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브랜드와 제품에 쉽게 공감하지 않는다
내 얘기를 하는 광고
영상 속 남자는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했다가 퇴짜를 맞는다. 오빤 차이기 좋은 사람이라고. 남자는 자신이 차인 이유를 고민하고 문제는 바로 자신의 헤어, 눈썹, 입술 등 추리한 외모라고 판단. 곧바로 스타일링 제품을 사용해 변신에 성공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한껏 꾸민 자신을 다 쳐다보는 것 같은 생각에 노심초사하며 강의실로 들어선다. 그런데 막상 고백했던 여자를 포함해 그 누구도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모두가 강의실을 빠져나가고 남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에 낙담하는 바로 그때. 그 여자가 닫힌 문을 살며시 열면서 한 마디 툭 건넨다. "오빠 오늘 되게 괜찮다." 남자는 히죽히죽 웃으며 영상은 끝나는데 같이 히죽거리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을 때란..
예상한 대로 이 콘텐츠는 남성 스타일링 제품(다운 펌, 아이브로우, 퍼프)을 홍보하는 브랜디드 콘텐츠다. 광고이면서 하나의 재미있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성과를 보면 영상의 조회 수도 놀랍지만 이용자 반응이 더욱 인상적이다. 대부분이 콘텐츠에 공감해하며 영상 속 이야기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제품을 언급하고 있다.
공감 가는 콘텐츠라는 흔한 말
이 브랜디드 콘텐츠가 이용자 반응을 긍정적으로 이끄는 데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공감을 기반으로 재밌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말은 '지금은 모바일 시대입니다'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그 말은 어떤 감흥도 주지 못한다.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의문이 든다. 실제 많은 브랜디드 콘텐츠들은 공감을 기반으로 하고 있을까? 그럼으로써 이용자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데 성공하고 있을까? 성공적인 브랜디드 콘텐츠 사례가 많지 않은 걸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나 역시 '공감 기반'이라는 말을 그저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었다. 평가는 쉬워도 아마 나보고 공감가게 만들어 보라고 하면 막막해할 게 뻔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체 그 공감을 기반으로 재밌게 만든다는 게 어떤 건지.
우리는 브랜드와 제품에 쉽게 공감하지 않는다
다시 위 사례로 돌아오면 분명 제품을 홍보하는 광고지만 우리는 내용에 공감하며 하나의 재밌는 콘텐츠로 느낀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그 공감은 어디서 이뤄졌을까? 제품으로 이어지는 여러 상황들(스토리) 속에서 공감이 주로 이뤄졌다. 다시 말해 우리는 제품 사용 전·후 상황에서 그려지는 상태, 감정, 생각들에 공감한다. 영상에 제품이 노출되고 사용되는 모습이 나오는 시간은 딱 3초. 제품 자체나 제품 편익으로는 재미와 공감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제품 자체가 정말 신박하거나 어메이징 한 경우는 예외다.)
그렇다고 위 콘텐츠를 예로 '차였음->변신성공->사로잡음'식의 제품으로 이어지는 스토리가 있어야 함을 강조하려는 게 아니다. 전·후 상황 속(스토리)에 위와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치들을 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나아가 위 콘텐츠는 전·후 상황 속에 심은 공감 포인트를 재밌게 표현해 냈다. 여자에게 차이는 상황(오빤 차이기 좋은 사람이에요), 자신을 다 쳐다보는 상상(뉴스속보)과 같은 부분에서 말이다. 이러한 표현 방식들은 영상을 끝까지 보게 만드는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리하면 위 브랜디드 콘텐츠는 제품 자체가 아니라 제품으로 이어지는 전·후의 상황 속에서 공감대를 만드는 데 주력했고, 그 공감 포인트를 재밌는 방식으로 표현함으로써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스토리만 있는 콘텐츠
물론 이 비결은 그들만의 차별화 전략이 아니다. 많은 브랜디드 콘텐츠들이 이젠 더 이상 제품이나 제품 편익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제품과 서비스로 이어지는 전후 상황(스토리)을 만들고 이를 재밌게 표현하려 한다. 하지만 스토리는 만들지만 공감대 형성을 위한 장치를 심는 데는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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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GS25의 브랜디드 콘텐츠가 그에 적절한 사례인데 '고백결심->편의점 기프티콘 선물->고백성공'이라는 스토리만 있지, 그 전후 상황 속에 설치한 공감 포인트(?)들에선 그 어떤 감흥을 느낄 수 없다. 게다가 여전히 제품, 서비스로 공감을 얻으려는 흔적이 뚜렷해 보인다. 물론 공감 포인트를 재밌게 표현해내는 단계까지는 이르지도 못했다.
