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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혜윤 Sep 18. 2023

파괴의 궤도

우리 동네는, 나라는, 지구는
파괴의 궤도에 들어와 버린 게 아닐까,
바싹 타들어가듯 무섭고
축축한 기분 나쁨이 질척 들러붙는다.

스스로 자멸하는 것들
힘으로 파괴되는 것들
이리저리 치여 으스러지고
붕괴되는 것들을 마주하고서,
또 회피하고 포기하고

늘 그렇듯 망각하는 것들도 지켜보면서.

고작 예술이, 감히 예술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멸망 전의 사과나무처럼
비장해졌다가 곧 무의미해졌다가.

적당함과 균형은 볼품 없어졌다.
양 극으로 치달을수록

모아지고 주목되고 인정되는

그게 트렌드고 힙이고 시대적 깃발 같다.


멸망과 파괴의 불구덩이를 앞에 두고

하나씩 튀겨져서

이리저리 흩어지는 모양새가 이런 걸까 싶기도 하고


이런 멸망적 위기감이 강렬한 건 나만 이상하고

과하게 휩쓸려있는 건가.


부디 내가 미친 것이길 기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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