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높아지고 뭉게구름이 뭉실거릴때면 뼛속까지 칙칙했던 속이 새로운 기운으로 피어난다. 무더위로 인해 서로 보잔말도 못 하고 지내다가 남편친구 부부를 만났다. 올해 회갑을 맞았다는 그 댁 안식구도 나이는 속일 수가 없어 보였다. 좋아하던 운동도 격한 것에서 좀 수월한 수영으로 바꾸고 하나하나 순서에 입각해서 변화되고 있었다.
그 부부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오는 길에 보자니 오늘처럼 하늘이 좋고 화창한 날에는 한강 고수부지 진입로에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다.
아마도 그들은 그간에 더위와 가을인지 모르고 내리는 비에 눅눅해진 집안을 정리하고 창문도 장롱도 신발장도 모두 열어젖히고 한강에 피부와 마음 이런 것들을 소독하러 나왔으렷다.
날씨란 어떤 일이 있을 때 아주 많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걸 절실히 체감하는 날이다. 이토록 청결한 가을도 잠시이겠어서 그래서 더 즐겨야겠다는 생각이다. 낮에 만났던 지인도 회갑이라는 두 글자와 맞닥뜨리기 전까지 열심으로 살았듯 이 귀한 계절을 활기차고 기분 좋게 보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