는 혼자 남아 촬영을 이어갑니다. 비어있는 모든 공간을 드나들며 사진을 담습니다. 비록 촬영으로 들르게 된 장소지만, 살면서 이런 환대를 받은 적이 몇 번이나 될까 싶을 만큼 아름답고 감사한 시간입니다. 후에 오너의 초대로 다시 노르드바익을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비가 내렸는데,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안개 자욱한 숲에서 뿜어져 오던 그 향기를 잊을 수 없습니다. 따뜻한 쑥 냄새 같기도 하고, 거기에 상쾌한 민트향이 더해져 몸은 따뜻해지고 머리는 맑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안도 밖도 너무나 아름답던 노르드바익, 튤립이 피는 4월에 좋은 선물을 챙겨 다시 찾아가고 싶습니다. JM





Noordwijk Ann Zee, Netherlands, 2021.  © Julie Mayfeng






Benedict Noordwijk

PRINS HENDRIKWEG 19 2202 EC 

NOORDWIJK AAN ZEE 

THE NETHERLANDS

https://www.benedictnoordwijk.nl/








* 촬영한 다른 사진들은 런던과 취리히에서 발행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KONFEKT>의 네 번째 이슈(Autumn, 2021)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모든 사진들은 시그마 fp와 시그마 28-70mm F2.8 DG DN Contemporary 렌즈로 촬영하였으며, 제품은 세기 P&C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

* 평소에 저는 화각 때문에 여러 대의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데, 이번에는 오직 이 렌즈 하나만으로 작업을 해봤습니다. 여행을 떠날 때 어떤 렌즈를 챙겨야 할지 고민이 많다면 아마도 이 렌즈가 그 해답에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