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담긴 발자국을 남기는 신발을 판매합니다
한창 비가 오던 중학교 2학년 때, 홍대 거리에서 30분 넘게 줄을 서서 한정판 가방을 구매한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살면서 처음으로 어떤 브랜드의 팬이 되었고, 브랜드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할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이었다. 기억에 남는 경험을 선물해준 브랜드의 이름은 브라운브레스. 2006년 론칭해 독특한 가방 라인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의류와 패션 소품, 나아가 힙합 레이블과의 콜라보 앨범 출시 등 꾸준하게 명확한 색깔을 제시해 온 한국의 브랜드다.
"SPREAD THE MESSAGE"를 모토로, 한국 스트리트 패션이 빠르게 변하는 와중에도 특유의 스타일로 우직하게 한 길을 걸어온 브라운브레스. 그런 브랜드를 만들어낸 사람이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을 텀블벅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그 시도는 자연의 이야기를 담은 신발, 마더그라운드였다.
"가장 편안하게 신을 수 있고, 좋은 흔적을 남기는 신발을 만들고 싶었다"는 마음에서 출발한 마더그라운드. 그 모토에 걸맞게 모든 제품을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소재들 - 자작나무, 미역, 이끼, 석양 - 로 이름을 지었다. 영감을 얻은 소재들을 표현하는 한자는 신발에 도장처럼 새겨져, 신을 때마다 자연과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어떻게 이런 색깔을 만들었을지 궁금해지는 마더그라운드의 신발들은 자연의 단정함을 입은 듯한 색채가 매력적이다.
마더그라운드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바로 밑창이다. 바위길과 나뭇잎 등을 그대로 새겨 넣은 듯한 밑창은 브랜드의 메시지를 온전히 담아낸다. 3D 모델링과 목형, 금형 제작의 과정을 거쳐 1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해 개발한 밑창은 오직 마더그라운드로만 걸을 수 있는 발자국을 선물한다. 마더그라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 좋은 흔적을 남기길 바라는 브랜드의 마음이 가장 잘 스며든 부분이기도 하다.
처음 마더그라운드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다소 당황할 수도 있다. 오직 공식 사이트에서만 전체 컬렉션을 판매하며, 제품 구매 메뉴에서 모든 생산 비용 내역 (원단, 공임, 포장, 마진 등)을 공개하기 때문이다. 좋은 업체들과 함께, 좋은 신발을 만드는 방향성을 담은 가격 차트는 투명하게 모든 것을 보여주는 자연의 모습과 닮았다.
마더그라운드는 정해진 오프라인 스토어가 따로 없다. 대신 "보부스토어"라는 이름으로, 조선시대 보부상이 그랬듯 전국 방방곡곡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고객을 직접 만난다. 홍대 1984, 망원시장, 광장시장부터 영도, 제주도, 부산까지. 자연과 함께 걸을 수 있는 신발을 파는 세상 단 하나뿐인 보부상은 어디든 찾아간다. 보부스토어에서 마더그라운드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독특한 밑창과 색감에 매료되고, 직접 신고 걸어보며 마더그라운드를 구매하게 된다.
마더그라운드는 콜라보하는 브랜드도 신중하게 선택한다. 브랜드의 지향점과 잘 맞는, 그리고 메시지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브랜드들과 함께 특별한 컬렉션들을 꾸준하게 발매하고 있다. 내 발에 딱 맞는 신발을 찾아주는 서비스 슈픽(Shoepik)부터 서울만의 감성을 담은 서울메이드(SEOUL MADE), 재생재료만을 이용해 코오롱스포츠와 함께 만든 한정판 등, 자신만의 명확한 색을 가진 파트너들과 함께 마더그라운드의 세계관을 꾸준하게 확장하고 있다.
텀블벅 펀딩으로 2017년 마더그라운드를 처음 만난 이후, 나는 지금까지 총 4켤레의 마더그라운드 신발을 구매해서 신고 다니는 중이다. 색깔도 스타일도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신으면 신을수록 편하고,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우러지며, 무엇보다 깊은 의미가 담긴 특색 있는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는 것. '어디서나 편하게 이동한다'는 신발의 본질에 충실하고, 고객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공개하며, 담백한 자연주의 디자인으로 고객을 만나는 마더그라운드는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그래서 가깝게 지내고 싶은 친구와 같은 브랜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