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사람의 진실을 깨닫지 못했던 남자 Pontius Pilate
딱히 다른 이들보다 악하거나 못된 인간이 아닌데도 선택의 순간, 결정을 잘못한 '죄'로 영원히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 로마 총독 Pontius Pilate.
구교에서는 본시오 빌라도라 부르고 신교에서는 본디오 빌라도로 불리는 그 사람.
예수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되었을 때, 그는 예수에게서 죽일만한 죄를 찾지 못하자 살리려고 했으며 적극적으로 그의 무죄를 주장하며 풀어주려하였지만 결국 군중의 외침에 굴복하고 죄없는 자를 죽음으로 밀어넣고 진짜 죄인은 대신 풀어주는 악수를 두고 말았다.
애초 선의를 가지고 '그'를 구하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했고 결국 온세상의 크리스찬들이 사도신경을 바칠 때마다 그의 이름은 예수를 박해한 시대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계속 불리워지고 있다.
새벽미사를 가서 사도신경을 바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별다른 악의를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닌데도 악한 행동의 대명사로 불리게 되는 것은 좀 불공평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러다가 슬그머니 단테의 신곡 중 한 부분이 또 떠올랐다.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은,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