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14.
소원이 뭘까. 돌아보면 소원이 무엇이냐, 소원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아본 지 퍽 오래되었다. 딱히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아마도 그 질문은, 어느 순간부터 “로또 맞으면 뭐 할래?”와 같은 문장들로 대체되어왔을 것이다. 돈을 떠나서, 지금 내 소원은 뭘까? 흠, 잘 모르겠다. 딱히 없는 것도 같고 너무 많은 것도 같아서.
그렇다면, 내가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준 적은 있을까? 로또 번호를 점지해 줄 신통력이 있다면 순번 대기표 뽑고 매주 차근차근 숫자 꾸러미를 쥐여주겠지만 그건 어렵고, 다른 방식이어야 할 텐데. 아무튼 나의 대답은 있다, 이다. 그것도 불과 며칠 전에!
별일 아니었다. 그저 추석 연휴를 맞아 아버님과 함께 골프 라운딩을 다녀온 것. 단지 그뿐이다. 그와의 첫 대면 전부터 딸, 사위를 대동해 필드에 나가는 것이 그의 평생소원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첫 만남에서부터 내게 “자네도 어서 골프 배워라” 하셨으니, 소원도 보통 소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버님과 나, 수민 그리고 이모부님이 함께한 라운딩은 정말 즐거웠다. 생에 최초로 파를, 무려 2번이나 기록하기도 했고 날씨도 멋졌다. 무엇보다 그가 진심으로 이 시간을, 매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더더욱 그랬다.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여전히 그는 들뜬 모습이었다. 소고기를 먹으며 소맥을 마시며, 오늘 라운딩의 후기부터 골프 자세에 대한 조언, 회원권의 필요성 등 골프를 주제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진심을 다해 좋아하는 게 있다는 건 참 멋지고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며, 나도 소고기 한 점 소맥 한 입을 반복했다. 쉼 없이 웃으면서.
귀갓길의 달이 밝았다. 100년만에 뜬 가장 둥근 보름달이라더니, 진짜로 그랬다. 베란다 창 밖으로 달을 구경하고 있으니 어머님도 덩달아 하늘을 보셨다.
어머님 달이 진짜 밝네요.
그러네, 내년에는 저 보름달처럼 예쁜 아기가 태어나면 좋겠네.
하하, 노력해 보겠습니다.
누구에게나 소원이 있다. 어떤 소원은 많은 이들이 공유하기도 한다. 새삼 깨닫게 되는 달 밝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