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너니?
나는 지금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잘 알지는 못한다. 아침에 대문 앞에 쌓여 있는 코코넛 열매를 가져다가 안에 물은 컵에 담아 쭈욱 마시고는 어디 중국 식당에서나 쓸만한 네모나고 큰, 날이 선 칼을 들어 코코넛 고기를 잘라 접시에 담아 놓는다. '꼭 닭 가슴살처럼 생겼다' 연신 말을 하며 쫄깃한 코코넛 고기를 마구 집어 먹는 낯선 내 모습과 내 눈앞에 친구를 보며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한 손에 코코넛 물을 한 손에 코코넛 고기를 들고 우리는 서로를 보며 낄낄 대며 웃는데 우리는 왜 우리가 낄낄 대는지 알지 못한다. 아마도 나는 내가 살면서 한 번도 여행 가고 싶다는 생각도 안 해본 이곳에 그리고 이 나라 말로는 할 줄 아는 말이라곤 '고마워' 밖에 없는 내가 베트남의 여느 중산층의 아침 풍경을 재연하고 있는 것이 어이없어서 일 테고, 내 친구는 낯선 외국의 친구가 아무 이유 없이 본인도 일 년에 한 번씩밖에 오지 않는 이 홈타운에 자기 침대를 반을 차지하고 자다가 내려와 자기와 똑같이 생활하고 있는 것이 어이없어일 것이다.
문명이 지배하고 인간의 삶이 가장 보장되는 나라에서
문명의 이기가 지배하고 기본적인 인간의 삶이 없는 이 나라에,
내가 왜 이곳에 왔냐고 묻는다면,
나를 기다리는 인생을 알기 위해 내가 계획해 놓은 인생을 잠시 접었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가 계획 대장에 목표 대장이다. 모든 것을 멈추기 전에 나는 2021년까지 정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은 한 가지 방향이 아니라 최소 세 가지의 다른 방향으로 세웠다. 뭔가 느낌이 편안해지는 것을 참지 못해 또 할 것들과 이루고 싶은 것들을 더하고 또 더하는 그런 사람. 그 많은 계획이라는 레이어에 나를 꽁꽁 묶으면 내가 꽤 괜찮은 사람처럼 혹은 꽤 성공한 인생을 살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아무런 예고 없이 온다.
"나 있잖아, 다 멈춰야겠어. 그리고 이곳을 잠시 떠나야겠어. 내가 계획한 인생 말고 나를 기다리는 인생을 알고 싶어 졌어. "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고 나는 그렇게 했다.
할까 말까,
헤어질까 말까,
먹을까 말까,
그만둘까 말까,
괜찮을까 말까,
한다면, 그것은 오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뇌와 심장이 서로를 마주 보는 순간, 우리는 번뇌 없이 결정할 수 있다.
그냥 펼쳐지는 대로 하게 될 것이고
집착하던 것들과 헤어질 것 것이고
뭐든 먹을 것이고
과감히 그만둘 것이다. 아무런 걱정이나 두려움 없이
아무도 알지 못한다. 예고 없이 다가온 이것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아니면 다시 데려다 놓을지.
그동안 내 인생 앞에 놓여 있던 그것도 귀여운 뒷모습을 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던
꼬리들을 하나씩 앙 하고 물어본다. 그것은 또 다른 꼬리를 물게 할 것이고 또 다른 귀여운 녀석이
나를 기다리는 행운을 맞이 할 것 이기 때문이다.
"잠깐 티타임 애기"
저와 만나고 저의 그림과 글을 구독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물지 않습니다. 소통할 수 있다면 더 행복할 것 같아요. 그래서 서로에게 좋은 영감이 되었으면 합니다. 주저 말고 댓글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