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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의 위기 3.

결론: 생존의 길 -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

by 용PD

지금까지 K-드라마 산업이 직면한 위기의 실상과 넷플릭스 의존 구조가 불가피한 이유를 살펴봤다. 악순환의 구조에 갇힌 현실, 지역 OTT의 한계, 저비용 드라마조차 성공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업계 전체가 절망적 상황에 내몰려 있다. 하지만 문제를 진단했다면 해결책도 있을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 중 어느 한 곳을 과감히 끊어낸다면 다시 선순환 구조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업계 관계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자주 나온 말이 있다. "시장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 현재의 악순환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드라마 제작 주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정책과 규제가 작동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을까? 그리고 이 방안들은 현실성이 있을까?


첫 번째 해법: 편성 확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

업계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은 드라마 편성 쿼터제 도입이다. 편성 축소로 인해 드라마 제작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는 만큼, 드라마 편성의 확대를 정책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방송사들은 적자 구조를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겠지만, 방송사와 제작사,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적자 구조를 상쇄할 수 있는 적정 제작 규모를 함께 논의하고 편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방송사가 감당할 수 있는 제작비 구조와 규모를 정책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OTT 투자를 받지 못한 드라마의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 "캐스팅이 좋지 않으면, 글로벌 OTT뿐 아니라 지역 OTT의 콘텐츠 매입 가능성도 매우 제한적이다. 더 현실적인 제작비 회수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는 방송사의 우려를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

기존 방송사의 드라마 편성을 확대하기 위해 드라마 제작 펀드 조성도 필요하다. 드라마 펀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펀드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특히 제작사가 IP를 확보하려면 이미 편성된 드라마에 투자를 얹어주는 저위험 투자보다는 신규 기획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OTT나 방송사의 선투자 없이 제작된 드라마 IP에 대한 금융 지원, 투자 보증 제도를 통해 제작 투자를 활성화하고, 중소형 제작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를 요구한다.


두 번째 해법: 배우 개런티 합리화와 수익 구조 개선

A급 배우의 과도한 개런티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출연료 상한제와 공개제 도입으로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고액 개런티에 대한 횡재세 시행으로 제작비 균형을 유지하자는 의견도 있다. 넷플릭스에 판매될 경우와 판매되지 않을 경우를 고려한 이중 계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배우는 희소성이 큰 자원이기에 배우에게 일방적인 희생과 불이익을 강요하는 제도를 실행할 수 있는지는 극히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높은 출연료에 대한 지속적인 주위 환기는 필요하다. 또한 드라마 제작비를 낮추면서도 A급 배우를 캐스팅하라는 플랫폼의 모순된 주장이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적재산권(IP)의 제작사 귀속 비율 확대도 중요한 과제다. 글로벌 OTT가 드라마 제작사의 모든 IP 확보를 전제하면서 제작사가 드라마 IP를 확보하기가 힘들어졌다. 더불어 방송사 또한 스튜디오 체제를 도입하면서 방영권 계약 아니면 저작권 양도 계약으로 드라마 제작사의 선택권이 이분화된 실정이다. 기존의 표준 계약에서 이루어지던 저작권 수익 공유 계약이나 제작사의 IP 확보를 가능하게 하는 계약 체계를 기대한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2차 저작물 사업 활성화를 위한 법적 지원 강화와 광고 및 협찬 규제 완화로 수익원 다각화도 필요하다. 그간 드라마 산업에 드리워진 규제를 재검토할 때가 되었다. 광고 규제, 협찬 규제의 실효성을 점검하여 방송사와 제작사의 수익 증대를 도모할 때이다. 방송사에 일방적으로 드리워진 공적 책무와 준조세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법도 검토가 필요하며, 아울러 글로벌 OTT에 요구할 수 있는 공적 책무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세 번째 해법: 해외 시장 진출과 유통망 다변화


