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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사진작가 Mar 22. 2021

눈으로 보는 그대로 사진 찍기

featuring 강화도 고인돌




 찍은 사진   수업에서 강화도로 출사를 나갔다. 여러 곳들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는데 강화도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고인돌을 찍었던  순간의 생각지 못한 의외의 경험에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카메라를 들고 수업을 같이 듣던 동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다 보니 넓은 벌판  멀리서부터 정말 거대한 돌무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항상 국사 교과서와 사진으로만 보던 고인돌이 눈앞에 펼쳐지니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고인돌을 앞에 두고 나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은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벌써부터 카메라를 들이대고 열심히 찍고 있었다. 모두들 도착한 것을 확인하고 윤광준 선생님께서 지금부터 여러분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보라고  마디 말씀하자, 다들 작게 웅성웅성하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한번 선생님의 말씀을 되내었다.  눈으로 보고 있는  거대한 돌무덤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사진으로 찍어봐라... 처음에는 그저 그렇게 해보라고 하니   찍어봤다. 어라? 내가 보는 거랑 다르다. 그것도 많이 다르다. 거리를  달리하고 렌즈의 줌을 조절하며  장을  찍어봤다. 허허. 그래도 같지 않다.  위치에서   그런가 싶어서 가장 고인돌스러운(?) 모습을 찾아 위치를 조금 옮겨보았다. 그러나 그렇게 한참이나 앞에서 옆에서 뒤에서 요리조리 찍어보았는데, 솔직히  눈으로 보이던  모습 그대로인 사진이   장도 없었다. 얼핏 보면 비슷한  보였지만 아래의 받침과 위에 올려있는 돌의 크기, 모양, 균형, 비례가 모두 조금씩 달랐다.




사진을 찍고 카메라와 렌즈들을 다루다 보면 사람의 눈이 정말 얼마나 대단한 기능을 하는지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다. 가장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과 비슷한 화각과 거리감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50mm의 초점거리에서도 단지 비슷할 뿐 사실 같지는 않다. 광각과 망원으로 갈수록 렌즈의 특성들로 인해 눈으로 보는 것과 더욱더 달라지며 왜곡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사진을 찍기 위해 이러한 렌즈의 특성들을 잘 이해하고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가깝도록 또 더욱 아름답게 담아낼 수 있도록 활용해야 한다. 그렇다. 내가 내 눈으로 보는 것인데도 보이는 모습 그대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이는 말 그대로 내가 보는 것과 실제의 생김과 다른 모습으로 사진에 담긴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는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어릴 적 미술학원에서 연필을 들고 팔을 쭉 뻗어 한쪽 눈을 감고 그릴 대상의 비율을 가늠하여 데생을 하던 기억이 있다. 대상이 가진 모습 그대로를 내가 보는 대로 변환시키고 또 그것을 손으로 그려낼 수 있는 기초를 익히는 것이다. 그것은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이 아닌 사물을 정확하게 볼 수 있도록 '눈'을 발달시키는 일이다. 고로 잘 그린다는 것은 잘 본다는 뜻인 것이다. 이는 사진에서도 정확하게 마찬가지이다.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은 잘 보는 사람이다.


요즘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니 내가 보는 모습 그대로 사진을 찍는 것만큼이나 내가 생각하는 대로 글을 쓴다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란 것을 새삼 느낀다. 하지만 사진과 글쓰기 모두에서 보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꼭 정확하게 표현의 결과로 이어져야만 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내가 본 그대로의 모습보다 렌즈의 특성으로 인해 더욱 극적이고 멋진 장면을 담을 수 있는 것처럼, 글을 쓰다 보면 생각이 확장되어 처음의 그것보다 더 나은 글을 쓰게 되는 일도 있을 것이다. 이는 단지 우연이 아닌 내가 본 것, 내가 생각한 것을 표현해내기 위해서 더욱 집중해서 관찰하고 고민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렇기에 어제보다 더 나은 사진을 찍고 더 나은 글쓰기를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는 눈과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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