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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사진작가 Mar 18. 2021

세상을 보는 눈

사진을 찍으면서 내가 가장 크게 얻은 것




사진을 취미로 즐기기 시작하고 막 재미를 느끼던 그 시절에는 카메라를 들고 있지 않은 순간에 아름다운 장면들을 마주하게 되면 저걸 사진으로 담지 못한다는 것이 세상에 그렇게 안타까울 수 없었다. 아~ 저걸 놓치네, 아~ 찍었어야 하는데, 이래서 항상 카메라를 가져 다녀야 한다고 몇 번이고 되뇌면서 아쉬움을 삼키곤 했다. 꼭 카메라만 있었으면 기가 막힌 작품을 찍었을 것만 같은 그런 대단한 착각 속에서, 그러니까 무겁고 부피가 큰 DSLR 외에 가볍게 항상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볍고 작은 휴대용 카메라가 필요하다는 상당히 합리적인(?) 논리로 빠지기도 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이런저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사진이 내 삶에 좀 더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내 손에 카메라가 없는 상태에서 마주하게 되는 아름다운 장면들이 예전의 그 아쉬움보다 훨씬 더 큰 쾌감으로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걸 깨달았다. 바로 아름다운 장면을 카메라의 프레임으로 보는 듯 가상의 프레임으로 그 장면을 구성하여 카메라와 렌즈 대신에 마음으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된 것 말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것만큼 또 관심을 가지는 만큼 볼 수 있기 마련이다. 자동차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있는 사람은 지나다니는 차들을 보면서 순식간에 스쳐가는 순간에도 어떠한 브랜드와 모델인지, 또 디자인이 조금 바뀐 최근에 새로 발표된 모델인지 정확하게 알아챌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저 수많은 차들 중 하나일 뿐이다. 심리학 실험으로 유명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분명히 눈 앞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것에 집중하면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인간의 특성은 과학에서도 증명이 되었다. 내가 아쉬워하던 그 순간들은 비단 카메라가 없기 때문에 찍지 못해 아쉬움으로만 남겨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장면의 구성과 찰나의 순간을 볼 수 있을 만큼 내 눈이 발전한 것이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내가 사진에 대해 좀 더 진지해지고 그만큼 더 집중하고 즐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나의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짐을 느낀 후에, 드라이브하는 것이, 어딘가를 여행한다는 것이, 일상 속에서도 순간순간 스치는 장면들이 더욱 새롭게 보이고 설사 내 손에 카메라가 없는 어떤 순간에도 사진을 즐기고 있다는 그 느낌이 참 나를 행복하게 한다. 물론 거기에 더해 실제로 항상 카메라와 함께 하며 아쉽게 놓치던 순간들까지도 담아낼 수 있는 부지런함과 꾸준함까지 겸비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말이다. 그런 나는 지금 무게가 가볍고 부피가 작은 미러리스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좋은 화질을 추구하다 보니 예전보다 더욱 무겁고 부피가 큰 렌즈를 사용하게 되었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리고 여전히 가끔은 사진 찍는 맛과 감성을 가미해줄 나에게 맞는 작고 부피가 작은 휴대용 카메라가 있는지 찾기도 한다. 본질에 가까워지는 지혜와 깨달음은 이런저런 문제의 반복과 수많은 시행착오들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그것들은 돌고 또 돈다. 그러나 역시 사진은 '도구'를 넘어선 '나'에 대한 이야기가 핵심이기에 이를 잊지 않고 카메라를 들고 마주하는 상황들에 늘 진심으로 임하다 보면 수없이 부딪히는 질문들에 답을 찾게 될 것이고 그것을 통해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해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한발 더 나아간 그때의 나는 또 세상을 보는 어떤 눈을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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