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꿀혜윤 Jun 06. 2022

거대한 죽음

공휴일 또는 죽음의 기념일

거대한 죽음을 자주 떠올린다.

결혼기념일 챙기 듯 반복되는 그런 죽음.


적어도 이 날 하루는 우리가 사랑했다는 사실을,

우리의 책임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그날로부터 리 함께 하게 된 것을.

그날로부터 리 마지막이게 된 것을.


유독 봄이어서.

소풍을 가고 결혼을 하고

유독 싱그러운 계절에

4월 3일도, 4월 16일도, 5월 18일도.

오늘 6월 6일도.


감사하다고 하기에

너무나 무탈한 내 일상이 죄스러운

그런 날들.


사이렌과 함께

눈을 감고 소리를 죽이고 고개를 숙이고,

그리고 다시.

눈을 뜨고 더 큰 소리로 고개를 쳐들고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그날들에

내 몫으로 서있자.

매거진의 이전글 예술은 타고난 이들의 것이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