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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자 Nov 04. 2021

장애 만드는 사회

훗한나, <박쥐와 목이버섯>을 읽고

텍스트 정리

질문 : 장애란 무엇인가? 무엇이며, 그것은 자연적 속성에 기반을 둔 범주인가 사회적으로 구성된 범주인가?


“훗한나 작가의 이 텍스트는 장애가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현상을 ‘안경 나무’라는 가상의 식물을 빌려 설명합니다.” - 서문 중


이미지와 텍스트로 이루어진 작품에서는 환경 재난으로 안경 생산이 중단되고, 시력이 낮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다. 안경이 부족한 탓에 시력 문제는 당장 해결 불가능해지고 일정 수준 이하의 시력을 가진 사람들은 일상의 불편함을 넘어 사회적 제약에 부딪힌다. 시력이 낮은 것은 장애가 되어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선생님께서는 안경 미착용으로 인한 시력 장애 판정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안경 나무가 멸종된 거지 제 눈은 원래(10년 간) 이랬는데요?”

(그녀는 시력 검사판에 그려진 박쥐를 목이버섯이라고 말했다.)


15년 후, 새로운 안경 품종의 안경 나무가 개발되어 사람들은 시력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안경 쓴 사람을 장애인으로 여긴다. 15년 전에 안경을 쓰던 날들과 같은 평범한 시절은 돌아오지 않는다.



장애란 무엇인가?


이야기에서 시력 문제는 장애로 여겨지며, 안경이라는 보조 기구가 사라지자 사회에서의 대접도 이전과 달라진다. 일과 생활에서 물리적인 불편을 겪는 순간부터 그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한 사람 몫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5년의 세월이 지나 다시 안경을 쓰게 되었지만, 사회는 혐오와 차별을 당한 대상과 동등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 경험은 사람들의 언어와 습관에 오래 남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두 가지 흔적을 남긴다.


15년 후의 안경은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의족, 의안, 의수, 의치와 안경을 같은 선상에 놓아본 적 있던가? 인공심장과 안경을 동등하게 바라볼 수 있나? 나와 먼 단어와 나에게 가까운 단어를 나란히 둔다. 익숙한 것이 더 이상 익숙하지 않다. 몸의 불편을 해결하는 도구들은 과연 ‘장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장애는 단순히 몸의 불편을 말하는 단어인가 차이와 차별의 기준이 되어주는 단어인가. 이야기 속 사회에서 시력 저하는 이미 장애라는 인식이 일반화가 된 상태이고, 시력 저하는 보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경 쓴 인구는 한 사람 분의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란 합리적/비합리적 의심을 받는다. 그렇다면 장애는 자연적 속성에 기반을 둔 것인가 사회적으로 구성된 합의인가? 여기에서 자연적, 자연스러움이란 무엇인가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정상’의 범주에 드는 것? 장애를 분류하는 정확하고 합리적인 방식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연적 속성에 기반을 둔 범주인가 사회적으로 구성된 범주인가?


장애가 아니던 것이 장애가 되었을 , 특수한 상황 아래 사회의 인식만이 달라진 것뿐인데도 이야기 속에서의 변화는 소름 끼치도록 설득력 있다. 누군가를 정상이 아니라고 여기게  후에  인식이 얼마나 고정불변의 것으로 남는지는 어느덧 안경이 장애의 증거가 되는 과정에서   있다. 그것이 삶에  이상 누가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장애가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던 마음은 자신의 태도를 쉽게 바꾸지 못한다.

“질병 개념은 실재에 대한 설명인 만큼이나 평가의 방식이기도 하다.” H. 트리스트람 엥겔하르트 주니어 <건강과 질병이라는 개념>


장애는 경중 정도에 따라 다르게 이름 붙여지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 기준은 누가 정해온 걸까. 우리가 장애라고 믿는 것은 변하지 않는 보편적 진리가 아닌 사회적 인식이다. 기준은 사회의 합의, 혹은 사회가 우리에게 강요하는 미덕과 관련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노동에 적합하지 않은 몸과 정신,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인간이 아니라면 그것은 장애로 여겨진다. 일인 분의 몫이라는 환상적인 계산법에서 우리는 뒤처지지 않도록 얼마나 오래 노력해왔고,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달려야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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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 출처

https://philo-electro-ra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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