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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J Jun 13. 2019

오늘의 영화, 더 와이프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 (약간 스포)



내가 기대한 건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 후련함과 통쾌함을 느끼는 거였는데 결국 ‘사랑’이라는 틀 안에서 밖으로 나가지 않는 걸 택한 결말에 솔직히 실망했다.

나는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백번 양보해서 조안이 조셉을 사랑했다는 건 그럴 수 있겠다 싶은데 조셉이 조안을 사랑했다고는 말 못 하겠다. 사랑하는 사람한테 그런다고? 그게 사랑이라면 너무 절망적인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니까 조안이 그런 선택을 한 게 슬퍼서 속이 더 터진다.


미약하게나마 자신을 위로를 해보자면 누군가의 압박이나 강요가 아닌 조안 스스로가 그를 존중해주고자 한 선택이었고 그나마 자식들에게는 진실을 얘기한다는 것. 그녀의 재능에 대해 혼자만 알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에 만족해야겠지. (납득은 안 가지만)

젊은 여성 작가가 글을 쓰지 말라며 조안의 희망을 뭉개 놓는 장면이 마음이 아팠다. 저런 식으로 시작도 하지 않고 일찌감치 재능을 포기한 여성들이 많았을 것 같아서 씁쓸하다.

여자라는 이유로 ‘매력적인 남성’의 뒤에 숨어 재능을 펼칠 수밖에 없던 그녀가 안쓰럽고 재능이 없는데 매력적인 남성이라는 이유로 남의 재능을 뽑아 먹으며 존경을 받았던 조셉이 지질하다.


그가 조안에서 쏟아내던 변명들처럼 자신이 한 짓이 글쓰기 활동이라고 ‘정말로’ 생각했을까? 처음 ‘호두’를 완성했을 때 조안의 혹평에 자신을 무시하는 거냐고 바득 거리던 그 자존심 센 조셉은 어디로 간 걸까?

뭐 조셉에 대해서는 길게 얘기하고 싶지도 않다.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개인적으로 쓰레기로 분류하고 싶은 인간이라서.)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그녀의 눈동자는 복잡한 감정을 실은 채 하염없이 흔들렸고 그걸 지켜보는 내 마음도 같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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