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미국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용PD Oct 28. 2023

미국일기 16

미국의 주거 문화

미국에서 살아보니 한국과 미국의 주거 문화를 비교해 봅니다. 그 결과 내린 결론은 '미국 집 나빠요, 한국 집 좋아요.'입니다. 제가 건축이나 주거생활을 전공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안목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제 개인적 취향을 기준으로 바라본 미국 주거문화의 장단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단점은 카펫 생활이 주는 해로움입니다. 미국의 집은 두꺼운 카펫을 깔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카펫의 털 속에 먼지나 이물질, 해충이 오랫동안 머금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이 주로 쓰는 딱딱한 마루에 비해서 집안에 먼지를 일으킬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청소도 잘 안 되고, 생활하면서 흘린 이물질도 잘 닦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방문한 한국 교포의 집은 대부분 카펫을 걷어내고 하드 우드로 바꾸고 생활하시더군요. 


두 번째 단점은 신발을 벗지 않는 주거 문화입니다. 저희 가족은 살던 대로 신발을 벗고 생활하지만, 대다수의 미국인은 신발을 벗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이러니 우선 발의 건강에 상당히 좋지 않습니다. 또 신발에 묻혀 들어온 먼지와 이물질이 항상 집안을 오염시킬 위험성이 있습니다. 미국인은 신발을 벗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속옷을 드러내는 것과 비슷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부자는 오히려 신을 벗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듣기도 합니다.


세 번째로 냉난방시스템도 좋지 않습니다. 제가 경험한 지역에만 해당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냉난방이 나오는 환기구가 천장이나 벽 높은 곳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뜨거운 공기나 차가운 공기가 위에서 나오는데 온기와 한기를 얼굴에 직접 스파이크당하는 기분입니다. 한국처럼 방바닥에서 슬슬 달구어져 온 집안이 훈훈해지는 따사로움이 아쉬운 적이 많습니다. 


네 번째 단점은 집이 건조합니다. 이것도 제가 경험한 지역에 한정된 예일 수 있습니다만 집이 건조하다고 느낀 적이 많습니다. 환기구가 천장에 달려 있어서 그렇다는 설도 있고 건축 자재에 석회가 많이 들어서 계속 습기를 흡수한다는 설도 있습니다. 여하튼 이 건조함으로 인해 건조성 피부염에 자주 걸립니다. 목욕 후에는 보습용 로션을 발라 피부의 습도를 유지하는 게 피부 건강을 유지하는 필수적인 방법입니다.


다섯 번째 장점은 빨래를 밖에 내놓고 말리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주위의 미관을 해친다고 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세탁기와 더불어 빨래 건조기가 생활필수품인데, 그 이유는 빨래를 밖에 내어놓고 말리지 못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햇볕에 말리지 못하고 건조기에 말린 옷을 입는 게 그리 유쾌하진 않습니다. 옷이 쉽게 상하고 새 옷이 쪼그라들기 십상입니다. 특히 이불을 내다 말리지 못하는 제약은 아주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주거 문화가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주거 문화에서 미국인의 합리성을 발견할 수 있을 때입니다. 우선 아파트를 빌려줄 때, 냉장고나 가스레인지, 세탁기, 드라이어 등 무게가 많이 나가는 가전제품을 미리 설치하고 빌려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이사를 할 때 무거운 짐을 옮기는 수고도 덜 수 있고, 아파트는 큰 짐을 옮기는 과정에서 집이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사 과정에서 불필요해진 가전제품을 사고파는 중고시장이 그래서인지 한국보다 훨씬 활성화되어 있는 것을 느낍니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의 주정부가 대부분 주택 구입을 권장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부동산 구입이 투기와 관련해 많은 규제 조치가 마련되어 있지만, 이곳은 부동산 구입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에 오히려 주목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주택을 구입하고, 인구가 유입되고 사람이 산다는 것은 미국의 주 정부로서는 이득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택의 구입과 함께 발생하는 구매활동(예를 들어 가구를 산다거나, 생활용품을 추가로 구입해)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또 당연한 얘기지만 주 인구가 늘어나기에 경제 활동인구가 늘어나서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죠. 물론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실수요자가 아닌, 즉 주거를 목적으로 구입하지 않고 투자용이라면 단기 매매를 할 때 세제상의 불이익이 따라옵니다. 그러나 주거용 목적으로 집을 구입한다면 많은 세금 공제 혜택이 따라옵니다. (물론 미국 내에서 수입이 있는 경우이겠지만요.) 


한편 미국의 주택은 한국에 비해 보유세가 크다고 합니다. 주택가격의 약 1% 정도를 내야 하기에 주거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한다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집주인은 보유세의 부담을 월세로 전가시키는 경향이 있어서, 주택 구입 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월세의 부담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만약 2년 이상의 유학이나 장기간 미국에 머문다면 렌트보다는 주택 구입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유학이나 상사 주재원일 경우 대부분 학군이 좋은 지역으로 올 것이고, 한국인이 머물기 원하는 도시일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이렇게 수요가 많은 위치에 적당한 집을 구입한다면, 귀국할 때 학비를 다 뽑고 돈을 벌어갈 수도 있는 행복한 투자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인이 미국에 집을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요?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미국에서는 인구가 증가하는 것을 경제 활성화와 번영의 중요한 원인으로 생각하기에 외국인이건 자국민이건 주거지를 구입하는데 제약은 없습니다.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도 해외 부동산 취득 등 해외 투자에 대해 지속적으로 규제가 풀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주택 취득을 위한 투자 금액의 제한이 풀리고 있고, 투자 주체에 대한 제약도 풀려 법인은 물론, 개인 사업자, 또 개인과 그 부모의 명의로 취득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실지로도 그리 어렵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Mortgage란 제도를 이용, 이곳의 은행에서 융자를 얻고 총액의 20% 정도를 선금(Down Payment라고 합니다.)으로 주고 나머진 15년, 30년 등 다양한 상환 계획으로 매달 갚아나가는 것입니다. 다운 페이먼트의 해외까지 부동산 투기냐고 눈살을 찌푸릴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그런 의식을 전환해 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본 곳 중 사이판이나 괌 같은 미국의 영토는 일본이 경제적으로 점령했습니다. 일본인이 해외투자를 하고 부동산을 구입해 자국의 경제 영역으로 편입시킨 것입니다. 즉 그곳의 경제 활동은 어느덧 일본의 경제와 더욱 밀접한 영향관계에 놓인 것입니다. 총칼로만 다른 나라를 점령하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렇게 국외 투자로 다른 나라, 그것도 미국 같은 나라를 점령하고 경제적 이득을 올린다면 이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모든 투자는 위험을 동반합니다. 그래서 2년 이상 유학이나 실질적인 주거 목적을 가지고 구입해야 합니다. 집값이 뛰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저처럼 미국 땅에 집세로 많은 돈을 뿌리고 쓸쓸히 귀국하진 않을 테니까요. 


결론적으로 미국에 한국인 소유의 땅이 많아지고, 또 한인의 수가 늘어나면 한국의 시장에 커진 겁니다. 우리가 팔 수 있는 시장의 크기가 커진 것이고, 한국의 문화가 침투하는 것입니다. 좁은 땅덩어리에 사는 우리 한국인이 영토를 확장하는 새로운 방법이 해외투자라는 사실을 요즘 깨달았습니다.



2005년에 쓴 글을 2023년에 다시 적어 올립니다. 시대가 달라진 만큼 정확한 정보는 새로 알아보셔야 합니다. 대강의 주장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습니다. (2023년 10월 28일)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일기 1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