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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he Saints

성(聖)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목자

by 전재성
oscar_romero.jpg 1980년 3월 24일, 미사집전 중 저격당해 쓰러진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

1980년 3월 24일, 한 젊은 언론인의 장례미사가 거행되던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의 프로비던스 병원 성당에서 총성이 울려 퍼진다. 이미 수많은 죽음에 인이 박힌 이들은 총성에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그 총탄에 쓰러진 이를 향해 울며 뛰어들었다. 어둠 속에 갇혀있던 엘살바도르 인들에게 한 줄기 빛이었고 착한 목자였던 한 사제가 그곳에 쓰러져있었다.


"형제들이여, 그대들도 우리와 같은 민중입니다. 그대들은 그대들 형제인 농민을 죽이고 있습니다.... 어떤 군인도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명령에 복종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이야말로 그대들은 양심을 되찾아, 죄악으로 가득 찬 명령보다는 양심에 따라야 할 때입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아울러 날마다 더한 고통을 받아 그 부르짖음이 하늘에 닿은 민중들의 아픔으로, 나는 그대들에게 부탁하고 요구하고 명령합니다. '탄압을 중지하시오!'"


애초 그가 엘살바도르 교회를 이끄는 산살바도르 대주교에 임명되었을 때, 정권을 쥐고 있던 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쾌재를 부르며 환호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치적인 상황에서는 늘 소극적으로 일관해온 그는 짓밟히는 인간의 존엄과 그에 앞장서서 항거하던 민중들의 연이은 죽음을 만나며 투사로 변해간다.

DXrmXBxXkAE-Clx.jpeg Óscar Arnulfo Romero Galdámez 산살바도르 대교구장

오스카 아르눌포 로메로(Óscar Arnulfo Romero Galdámez)

2010년 12월 21일, 유엔 총회에서 그가 저격당해 쓰러졌던 3월 24일을 국제 모든 인권 침해와 관련된 진실에 대한 권리와 희생자의 존엄을 위한 날로 지정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2014년에는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에 위치한 엘살바도르 국제공항의 정식 명칭을 오스카 아르눌포 로메로 국제공항으로 변경했다.

cq5dam.thumbnail.cropped.1500.844.jpeg 2018년 10월 14일, 로마에서 거행된 교황 바오로 6세와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의 시성식

2015년 5월 23일에는 안젤로 아마토 추기경이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에 위치한 세계의 신성한 구세주 기념비에서 교황 프란치스코를 대신하여 오스카 로메로를 복자(beatus : 가톨릭에서 기림 받는 이들을 성인품에 올리기 전의 단계)로 선포하는 시복식을 거행했으며 3년 뒤인 2018년 10월 14일, 교황 프란치스코는 성 베드로 광장에서 오스카 로메로를 2차 바티칸 공의회를 마무리했던 교황 바오로 6세와 함께 성인품에 올리는 시성식을 거행하며 천주교회의 성인으로 공경받게 되었다.

img_1847.jpg 산살바도르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에 위치한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의 무덤

'그들이 나를 죽이는 데 성공한다면, 당신은 내가 그들을 용서하고 축복하며 죽었다고 신자들에게 전해도 좋습니다. 그래서 저들이 시간을 낭비했다는 확신을 갖기만을 바랍니다. 한 주교는 죽지만 하느님의 교회, 즉 민중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Óscar Arnulfo Romero Galdám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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