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살아남아 후기를 남길 수 있다
2019년 새해 첫 책. 책이 길지 않고 내용도 어렵지 않아서 금방 읽었지만 마음은 묵직해졌다.
이 책을 처음 만난 건 유연히 서점에 들렀을 때였다. 네일숍에 가야 하는데 30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 들린 서점에서 제목이 끌려서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 자리에서 한 챕터를 다 읽었다. 이번 달은 지출이 너무 많았으니 담 달에 사야지 생각해놓고 며칠 뒤에 샀다.
이 책의 매력은 우울증 전문 서적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담을 솔직 담백하게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에세이라고 생각한다.
읽으면서 공감이 많이 됐다. 막내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그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병이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맞는 의사와 약을 찾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큰 병원이라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절실했던 우리 가족에게 한국에서 가장 큰 병원으로 꼽히는 그곳은 얼마나 차가웠던 가. 그때 받은 상처는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이 모든 것들이 과거형이라는 사실이 그저 감사하다. 지금 막내는 자신에게 맞는 병원과 약을 만났고 잘 지내고 있다. 나름.
정신질환은 일종의 뇌 질환이며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이 완치가 없는 병이다. 이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정말 절망했고 많이 울었다.
그러나 지금은 안다. 완치는 없어도 현 상태 유지,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건 가능하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말이다.
모든 정신질환 환자들과 그의 가족들이 잘 지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힘들겠지만 지치지 않길 바란다
병원에 적응이 되면 ADHA를 앓고 있는 어린이, 학교생활이 힘든 중고생, 거식증이나 폭식증에 시달리는 청년, 우울증에 빠져 허우적대는 중년, 불면증으로 고통받는 노인 등 다양한 사람이 모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중략)
웃고 싶은데 웃어지지 않고, 울고 싶은데 울어지지 않고, 자고 싶은데 잠을 잘 수 없는 것은 병이 아니라 증상이다. 병원에 다니고 약을 먹으면 증상을 없앨 수 있다. 하지만 병이 낫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래도, 병원에 가면 살아낼 수 있다. 언젠가는 살아남아 후기를 남길 수 있다.
정신과는 후기를 남기지 않는다, 17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