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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사진작가 Mar 08. 2021

그냥 이렇게 시작하면 될 것을

마음으로는 이미 수백 번, 이제 첫 글자를 적어본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게 이리도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생각하는 것은 누구가 할 수 있지만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그중에서도 일부의 사람들만 한다.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 사람들 중에서 일부만이 그걸 지속해 나가 결과로 만든다. 하지만 주변에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은 그 결과일 뿐이니, 그걸 이룬 사람들과 빛나는 결과가 특별하게만 보이지 그 사람들이 꾸준히 해온 지극히 평범하고 지루한 과정에 대해서는 모르게 마련이다. 시작점은 모두가 같고, 누군가는 실제로 시작을 했고, 또 누군가는 어떠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속했다는 것이 다른 것이라 믿는다. 나도 그 시작을 이제라도 해보려고 한다. 뭐 거창하고 대단한 내용들을 담을 거라고 그렇게 마음을 먹고 준비를 하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이렇게 시작하면 될 것을.


심지어 수년 전 편집자인 지인이 내 페이스북의 사진들을 보고 사진에 담긴 이야기들을 한번 적어보라고 그것들을 모아서 책을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며 제안을 했던 적이 있었다. 아주 좋은 생각이라며 한번 해보겠다 말했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 미국으로 와 외국 생활에 적응을 하며 정신없던 시기이기도 했지만 그래서 못할 정도는 분명 아니었다. 내미는 손을 잡기라도 했으면 그 도움으로 어떤 식으로든 무언가 진행이 되었을 것이지만, 아무런 시작도 하지 않은 나에게는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는 기억으로만 남았다. 그 이후로도 그 기억은 나에게 틈틈이 글을 쓰라고 얘기하곤 했고, 내가 찍은 사진들에 이야기를 더해 하나씩 적어내려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생각에 그칠 뿐이었다.


그동안 이미 수백 번도 더 생각하고 마음먹었던 글쓰기를 이제야 드디어 실천으로 옮길 수 있었던 것은,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과 절실함에서 비롯되었다.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한다는 삶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오던 나는 정말 딱 그런 모습으로 살아왔고 그렇게 살고 있다. 나에게 엄습되어 있던 현실에 대한 답답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함은 며칠 전 그런 생각과 모습만으로는 달라질 수 없다고 나에게 반기를 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이 판을 바꾸는 것만이 지금 상황을 극복하고 변화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와 마음을 모두 짜릿하게 관통했다.


아직은 알 수 없다. 이 마음과 작은 실천의 시작으로 앞으로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는. 하지만 그저 믿고 갈 뿐이다. 지금의 작은 시작과 평범한 노력들이 꾸준한 실천의 시간들을 만나 분명히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성장한 나를 만들 거라는 걸. 그리고 그 시절과는 달리 내 곁에서 모든 걸 응원하고 함께 만들어갈 사람에 대한 믿음, 이 두 가지를 가지고 무작정 시작해보려고 한다. 이제 첫 발을 디뎠으니 두 손 꼭 잡고 한발 한발 걸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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