해외 시장 진출 지원을 확대하고 수익 구조를 확보하는 재정적,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업계에서 가장 간절히 바라는 것이 바로 중국 시장의 재개방이다. 한한령(한국 콘텐츠 제한 조치) 철회를 위한 외교 노력이 필요하다. 미중 간 경쟁이 심화되는 지금이 기회라는 의견이 들린다. 한류 콘텐츠 수출 장벽 해소가 K-드라마 부활의 우선 과제라는 것이 현장의 한 목소리다.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과금이 가능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을 요구한다. 나아가 영국의 Channel 4와 같은 순수 국내 외주로 편성하는 플랫폼을 신설해 드라마 제작 편성의 숨통을 터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정된 광고 시장 환경에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해외 유통망 확장을 위한 정부 간 협력 채널 구축도 중요하다. 개별 제작사가 지역별 OTT들과 일일이 협상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 차원에서 한국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서의 한류 확산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네 번째 해법: IP 중심의 생태계 재구축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IP의 확대 재생산과 유통 다변화다. 이는 콘텐츠의 생명력과 수익성 강화의 필수 조건이다. 지적재산권(IP)의 활용 주체를 분명히 하고 활용 경험과 체계를 세우는 것이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의견이 일치한다. IP의 확대 재생산을 통한 시장 확대라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 모델은 이미 할리우드에서 충분히 입증되었으며, 이 모델은 K-드라마 산업에도 적용해보아야 한다. IP의 확대 재생산을 통한 시장 확대는 콘텐츠 수명을 연장하는 핵심 요소다. IP의 확대 재생산을 위해 방송사, 제작사, 유통사 간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K-드라마 생태계 복원의 출발점이라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는 할리우드의 슈퍼맨 같은 캐릭터도 없고,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 같은 아이콘도 없다. 우리 캐릭터로 가득 채워진 테마파크도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에게도 IP의 확대 재생산은 걸어가야 할 길이다. IP를 활용할 동기부여가 된 주체에게 권한과 책임을 몰아주고, 투자를 유인하고 수익을 발생시킬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현실적 한계와 과제

하지만 이런 방안들이 모두 장밋빛 전망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우선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예산 제약과 업계의 복잡한 이해관계, 그리고 글로벌 시장의 역학 관계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특히 WTO 체제에서 특정 산업에 대한 과도한 지원은 무역 분쟁을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배우 개런티 합리화도 쉽지 않은 과제다. 시장경제 원리상 배우의 출연료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정부가 개입해서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실효성도 의문이다. 오히려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워서 배우와 제작진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중국 시장 재개방도 한국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복잡한 국제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있어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이 역설적으로 한국 콘텐츠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확실하지는 않다.


결국 K-드라마 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개별 기업이나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현재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업계 전체가 하나의 생태계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제작사와 방송사, 배우와 스태프, 정부와 민간이 모두 협력해야만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


특히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 전체의 건강성을 고려해야 한다. 넷플릭스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유통 채널을 확보하는 것, 신진 크리에이터들에게 기회를 제공하여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OTT 플랫폼의 취향에만 맞추다 보면 한국 드라마의 고유한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 과거 한국 드라마의 강점이었던 다양성과 실험 정신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 하에 획일화되어서는 안 된다.


마무리: 선순환으로의 전환

K-드라마 산업이 직면한 위기는 분명 심각하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 드라마 산업의 체질을 개선할 기회이다. 위에서 패자의 쳇바퀴에서 벗어나 선순환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제기해 보았다.. 중요한 것은 이런 방안이 단순한 희망사항에 그치지 않는 것이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로드맵을 세우고, 정부와 드라마 제작주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정책적 지원을, 업계는 자구적 노력을, 그리고 국민은 한국 콘텐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내야 한다.


K-드라마는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다. 단순히 하나의 산업을 넘어서 한국의 국가 브랜드와 직결되는 중요한 자산이다. 이 자산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패자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전 세계를 감동시킬 K-드라마 산업의 부활을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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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블로그(2024, 12월 25일). 2023년 국내 방송산업 현황을 담은 '방송산업 실태조 사' 결과 발표. Retrieved from https://blog.naver.com/kcc1335/223704232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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