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노키즈존 개척의 시작 영유아 동반 네팔 트레킹
이 여행이 기억에 남을지 사라질지도 모르는 나이의 너와
일과 육아에 지쳐, 따뜻한 계절의 해변에서 휴양하고 싶은 나와
그렇게 우리 둘의 항공권을 결제했다.
아이와 함께 하는 가족 여행은 여행이라기보다
출장 육아에 가깝다고 늘 생각했다.
그리 원대한 계획과 다짐도 없었지만
여행을 떠난다는 것과
늘 꿈꿔오던 네팔 트레킹을 한다는 것보다
정서적 노키즈존에 대한 한계 어디쯤,
엄마다움에 대한 저항과 투쟁의 어디쯤에서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근거림과 설렘이 일었다.
어쩌면 우리 진짜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육아가 아니라 데이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직 너는 귀엽고 밝은 어린아이의 모습 일 뿐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크고 작은 개척으로 살아온 엄마를 만나
그 덕분 혹은 그 탓이라 생각하고서
너도 크는 동안 너의 권리를 위해 우리 함께 노키즈존을 깨부셔보자.
우리 이렇게 하나씩 시작해보자.
아이를 위해 가는 것도 아니고 나의 욕심을 위해 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별 일 아니라 생각하고 신나서 이야기를 꺼냈다가 별의별 소리들을 들었다.
애 고생만 시키려고, 애가 뭘 안다고, 겁도 없이, 아빠도 없이 등으로 시작되는
추위에서 시작해 고산병, 수인성질환에 까지 이르는 다양한 아플 걱정과
자연에 가깝게 키우는 건 그리 좋다면서
왜 이렇게나 웅장한 대자연 안에 살아보는 것이 해로운지
하루 종일 지치지 않고 뛰는 아이가 왜 산은 오르면 안 되는 건지
나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라 생각되는 문의와 건의가 많았지만
이런저런 애정 가득한 잔소리들은 이미 임신-출산-육아 쓰리콤보를 지나오며
사뿐히 웃으며 읽씹 할 수 있는 정도는 굳세어졌다.
나의 가치관 안에서 이 여행의 다양한 문제들을 감내하고도
완전히 너에게 이로울 선택을 했다는 것에 한 치의 의심도 없다.
기억이 나든 나지 않든 너는 경험할 것이고 성장할 것이다.
아플지도 모르고 조금 고생스러울지도 모르지만
그건 살아가는 동안 언제 어디에서나 있을 수 있는 당연한 일이라는 것과
나의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일말의 위험도 없는 보호 안에 너를 가둬 안전과 안심을 누리기보다
내가 먼저 너의 한계를 먼저 가늠하지 않고
네가 소화할 수 있는 경험의 기회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다짐 또한 떳떳하다.
좋은 엄마도 좋은 아들도 되지 말고
우리는 앞으로 우리의 행복을 고민하자.
이렇게 멋지게 그 고민을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