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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순선생 Aug 06. 2017

교육의 형평성과 수월성은 상반된 가치일까?

교육의 수월성를 바라보는 다른 관점

교육의 수월성이란?


최근 외고/자사고 폐지 논란이 붉어지면서 교육의 형평성과 수월성 논란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타고난 환경에 상관없이 동일한 교육의 기회를 받을 수 있는 기회의 균등으로서의 교육의 형평성 논리는 이해하는데 크게 어렵지 않지만, 반면에 교육의 수월성 논리는 다소 이해하기 복잡합니다.


우선 수월성의 어의를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다음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비교 대상보다 어떤 영역에 있어서 뛰어나다는 의미로, 다른 하나는 개인적으로 함유하고 있는 장점(virtue), 즉 선성(very good)의 의미로서의 수월성이다. 전자는 대게 be(do) better than/surpass others/be superior to로 나타내어 어떤 사람의 ‘일’의 수행능력 내지는 현상태(be/do)‘를 의미하는데 이는 기회나 결과의 통제를 가능하게 하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수용된다. 반면 장점으로서의 수월성 개념은 일의 수행과 성취에 있어서 비교대상이 결여된 상태를 의미한다.(중략) 구트리( W.K.C. Guthrie)는 영어의 ’virtue’를 번역함에 있어서 그 진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즉, ‘virtue’는 희랍어로 ‘arete’인데 이것은 어떤 것에 있어서의 ‘훌륭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arete’를 훌륭함보다는 ‘-다움’이라는 확대된 의미로 해석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다움’의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훌륭함’으로 해석하는 것보다 더 가치지향적이기 때문이다. 즉, ‘arete’가 교육적인 의미로 수용될 때는 ‘-다움’이 더 의의(意義)있다.(고요한, 1989;9)


전자는 대상의 수준을 서열화하는 ‘규준 기준’이라고 한다면 다른 하나는 대상의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하는 ‘성취 여부 판단 기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문제는 '규준 기준'으로서의 수월성은 승자와 패자의 존재를 가정한다는 것입니다. 즉, 모든 사람들이 수월성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경쟁에서 이긴 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수월성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을 가정합니다. 반면, 성취 여부 판단 기준으로서의 수월성은 다른 이들의 목표 성취 여부와 상관없이 독립적이라는 점에서, 수월성은 모든 이들이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만 있다면 누구나 도달할 수 있으며, 수월성에 도달하기 위해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육의 수월성이란? _ 교육목표로서의 수월성


이러한 수월성의 의미를 바탕으로 교육의 수월성에 대한 논의는 교육목표로서의 수월성과 전문성으로서의 수월성에 대하여 논의되어질 수 있습니다. 먼저 교육목표로서의 수월성이란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서 도달해야할 목표 즉. 자기완성과 자기실현 등 자기의 최고 가능성을 실현하고 자기 자신의 의미를 찾는 것입니다. 이때 고요한(1989;7-8)은 수월성 도달이라는 자기형성 과정은 노력의 근원이 되는 인간의 ‘의욕’을 바탕으로 ‘수행’의 과정을 거쳐 ‘성취’하게 되는데 이는 인간은 가능성의 존재이며 자기 자신인 동시에 자신을 여러 가지로 형성해 나감으로써 스스로 다른 인간이 될 수 있는 존재라는 인간에 대한 철학적 이해가 전제되어야 이해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논지에 따르면 누구나 수월성 도달은 노력을 통해 가능한 것이고 도덕적인 범위 안에서 다양한 수월성의 형태를 인정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의 수월성이란? _ 전문성으로서의 수월성


일반적으로 수월성은 비교우위의 개념으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신자유주의적 가치 때문입니다. 이는 교육의 현장에도 자유경쟁과 효율성 등의 시장주의 원리를 도입하도록 만들었고 가치있는 삶으로의 안내라는 교육의 본질적 의도를 왜곡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장주의 체제에서 교육은 원활한 노동력 공급을 위한 수단이고 결국 교육의 수월성이라는 것은 남보다 ‘유용한 인간’을 배출((輩出)해내는 것이고 이는 인간을 사회 발전을 위한 ‘수단화’로써 취급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우리 주변에 많은 학생들은 경쟁사회에서 자신의 잠재력이나 재능과는 상관없이 노동력 대가의 크기에 따라 자신을 그 ‘spec’에 맞추고 이를 위해 교육을 이용하고 있는 소위 ‘spec’ 쌓기 현상을 통해 이러한 인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문성으로서 수월성의 개념을 개인 혹은 조직이 함유하고 있는 장점(virtue), 즉 ‘arete’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우위를 점하는 것이 아닌, 개인 혹은 조직이 가진 잠재력을 끌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의미와 가깝습니다. 즉, 이때의 수월성은 각자의 위치에서 가장 어울리는 자아를 형성함을 의미합니다. 학생은 ‘학생다움’의 자아 형성을 통해, 교사는 ‘교사다움’의 자아 형성을 통해, 국가는 '국가다움'의 자아 형성을 통해 수월성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arete’는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어떤 특정의 일에 대하여 가치 지향적으로 숙달 또는 유능함을 의미합니다. 또한 고대적 의미의 ‘선’에 들어있는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자신의 일을 잘 한다.’는 것입니다. 본래 ‘선’이라는 뜻의 형용사형 단어인 ‘아가토스(agathos)’에 상응하는 명사인 아레테(arete)는 행위자가 그것 덕택에 자신이 하는 특수한 일을 잘 알 수 있게 되는 특징을 뜻하며 이는 수월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교사 혹은 학교의 일을 잘 하는 것’으로서의 ‘선’과 ‘선’을 실천하기 위한 ‘덕’으로서의 수월성은 ‘교육의 수월성’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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