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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사진작가 Mar 16. 2021

마이클 케냐의 기다림

세계 최고 수준의 사진작가는 무엇이 다른가?




나는 예전에 세계 최고의 사진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마이클 케냐(Michael Kenna)의 내한을 기획했던 선배로부터 그의 사진 작업에 대한 뒷 이야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바로 그의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침 마이클 케냐가 일본에 방문한다는 일정을 알게 된 기획자 선배는 강원도청의 지원 하에 그를 초청하여 강원도 곳곳을 다니며 다채로운 모습들을 사진으로 담았다고 한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사진작가 마이클 케냐를 수차례 초청해 일본의 다양한 모습들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도록 했고, 그에 따라 일본에서 찍은 수많은 작품들이 발표되고 사진집으로 발간되기도 했다. 뉴욕 국제사진센터(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안에 위치한 서점에서 그 사진집들을 보았는데, 마이클 케냐의 작품도 작품이지만 사진집 자체도 정말이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급스러운 예술품 수준이었다. 최고의 사진작가를 통해 국가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일본이 참 얄밉도록 대단해 보였다.



Three Ladders, Sampo Beach, South Korea 2006



강원도 고성의 삼포 해변에서의 일이다. 사진 작업을 하고 있는 마이클 케냐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190cm가 넘는 큰 키로 뷰파인더를 들여다보고 한참을 아무런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집중을 해서 그런가 보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러고도 또 한참을 더 같은 자세로 있기를 무려 8시간. 작업을 마치고 돌아온 마이클 케냐에서 왜 그렇게 오래도록 뷰파인더를 응시하고 있었는지 물었다고 한다. 그는 뷰파인더를 통해 보이는 대상과 소통하는 것이고, 거기에 담긴 모습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또 바라보다 보면 그 장면과 하나가 되는 듯 연결되는 느낌이 드는데 바로 그 순간에 셔터를 누른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흔히들 프로 사진작가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기다림이라고 한다. 원하는 장면을 만나는 그 순간까지 기다릴 줄 아는 능력이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말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사진작가는 '한 끗'이 더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다림의 차이라는 것이 단순히 시간의 기다림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의 기다림을 통해 진정한 사진의 본질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사진을 찍는 그 순간의 '나'에게 집중하고 사진의 결과물로만 소통하는 것이 아닌 사진의 대상과 소통해야 하는 것임을 배운다.  




2005년부터 2019년까지 내한하여 월천리, 월정사, 봉은사, DMZ, 신안, 청송, 담양, 대부도 등의 다양한 지역을 방문하여 찍은 마이클 케냐의 작품들은 다음의 링크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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