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죽음을 자주 떠올린다.
결혼기념일 챙기 듯 반복되는 그런 죽음.
적어도 이 날 하루는 우리가 사랑했다는 사실을,
우리의 책임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그날로부터 우리 함께 하게 된 것을.
그날로부터 우리 마지막이게 된 것을.
유독 봄이어서.
소풍을 가고 결혼을 하고
유독 싱그러운 계절에
4월 3일도, 4월 16일도, 5월 18일도.
오늘 6월 6일도.
감사하다고 하기에
너무나 무탈한 내 일상이 죄스러운
그런 날들.
사이렌과 함께
눈을 감고 소리를 죽이고 고개를 숙이고,
그리고 다시.
눈을 뜨고 더 큰 소리로 고개를 쳐들고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그날들에
내 몫으로 서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