여기서 단순 모바일에서 통한다는 포맷, 문법을 따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배울 수 있다. 일반인 모델, 핸드폰 촬영 느낌, 짧은 영상 길이, 재밌는 컨셉 등 역시 부차적인 고려 사항일 뿐이다. 문제는 제품으로 이어지는 전후 상황(스토리) 속에서 그려지는 상태, 감정, 생각들에 얼마나 깊이 공감할 수 있는가이다. 바로 현실적 공감 말이다. 고백하는 데 어떤 남자가 편의점 음식을 사서 건넬까. 그리고 기프티콘으로 줬다고 자신만만해하는 남자부터 그걸 받고서 또 감동받는 여자의 어이없는 상황까지. 사이사이 공감대를 심는 장치를 포기하고 냅다 재밌게만 표현해 버리면 병맛으로라도 보고 웃거나 공유해 가기도 한다. 이것조차 아닐 땐 아래와 같은 반응을 얻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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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담아야 하는 진짜 이유
그렇다면 브랜디드 콘텐츠에 공감을 담아야 하는 이유가 제품을 홍보하는 데 생기는 이용자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서만 일까? 사실 공감은 콘텐츠 도달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 된다. 마케팅 구루인 세스 고딘은 '어떻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고민하는 대신 '시장이 관심 있는 걸' 접시 위에 올리라고 조언하는데, 사람들은 자신과 뭔가 관련 있어 보이는 것들에 더 큰 관심을 가진다. 바로 그 사람들과의 관련성을 높이는 데는 제품과 제품 편익보다 공감과 가치로 소구 하는 것이 더욱 유효한 것이다.
위 다운 펌 콘텐츠를 예로 들면 철저히 공감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이기에 평소 다운 펌 제품이나 헤어 스타일링에 크게 관심이 없던 남자들에게도 반응을 얻을 확률이 높다. 특히 해당 콘텐츠는 위 멘션과 같이 공감대를 전면에 내세워 애초 설정한 주요 타깃(20~30대 남성)을 넘어선 도달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 실제 댓글에는 약 1/4 정도가 여성으로 그들은 각자 자신의 남자 친구, 남동생, 오빠들을 태그 하며 콘텐츠를 추천하고 있다. 바로 '남자들의 흔한 착각'이라는 위와 같은 소구 포인트는 제품과 관련 없는 여성들도 충분히 관심 가질 만한 공감 포인트였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콘텐츠는 다른 유머, 연애 관련 커뮤니티나 페이지에 올라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콘텐츠인데, 이처럼 공감을 기반한 콘텐츠는 자체 채널의 영향력을 벗어나 자생력을 발휘할 수 있다.
꿀팁 콘텐츠에도 공감이 필요한 하는 이유
여기서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모든 브랜디드 콘텐츠에 공감이 필수일까? 유익한 팁을 전달하는 콘텐츠 경우에는 그 내용 자체만으로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희소성 있고 정말 유용한 팁이 아니라면 그러한 정보성 콘텐츠에도 기본적으로 공감과 재미를 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람들은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찾으려고 SNS에 접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은 비슷한 정보의 콘텐츠들이 너무 많다.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고 소개하는 방식만으로는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위 콘텐츠는 타이어 브랜드 'T-Station'을 홍보하는 브랜디드 콘텐츠다. 자동차 월동 준비에 필요한 체크 포인트와 관리 팁을 알려주면서 끝에 가서는 타이어 점검 팁으로 해당 브랜드를 소개하는 방식이다. 보다시피 해당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한눈에 보고 스킵하기 쉽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콘텐츠가 삼은 타깃(20~30대 자동차 보유자)조차 영상을 끝까지 볼 확률이 낮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해서 찾은 정보가 아닌 우연히 발견한 정보에는 기대만큼 열성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영상을 끝까지 집중해서 볼 가능성은 더욱 떨어진다.
