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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사진작가 Mar 10. 2021

슬기로운 기변 생활 1

디지털카메라 - Nikon과 Canon 이야기



오늘은 지난 사진 생활 동안 나와 함께했던 디지털카메라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올해까지 15년 사진 생활을 해오면서 니콘 Coolpix 995, 니콘 D80, 캐논 7D, 그리고 현재의 소니 a7m3까지 다양한 브랜드의 디지털카메라와 함께 해오고 있다. 모두 일본 브랜드라는 게 못내 아쉽지만 사실 대중적인 카메라 제조사 중에서 일본 브랜드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니콘, 캐논, 소니는 물론이거니와 올림푸스, 후지필름, 파나소닉, 펜탁스까지도 모두가 일본 회사들이니 뭐 할 말이 없다. 국내 브랜드로는 삼양에서 가성비 최고의 렌즈들을 활발하게 만들고 있지만, 카메라 바디를 만들어오던 국내 유일의 삼성이 광학사업을 접은 것은 참 아쉬운 일이다. 


Nikon Coolpix 995


니콘 Coolpix 995는 아버지의 카메라였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니콘 FM2, 콘탁스 T1과 T2 등 카메라 명기들과 항상 함께 해오신 아버지는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시며 새로운 카메라 그것도 무려 디지털카메라를 사 오셨다. 당시에는 디지털카메라가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훨씬 이전이었고, 기존 카메라들과는 다른 생소한 모습까지 더해져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지금에 와서 자세한 스펙을 살펴보니 334만 화소에 1/2,300초의 최대 셔터스피드, 35mm 기준 38-132mm 환산 화각을 가진 붙박이 렌즈, ISO 100-800을 지원하는 카메라이다. 지금은 아주 작은 똑딱이 카메라보다도 못하지만 그 당시에는 엄청난 성능이었다. 사진 생활을 오래 해오신 분들은 분명 기억하리라. 이 카메라를 제대로 써본 것은 대학교 때 떠난 유럽여행에서이다. 지금 봐도 상당히 선명한 화질을 보여줄 만큼 좋은 성능의 카메라였지만, 역시 사진은 찍는 사람의 몫인지라 정말 많이 흔들리고 초점을 맞추지도 못해 아쉽게도 쓸 수 없는 사진들이 수두룩했다. 그리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차가 털려 카메라를 잃어버리기에 이른다. 다행히 경찰에 신고하고 여행자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은 돈으로 새 걸 사서 아버지께 돌려드렸는데, 아시는 눈치셨지만 아마도 그냥 넘어가 주신 것 같기도 하다.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아버지.

 

Nikon D80


나에게 첫 디지털카메라였던 니콘 D80은 그 당시 유저들 사이에서 아주 유명했던 모델인데 사실 나에겐 잠시 스쳐 지나간 정도였다. 기억나는 건 아버지께서 FM2에서 쓰시던 니콘 35-135mm F3.5-4.5와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렌즈는 역시 칼자이스라며 구입했던 50mm F1.4 수동 렌즈들로 초점을 맞추고 조리개와 셔터스피드까지 조절해가며 디지털카메라를 수동 카메라처럼 사용했다는 것이다. 사진과 카메라에 대해 정말 아무런 지식도 없던 터라 그때의 사진들을 보면 거의 모든 사진들이 노출이 부족하거나 과하거나 둘 중 하나였고, 기본적인 수평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디지털을 디지털답게 쓰지도 못하면서 멋도 모르고 수동 렌즈를 쓰는 것이 뭐라도 되는 것처럼 괜히 으스대고 했던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 그때는 그저 이것저것 모든 것이 신기한 마음에 멋 모르고 다니면서 무작정 찍어보곤 했었다. 최근 소니의 급부상과 캐논의 견고한 시장 장악력 유지, 중소 브랜드의 개성 등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다채로운 변화 속에서 전통의 강자 니콘의 하락세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아마도 앞으로 디지털카메라에서는 다시 니콘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려서 추억으로만 남기고, 대신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필름 카메라 FM2로 니콘의 옛 향수를 종종 느끼고자 한다.



Canon 7D + Canon 17-55mm F2.8


잠시간의 공백을 두고 구입한 건 캐논 7D였다. 2010년 구입해서 2017년까지 사용했으니 가장 오랜 기간 동안 함께 해온 카메라이다. 추억용으로 아마 평생 가지고 갈 것 같다. 많은 전문가 및 고급 아마추어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풀프레임 DSLR인 5D Mark2도 선택지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때는 풀프레임과 크롭 센서의 차이가 내게 크게 다가오지 않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만한 돈이 없었다. 나는 새로 출시된 7D의 초당 8 연사 능력을 가진 카메라 바디에 아주 훌륭한 성능을 가진 표준 줌렌즈 17-55mm F2.8을 선택했다. 출사를 가면 연사를 자랑하고자 괜한 곳에서 다다다다다 연사를 날리며 뿌듯해하곤 했다. 사실 니콘에서 캐논으로 기변을 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결정이다. 기본적으로 마운트가 달라 렌즈가 호환되지 않는다. 또한 진득하고 사실적인 색감의 니콘과 흔히 말하는 뽀샤시한 인물사진 찍기에 좋은 캐논은 브랜드의 특성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니콘에서 캐논으로 바꾸었느냐 하면, 아주 간단하다. 니콘을 써봤기 때문에 그저 써보지 않은 또 주변에서 많이 쓰고 있던 캐논을 써보고 싶었다. 꼭 사고 싶으면 사는 게 맞고 살까 말까를 계속해서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사서 열심히 써보면서 자신의 충분히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경험과 관심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훨씬 더 가치를 만드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캐논 7D 그리고 17-55mm F2.8 렌즈와 함께한 시간 동안에 나의 사진 기술과 관심은 꾸준히 발전되어 갔다. 대단한 실력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프로와 같이 보일만한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활동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자 자연스럽게 주변에서는 사진과 관련된 무언가가 필요할 때 나에게 찾아왔다. 그 덕분에 주변 사람들의 결혼식, 돌잔치, 커플 스냅, 쇼핑몰 제품 사진을 찍어볼 기회도 있었고, 직장의 모든 이벤트와 홍보 사진을 담당해서 찍기도 했고, 사진 강의를 기획해서 전문강사와 함께 직접 운영도 해보고, 초보자들에게 사진 과외도 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동안의 사진들을 모아 개인 홈페이지까지 만들었으니 아마추어로써 해볼 수 있는 경험들은 꽤나 다양하게 해 본 것 같다. 그렇게 경험들이 쌓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진에 대한 내 관심과 열정은 더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을 함께한 캐논 7D와의 인연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누구나 한 번씩 찾아오는 슬럼프였을까. 어느 순간부터 카메라는 거의 항상 잠만 자고 있었고, 맑고 깨끗한 캐논의 색감이 허여멀겋고 꼭 간이 되지 않은 음식같이 싱겁게 느껴지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 사용하고 있던 구글 Pixel 핸드폰의 카메라 기능이 너무 좋았던 것도 한몫한 것 같다. 게다가 원본 화질로 무제한 자동 백업해주는 구글 포토의 기능까지 있었으니 좀 강력하기는 했다. 그러던 와중에도 잠자고 있는 캐논 카메라는 나에게 항상 무거운 마음의 짐으로 다가왔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새로운 카메라를 알아보기에 시작한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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