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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사진작가 Mar 09. 2021

10년의 힘

시간을 쌓아 올려 만들어낸 경험



'잘 찍은 사진 한 장' 사진 강의에서 인상 깊게 남아있는 또 다른 것은 10년의 힘이다. 누구든지 어떠한 일을 꾸준히 10년만 하면 무언가 결과를 만들어내거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 1만 시간의 법칙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그 이야기가 나에게 인상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그걸 이야기하는 윤광준 작가가 그 산 증인이기 때문이었다. 자기가 직접 입증해 본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니 듣는 사람에게 전달되는 그 에너지는 대단했다. '나는 단 한순간도 무엇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지 않았다. 단지 내가 좋아하고 관심 가는 것들을 열심히 즐기다 보니 이런저런 나를 부르는 이름들이 생겼을 뿐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윤광준 작가는, 사진 관련된 책뿐만 아니라 오디오와 대한 '소리의 황홀', 생활에서 직접 사용해본 각종 명품들에 대한 '윤광준의 생활명품'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책을 펴낸 독특하지만 아주 매력적인 이력을 가지고 있다. 주제는 다양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모두 다 10여 년 이상을 깊게 파고들어 즐기며 얻은 정보와 경험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업 당시에는 절실함으로 시작했고,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당연히 하고자 하는 열정도 가득했다. 그때는 10년의 힘이라는 것을 정말 내가 해낼 수 있을지,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고, 사진작가라는 이름을 가지게 될 것인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돌아보면 사진을 시작하고 10년이 될 때까지 사실 대단히 열심히 사진을 찍고 활동하지 않았으며, 단지 손에서 놓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 항상 관심 가는 것으로 가까이 곁에 둔 채 틈틈이 즐겼을 뿐이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문득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들추어보며 정리하다 보니 세월이 흐르면서 그 시간들이 쌓아준 경험과 그에 따른 사진들을 한데 모아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게 되었다. 어느 날 무심코 한 것이지만 생각해보니 신기하게도 사진을 처음 시작한 지 정확하게 10년이 지나 있었다.


감회가 참 새로웠다. 나도 해봐야지 라는 마음뿐이었던 그 시절의 막연한 기대감이 현실이 된 경험을 해 본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보다 더 멋진 작품으로 더 빠른 시간에 이루어낸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나도 더 많은 열정적인 노력을 집중적으로 투여했다면 더 좋은 결과를 더 빠르게 얻을 수 있었을까? 물론이다. 하지만 시간을 쌓아 올린 사진에서의 '나'와 관련된 일이기에 '내'가 그렇게 해냈다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무조건 열심히 잘하는 것만이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내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꾸준히 놓지 않고 있었던 것만으로도 어떠한 결과가 따라오기도 한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시간을 쌓아 올려 만들어내는 힘이 과연 어떤 것인지 처음으로 경험해 본 순간이었다.


사진 생활을 하면서 나도 그랬고 주변에서도 슬럼프에 빠지곤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활동에 제약이 많은 요즘은 더더욱 그러한 사람들이 많고 각자 자신의 증상(?)들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유하고 서로들 공감하며 위로를 받기도 한다. 그중에는 잘 쓰지 않는 장비들 싹 정리하기도 하고, 잘 찍지도 않지만 새로 나온 장비들을 구입하기도 하고, 새로운 브랜드로 대대적인 이사를 하기도 한다. 어떠한 방법이든지 그 시기를 살아가는 자신들만의 방법들이다. 그런 모든 분들께 이야기해주고 싶다 무엇을 해도 좋으니 단지 손과 마음에서 놓지만 말으시라고 말이다. 그런 시간은 다 지나가게 마련이고 관심을 놓지 않고 가까이에 둔다면 분명 또 새로운 기분으로 더욱 즐거운 사진 생활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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