이제는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에도 재미와 공감을 담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위 콘텐츠로 예를 들자면, 한 커플이 차로 겨울 여행을 가는 도중 생기는 상황을 설정하여 팁과 브랜드 노출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치들을 심거나, 차가 도중에 섰을 때 남자 혹은 여자 입장에서의 상태, 감정 등을 재밌게 표현하는 식의 노력들이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멘션 역시 지금처럼 직접적인 정보(편익) 보다는 관련성 있는 공감 포인트로 소구 했다면 도달을 좀 더 넓힐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진화하는 브랜디드 콘텐츠
이처럼 정보성 브랜디드 콘텐츠가 놓치기 쉬운 점을 담아내고자 시도한 사례가 딩고의 한 맛집 소개 콘텐츠였다. 딩고는 주로 음식, 여행지, 맛집 등을 선별한 후 그에 대한 간단 정보를 소개해 주는 큐레이션 방식의 콘텐츠를 제작해 오고 있다. 이번 콘텐츠 또한 맛집을 나열해 소개하는 콘텐츠라는 점에서 구성은 동일하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식에서 변화를 시도했다.
이별한 남자가 금요일이면 홀로 여행을 떠나, 여러 맛집에서 헤어진 여자와의 추억을 곱씹으며 음식을 즐긴다는 나름의 전후 스토리와 컨셉을 설정했다. 이전까지는 주로 단순 소개에만 그쳤다면 소개 과정에 재미 요소를 더한 것이다. 물론 이는 중간에 숙박 앱을 홍보하기 위해 설정한 일시적 장치로만 볼 수 있지만, 해당 컨셉에 맞는 음식 소개와 내레이션 장치는 콘텐츠에 대한 몰입감과 보는 재미를 높임으로써 이용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브랜디드 콘텐츠이기 전에 좋은 콘텐츠
위 성공 사례들의 공통점은 모두 이용자들이 그것이 광고라는 것을 알면서도 하나의 재밌는, 좋은 콘텐츠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브랜디드 콘텐츠를 이야기할 때 관련 용어로 PPL, 네이티브 AD 등이 함께 거론되곤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그 콘텐츠가 브랜드를 홍보하는 콘텐츠인지 아닌지, 어떤 형식과 방법으로 홍보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용자들은 그저 좋은 콘텐츠인지, 볼 만한 콘텐츠인지만 고려할 뿐이다. 그런 관점에서 브랜드를 홍보하는 콘텐츠는 모두 그 자체로 하나의 좋은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 (물론 브랜드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분명한 목적과 목표가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끝으로 사례를 하나만 더 들자면 이에 가장 부합하는 사례가 72초 TV가 아닐까 한다.
여기를 클릭하시면 한 편의 짧은 드라마를 볼 수 있습니다.
이들에겐 제품과 연결되는 자연스러운 전후 상황 속에 현실적 공감대를 담아내고 이 포인트를 재밌게 표현하는 방식은 당연한 기획 과정이다. 그것이 광고라 해도 콘텐츠로서 볼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명제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마인드를 가진 채널들이 더욱 많아지면 그때부턴 이제 '누가 더 깊게 팔 수 있는가'에서 승부가 갈리지 않을까? 진짜 디테일의 싸움인 것이다. 위 72초 TV의 브랜디드 콘텐츠 역시 광고임을 알면서도 흠뻑 빠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어쩌면 굳이 '브랜디드' 콘텐츠라는 용어는 필요 없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